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평양 부정맥 학회 김영훈 대회장, "세계적인 수준 도달 위한 계기 될 것"

50개국 520명 초청연사, 240개 세션, 750개 강연 및 600편 논문 발표 그리고 300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 참석까지, 아시아·태평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다가오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미국 HRS(Heart Rhythm Society), 유럽 EHRA(European Heart Rhythm Association)와 어깨를 견주는 이번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 학술대회'는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에 조직위원회 측은 부정맥 관련 분야에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알리고 세계적인 의료 강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포부다.

학술대회를 이끈 김영훈 대회장(고려의대 순환기내과)을 만나 알차게 꾸려진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대해서 들어봤다.

▲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 김영훈 대회장(고려의대 순환기내과)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세계적인 규모의 학술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 개최 의미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부정맥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이로 인해 힘들어하거나 급사하는 환자가 많다. 그만큼 부정맥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심장병을 정복하고 연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부정맥 저변확대가 미미한 실정이다. 때문에 이번 국제 학술대회 개최가 국내 부정맥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또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출범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해왔고, 2008년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다시 개최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학술대회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새롭게 구성한 세션이 있는지?

기존 학술대회 형식을 벗어났다. 일반적인 강의가 아닌 오픈 된 분위기에서 젊은 전문가 또는 경험이 적은 전문가가 부정맥 분야의 대가를 직접 만나 질의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먼저 대가와 자유롭게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세션을 마련했다. 강연만 멀리서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영감을 얻게 할 목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강연 발표 후 질문이 없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인위적으로라도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 예정이다.

회의장에서 실제 인간심장을 이용해 해부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세션을 학회 최초로 진행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해부학적인 이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정맥을 치료할 수 없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실제 인간심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해부를 시연하고, 접근법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부정맥은 여러 회사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학회 처음으로 부정맥 분야의 다섯 곳 기업이 단상에 서서 향후 10년과 20년 미래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과 달리 부정맥 시술 또는 시설, 인프라 등이 부족한 나라가 많다. 이런 나라들은 학술대회에서 주로 구경꾼이었는데, 이들이 학회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각 나라의 대표들이 부정맥 시술 현황을 발표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궁극적으로 학회 차원에서 이런 나라들을 지원해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 NOAC 관련 연구를 발표하는 세션도 마련됐다. 어떤 내용이 발표되는지?

심방세동에서 항응고요법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학술대회에서 처음 발표할 계획이다. 아시아인 대상으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 역시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데, 연구에 포함된 2200명의 아시아인 중 한국인이 800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네 가지 NOAC을 모두 다루지만 에독사반의 경우 최근에 개발됐고 한국에서 승인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당 약제는 주로 일본인 대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아직 아시아에서는 와파린을 투여하는 나라가 대다수인데, 이번 학회를 계기로 와파린에서 NOAC 투여로 넘어가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본다. 

- 부정맥 시술 관련해서 연구 발표와 토론의 장이 꾸려졌다. 이슈가 무엇인가?

심실빈맥은 치료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술을 먼저 해야 할지 또는 디바이스를 먼저 삽입해야 할 지가 문제가 된다. 또 시술이 당장은 환자에게 예후가 좋더라도 장기간으로 효과가 이어지는지도 중요하다. 때문에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이와 함께 부정맥 치료에 전극도자절제술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 정립된 이론이 부족하다. 최근 트렌드다 보니 아직 혼돈 상태인데, 해당 시술에 대해서도 다룰 예정이다. 

- 심방세동의 새로운 위험인자로 '수면 무호흡증'을 지목했다. 그 의미는?

수면 무호흡증은 심방세동에서 아주 중요한 원인이다. 심방세동을 치료할 때 수면 무호흡증을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 즉 수면 무호흡증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심방세동을 시술하거나 치료할 때 수면 무호흡증을 관리하지 않은 군과 잘 관리한 군 간에 치료 효과가 완전히 달랐다.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이 심한 심방세동 환자는 수면 무호흡증을 가장 먼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에 시술을 권하거나 또는 이 두 가지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심방세동을 보는 임상의는 환자의 수면 무호흡증 관리를 잘 유지하면서 수면 질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치료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 세션도 눈에 띈다.

인공지능이 여러 의학 분야에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부정맥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환자의 1년을 넘어 5년 뒤까지의 급사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이 잠깐 보고 진단하는 시대를 지나 장기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이용해 부정맥 위험을 평가하게 되는 것. 인공지능을 이용해 심장병으로 급사할 위험이나 심부전 발병 위험이 있는지 평가하고 개별적인 치료를 적용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또 굉장히 많은 유전자 조합에서 급사나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인공지능이 찾아내 어떤 변이가 있을지 분석하는 데 활용하게 될 것이다.

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인공지능 회사와 함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논의할 계획이다.

- 이 외에 주목할만한 세션이 있다면?

심장병과 관련된 부정맥, 심근경색증 등 심장기능이 감소해 생기는 부정맥을 어떻게 치료할지를 논의한다. 또 심방세동의 비약물요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최근 문제가 되는 급성 심장사를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지에 대해 대규모 연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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