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RS 2016] 서울의대 오세일 교수, "위험요소 항목 '여성' 대신 '만성콩팥병' 평가해야"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인 CHA2DS2-VASc 스코어를 국내에 적용하기엔 문제가 있다며 위험요소 항목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 학술대회'에서 서울의대 오세일 교수(순환기내과)는 "뇌졸중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인 CHA2DS2-VASc 스코어는 여성일 경우 1점을 부여하는데, 아시아인에서는 여성이 위험요소가 아니다"며 "성별 대신 만성콩팥병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6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뇌졸중과 출혈 위험을 예측하는 데 CHA2DS2-VASc 스코어를 가장 먼저 권고한다(Class I, Level A). 지난해 대한심장학회 산하 부정맥연구회가 권고한 치료지침에서도 해당 스코어를 적용한다고 밝혀, 방향을 같이 했다(Korean Circ J. 2015;45:9-19).

이번 제언으로 향후 국내 심방세동 환자에게 뇌졸중 평가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논의될 전망이다.

▲ 서울의대 오세일 교수(순환기내과)가 "New Risk Factors for Stroke in Atrial Fibrillation"을 주제로 발표했다.

서양에선 '여성' 위험요소…동양에서는?

CHA2DS2-VASc 스코어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를 △울혈성 심부전·좌심실 기능부전 △고혈압 △75세 이상 △당뇨병 △뇌졸중·일과성허혈발작·혈전증 △심혈관질환 △65~74세 △성별(여성: 1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국제적인 평가 기준에서 성별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서양과 동양에서 발표한 연구에서 여성일 때 뇌졸중 위험도가 상반되게 나왔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먼저 '여성에서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2014년 영국 버밍엄의대 Wagstaff AJ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를 예로 들었다(QJM 2014;107:955-967).

Wagstaff AJ 연구팀이 5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와 12개 전향적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여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이 1.31배 증가했고, 75세 이상일수록 그 정도가 심각했다. 이에 Wagstaff AJ 교수는 뇌졸중 위험을 평가할 때 여성을 위험요소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과 한국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는 영국과 달랐다며, 오 교수는 근거가 되는 연구를 제시했다.
먼저 일본 도야마의대 Inoue H 교수팀이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환자를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혈전색전증 위험을 평가한 J-RHYTHM 등록연구를 예로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혈전색전증 위험을 예측하는 평가요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남성에서 출혈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 남성을 위험요소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됐다(Am J Cardiol 2014;113:957-962).

이와 함께 지난해 오 교수팀이 미국심장부정맥학회(HRS)에서 발표했던, CHA2DS2-VASc 위험요소별로 뇌졸중 위험을 단변량 평가한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여성에서는 뇌졸중 위험이 단 1.05배 높았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이는 복용 중인 약물을 보정한 후에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즉 한국과 일본의 연구 결과를 본다면 동양인에게 서양과 같은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여성' 자리에 '만성콩팥병' 대체해야

그렇다면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위험요소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는 무엇일까?

오 교수는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위험요소로 만성콩팥병, 적혈구 크기 분포(RDW), 무증상 허혈성 뇌경색, 바이오마커 등이 있다"면서 "이 중 만성콩팥병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 근거로 세 가지 연구를 소개했다.

먼저 2012년에 NEJM에 실린 연구를 예로 들었다. 덴마크 국가 등록연구를 분석했을 때 말기신부전이 없는 NVAF 환자에서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과 출혈 위험이 1.49배 증가했다. 그러나 말기신부전이 동반된 NVAF 환자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1.83배 더 높아, 신장기능에 따라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 위험이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NEJM. 2012;367:625-635.)

지난해 ESC에서 발표된 GARFIELD-AF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약 2만 8천 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콩팥병이 동반될 때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분석한 결과,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 위험이 1.61배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출혈 위험은 2.12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2.07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34배 높아, 심방세동 환자 경과를 예측하는 데 신장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고히 했다.

오 교수가 2011년에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도 함께 제시했다.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콩팥병 유무에 따른 혈전색전증 발생 빈도를 분석했고, 그 결과 신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혈전색전증 발병 위험이 약 4배 가까이 높았다. 통계적인 유의성 역시 확보했다(P=0.003).

오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만성콩팥병이 동반된다면 혈전 형성 확률과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로 인해 혈전색전증 위험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CHA2DS2-VAK 스코어'가 정확"

이어 오 교수는 CHA2DS2-VASc를 수정한 CHA2DS2-VAK 스코어를 제시했다. 앞선 평가 기준의 위험요소로 평가된 성별을 만성콩팥병으로 변경한 것이다.

▲ 오세일 교수가 제시한 CHA2DS2-VAK 스코어.

오 교수는 "CHA2DS2-VASc와 CHA2DS2-VAK 스코어를 국내 인구별 코호트 연구에 적용했을 때 CHA2DS2-VAK가 색전증 위험을 더 정확하게 판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NVAF 환자에서 여성은 위험요소가 아니다"며 "만성콩팥병은 뇌졸중 발병을 예측하는 확실한 위험요소이며, 이를 적용한 CHA2DS2-VAK 스코어가 국내 심방세동 환자에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