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환자 중증도 따라 Color Zone 구분... 벽면을 활용한 정보제공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될만큼 응급실 폭력 문제는 심각하다. 간호사들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을 듣는 것은 예삿일이고, 심지어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일도 흔하게 듣는 뉴스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응급실에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해 폭력을 방지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고려대안암병원 홍보팀 최정민 파트장, 서울과학술대학교 박승배 교수팀, 홍보대행사인 엔자임 등이 참여했다. 

프로젝트팀은 응급실에서 일 평균 4건, 월평균 120건의 폭언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파악한 후 곧장 응급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어떤 것들이 불편한지 파악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 일반 이용자들은 긴 대기시간, 보호자 공간 부족, 불편한 대기 공간,  혼잡하고 개방된 공간, 의료진의 부족한 설명, 어려운 길 찾기, 불친절 등을 폭력을 부르는 이유로 꼽았다. 또 주취자들은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유와 음주 등이 폭력을 유발한다고 응답했다. 

최 파트장은 "서비스 디자인을 이용해 단계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다"며 "모든 아이디어가 현장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응급실의 혼잡함과 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은 확실하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Solution 1 색으로 환자 안내

문제 해결의 첫 솔루션은 응급실에 있는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구별하는 것이다. 
일명 Color Zoning. Red Zone은 중증환자, Yellow Zone은 경증환자, Green Zone은 대기나 상담환자, Blue Zone은 CT 등을 촬영하는 환자가 위치하도록 한 것이다.

▲ 색깔로 응급실 환자를 구분하기 이전 모습
▲ 응급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색깔로 구분
▲ 응급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색으로 구분하고, 간호사에게도 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다. 

응급실에서는 열이 나는 경증환자도 상황을 위급하게 느끼는 법. 하지만 의료진의 생각은 다르다. 따라서 이에 따른 불만과 불평이 이어지고, 폭언이나 폭력도 유발되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색깔로 정리해 환자에게 인지하도록 한 것이다. 

개선한 이후 응급실 근무자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 응급실 수간호사는 "칼라로 구별하기 전보다 응급실이 훨씬 안정되고, 혼잡도도 줄었다"며 "환자들도 과거보다 안정적이고 의사나 간호사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후한 평가를 했다. 
지금은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초기에는 칼라 존에 따라 간호사에게 조끼도 착용하도록 했었다고 한다.  

최 파트장은 "병상 지정 칼라와 같은 조끼를 착용한 전담 간호사에게 환자가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는 간호사들이 불편을 호소해 조끼는 착용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Solution 2 벽면 활용한 정보제공

두 번째 솔루션은 검사안내 리플릿 제작이다. 환자가 왜 기다려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이었다. 

▲ 서비스 디자인 하기 전의 벽면 모습
▲ 서비스 디자인 도입 이후 벽면에 환자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최정민 파트장은 "응급실에서 환자가 자신이 어떤 검사를 하게 될지 정보를 주기 위해 환자가 해야 할 검사 체크박스를 간호사가 하나씩 표시해 주면서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했다"며 "환자는 설명과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 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증일 때는 노랑색, 중증일 때는 오렌지색으로 구분하고, "걱정하지 마세요"나 "곧 괜찮아질 거예요"라는 문구도 넣어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최 파트장은 "처음 50부를 제작해 응급실에 비치하고 일주일 후 부푼 마음으로 가봤다. 48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겨우 2부만 환자나 보호자가 가져간 것"이라며 "왜 환자들이 이용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응급실에 환자나 보호자들은 리플릿을 볼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벽면을 이용한 검사 안내 리플릿. 대기시간 동안 환자나 보호자가 잘 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그려 환자가 편안하게 순서를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Solution 3 검사 가이드라인 제공

세 번째 솔루션은 'Block Type Process Check  Kit'이다. 이는 블록 형태로 제작해 환자가 직접 자신이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와 받아야 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응급실에 불안한 환자 마음을 안정시키는 목적으로 고안된 아이템이다. 현재는 침대에서 간호사가 돌려 검사 종류를 알 수 있도록 편리하게 변경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고려대 안암병원은 환자가 응급실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벽을 따라가면 원하는 장소가 나오도록 표시했고, 응급실 전체 프로세스를 알 수 있도록 인쇄물도 제작했다.

최 파트장은 "이 사업은 서울시 표준형 응급실 진료과정 정보전달 디자인 개발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우리나라도 미국 메이오 클리닉 혁신센터처럼 서비스 디자인이 안착되려면 적극적인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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