정부와 의료계, 인력양성과 수련방안 공개... 시민단체 “일차의료 신뢰 회복부터”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계가 특별법까지 내놨지만, 의료 소비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측의 공감을 얻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 인제의대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인제의대 강재헌 교수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대토론회서 ‘일차의료 발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일차의료특별법)을 공개했다. 

일차의료 인력 양성과 교육 수련, 일차의료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일차의료특별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일차의료 기능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일차의료 교육수련 지원 ▲일차의료 인력 재교육 및 일차의료 모델 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양질의 일차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다른 비용 산정방식과 재정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다만, 이 안에서 의료인과 시민단체 등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토록 했다. 

국가와 지자체는 질병의 경중에 따라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했고, 복지부장관은 의원-병원 간 진료협력체계 활성화를 위해 요양급여의뢰서 발급절차 및 유효기간 설정 등 필요한 조치 등을 추진토록 했다. 

일차의료를 수행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수련도 지원하도록 했다. 

일차의료특별법에는 각 임상과별로 일차의료 수련 추진 계획을 복지부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받으면 정부는 각 임상과목에서 일차의료 수련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수련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또 일차의료 수련기관에서 수련에 필요한 시설 등을 설치할 때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이 같은 지원을 받는 만큼 일차의료 수련 실적은 전공의 수련평가 및 질평가 등 평가항목에 반영하도록 했다. 

일차의료 인력의 재교육에 대한 내용도 명시했는데, 국가와 지자체는 일차의료 제공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단과 전문의 또는 일반의가 일차의료 교육을 받을 때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이 질병의 지속적인 관리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일차의료 제공 모델을 구축하는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보건의료 기능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도모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일차의료 발전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 상시적 협의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이 같은 일차의료특별법은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도록 했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 기반의 일차의료 강화가 국민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고, 해외 선진국에서는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보건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차의료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의료계는 코드블루에 놓인 일차의료를 살리려면 국가 차원의 재정 투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기존 단과전문의나 일반의가 일차의료 전담의사로 전환하기 위한 교육 및 연수과정 개발 등 가교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며 “이들이 일차의료 전담의사로 전환되기까지 과도기가 존재하는 만큼 국가의 재정을 투입해 기회비용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역시 의원급은 외래진료를, 병원급은 입원진료를 전담한다는 원칙 아래 이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며 “특정상병 외래진료비와 약제비, 본인부담금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동개원이 가장 좋은 방안인 만큼, 공동진료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원에 앞서 국민 신뢰회복부터”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17일 국회에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일차의료 발전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와 시민사회계는 의료계의 생각과는 달랐다. 

시민사회단체 측은 일차의료를 강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에 앞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소비자들이 경증질환으로 여러 의원을 습관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는 증상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갖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보다 환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의료전달체계의 일괄적 개선이 어렵다면 일차의료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도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차의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단장은 ▲의사 이외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지원 ▲인두제 등 지불제도 논의 ▲의원급 의료기관 의료질평가 도입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가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특별법까지 제안했지만, 정부 측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형훈 과장은 “법 제정에 있어 국회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일차의료특별법의 재정지원에 대한 내용은 건강보험 제도의 틀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며 “3분 진료가 횡행하는 대형병원과 달리 일차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설명을 더 많이 해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재정 지원에 대한 부분은 진찰수가로 접근하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응급의료, 공공의료 등과 같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내용도 법률로 정해져 있고, 전공의법 역시 특별법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의료계에서는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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