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심평원·건보공단, 개선안 마련 ‘착착
’고압적 언행·진료방해 차단…현장조사 최소화

▲ ⓒ 메디칼업저버

"두드리니 열린다"라는 말이 제격인 것 같다.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의료계가 꾸준히 요구했던 사안 중 우선순위로 손에 꼽혔던 현지조사에 대한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복지부가 독자적으로 현지조사 개선에 나선 게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 부처를 총동원해 현지조사 전 과정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에 의료계는 고무적인 반응이다. 다만 오랜 요구 끝에 정부가 현지조사 개선에 나선 만큼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복지부 "심평원·공단, 개선방안 마련하라"
복지부가 조사제도 개선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7월 안산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건을 계기로 작업해 가속이 붙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현지조사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당은 현지조사가 의사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사전계도 또는 사전고지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고, 야당에서는 현지조사제도가 갑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개선을 위한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1999년 현지조사제도와 관련된 법적 근거가 제정된 이후 16년간 개정 없이 진행돼오면서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특히 행정처분 기준의 비현실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온 만큼 이를 반영해 현지조사제도 전 과정을 전체적으로 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는 현지조사제도에 관여하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을 통해 현지조사제도 전체를 뜯어 고칠 계획이다.

우선 복지부는 심평원에 요양기관 행정처분기준 개선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심평원의 이번 연구용역은 현지조사제도 개선 전반에 걸쳐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에는 방문확인지침(SOP) 개정을 마무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관, 보건당국 등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큰 틀에서 시작해 세부 시행방안에 담아야 할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이르면 내년 1월 선을 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연구용역, 현지조사제도 개선 키 포인트
심평원은 최근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기준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의 핵심은 요양기관 종별 처분 기준을 적용하는 대상을 보다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기준금액에 차등을 두는 것.

심평원 조사관리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기준의 적정성 평가와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처분 기준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급여기준 청구현황을 고려해 치과의원, 한의원 등 요양기관 종별에 따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진료과목에 따라 처분기준에 차등을 둘 예정이다.

또 요양기관 행정처분 감경기준 개선도 착수, 위반행위의 동기나 목적, 정도나 위반 횟수 등을 고려해 감경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행 행정처분기준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현지조사를 통해 부당이득이 확인될 경우 그 비율에 따라 업무정지와 과징금을 내도록 돼 있다.

업무정지의 경우 월평균 부당금액과 그 비율에 따라 최소 열흘에서 최대 90일까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월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을 따져 5% 이상일 경우 1% 증가할 때마다 업무정지 기간은 3일씩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없어 심사결정 총 요양급여비용을 산출할 수 없을 때는 총 부당금액이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된다.

예컨대 비급여 진료가 많은 피부과는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적어 부당비율이 높게 산정되고, 처분 또한 가중되는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업무정지 기간에 따라 과징금도 부과되는데, 업무정지 기간이 10일인 경우는 총 부당금액의 2배, 10일을 초과~30일까지 부당금액의 3배, 30일 초과~50일까지는 부당금액의 4배. 50일 초과시 총 부당금액의 5배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관계자는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적어 심사결정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부당비율이 높게 산출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종별, 진료과목별 처분 기준을 달리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연구과제에 포함시켜 검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지조사 거부기관의 경우 업무정지처분 1년 이외에 금전적인 처분이 없고, 폐업 후 재취업이 가능해 현지조사를 성실히 받는 요양기관과 비교할 때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행정처분 심의기구' 설치다.

심평원은 소비자단체, 의약단체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해 행정처분과 관련된 이의신청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 법조인, 소비자단체 등 외부 의견수렴과 타 법령의 행정처분 감경기준 조사 등을 통해 현행 요양기관 행정처분 감경기준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행정처분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현지조사 결과 처분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비롯해 의료계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문확인지침 개선, 끝 보인다
건보공단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방문확인지침 개선에 대한 논의에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발생한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을 계기로 방문확인 과정에서 △구체적인 근거 없는 장기간 자료 요청 △목적을 벗어난 불필요한 자료 요청 △요양기관 입장을 고려 않는 방문일정 설정 △담당자의 자의적인 지침 해석 △부당청구를 확신하고 고압적인 자세와 언행 △의사의 고유권한인 진료권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 등 'SOP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 등을 파악하고 이의 개선에 나섰다.

건보공단 급여조사부 관계자는 "건보공단은 방문확인을 실시하는 조사자로서, 요양기관은 방문확인을 받는 당사자로서 서로 간 입장이 달랐던 게 사실"이라며 "복지부와 함께 개정안을 최종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진료를 방해할 소지가 있는 업무수행에 대해서는 향후 SOP에 명시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나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면담이 필요할 경우, 환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요양기관과 사전에 협의된 방문일시를 준수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아울러 SOP 준수를 위한 내부관리체계 강화 목적으로 △내부교육 강화 및 지침 이행 철저 △지역본부 및 지사 대상 주기적 방문확인 운영실태 점검 △부적정 사례 확인 및 재발방지 계도 등도 담을 예정이다.

복지부가 그리는 현지조사제도 개선안은?

▲ 정부-의료계 현지조사개선안 비교 ⓒ메디카업저버

복지부는 심평원과 공단의 최종 연구결과가 도출되면 개선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지만, 대체적인 개선방향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료계에서 현장조사를 최소화하며 서류조사를 활용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현지조사제도 전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현장조사에 앞서 자료제출요구서에 자료제공 요청의 근거와 사유, 대상자, 대상기간, 제공기한, 제출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며, 현지조사 이후 최종확인서 작성 시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후 동의를 얻어 서명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거짓·허위청구에 대한 구분과 사전통보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거짓청구와 착오청구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뿐더러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전통보제 역시 증거인멸을 우려해 실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사전통보제를 실시할 경우 현지조사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약제비·치료재료대 감경 등 요청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현지조사제도 개선에 나서자 의료계는 고무적인 반응이다. 다만, 정부가 전 과정을 손보는 만큼 의료계의 주장도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눈치다.

이에 의료계는 △피조사자 권리장전 설명 후 서명 △급여기준 초과로 인한 처분시 행정처분 면제 △환자 치료에 따른 약제비, 치료재료대 등에 대한 감경 등도 이번 현지조사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될 것을 요청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현지조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의료계의 전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의료계와 논의 당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반영될지 미지수다. 의료계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오는 25일 보건의약단체와 논의자리를 갖고 구체적인 계획을 매조지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쟁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해야 할 사항은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