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박재현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근 '수술 전·중·후 관리에서 목표지향적 치료의 중요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좌장은 서울의대 박재현 교수가 맡았으며 Prof. Maxime Cannesson이 강연했다.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연자 Prof. Maxime Cannesson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SA

모니터링-케어 프로토콜을 연계한 목표지향적 치료
모니터링 도구는 환자들의 생리학적 상태를 이해하는 데에 유용하고,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치료 방향이 결정될 때가 많다. 그러나 모니터링 도구만으로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21,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가 진행됐다. 환자들을 맥박 산소 측정법(pulse oximetry)을 이용해 말초 산소 포화도(peripheral oxygen saturation)를 모니터링하며 수술을 시행하는 군 또는 맥박 산소를 측정하지 않고 수술을 시행하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관찰했다. 연구 결과, 맥박 산소 측정의 시행 여부는 환자들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Anesthesiology. 1993;78:436-44). 이처럼 모니터링 자체만으로는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모니터링 도구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니터링 도구를 환자 케어 프로토콜(protocol of care)과 연계해 목표지향적 치료(goal directed therapy)를 하는 것이다.
2001년 패혈증에서의 목표지향적 치료에 관한 Rivers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 약 260명을 두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일반적인 치료를 적용하거나 내원 후 6시간 이내에 중심정맥압, 평균동맥압, 중심정맥산소포화도(central venous oxygen saturation, ScvO2)를 최적화하는 조기 목표지향적 치료(early goal directed therapy, EGDT)를 적용했다. 그 결과 패혈증과 연관된 사망률은 일반적인 치료군이 46.5%, 프로토콜에 따른 EGDT군이 30.5%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9, N Engl J Med. 2001;345:1368-77).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패혈증의 EGDT 프로토콜을 정립하기 위한 다기관 대규모 임상연구들이 진행됐다. 그중 Protocolized Care for Early Septic Shock (ProCESS) 연구는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로, 초기 패혈증 쇼크 환자들을 세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프로토콜에 근거한 EGDT 또는 프로토콜에 근거한 표준 치료 또는 일반적인 치료를 받도록 한 결과, 수술 후 60일째 사망률 및 수술 후 1년째 사망률에서 세 군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N Engl J Med. 2014;370:1683-93).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같은 디자인의 다기관 연구인 Australasian Resuscitation In Sepsis Evaluation (ARISE) 연구 결과 역시 초기 패혈증 쇼크로 내원한 환자들에서 EGDT가 치료 후 90일째 사망률을 일반적인 치료 대비 개선시키지 못함을 보였다(N Engl J Med. 2014;371:1496-506).
ProCESS와 ARISE 연구에서 EGDT가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1년 발표된 Rivers의 논문에서 환자들의 사망률은 평균 약 35%였던 반면 2014년에 발표된 ProCESS 연구와 ARISE 연구에서의 사망률은 모두 평균 약 20%로 14년 동안 패혈증과 관련된 사망률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패혈증 사망률이 감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혈증 환자들에 대한 치료 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1~2014년에 새롭게 개발된 패혈증 치료제나 도구는 없고 예전보다 환자들을 빨리 치료하고 의사, 간호사, 응급실, 중환자실 간에 더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변화가 있었다. 이는 Rivers의 연구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환자 케어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가 패혈증 관련 사망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술 중 목표지향적 수액 투여의 과학적 배경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CI)과 Vanderbildt University (VU)에서 복부수술을 받은 환자 5,813명(담당 마취과 전문의 234명)을 대상으로 수술 중 투여된 정질용액(crystalloid)의 양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마취과 전문의 간에 정질용액 투여량의 차이가 컸고 동일한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별로 투여한 정질용액 양의 변동성도 컸다. 환자에게 투여된 정질용액의 양에 대한 독립적인 예측 인자를 알아보기 위해 다중회귀 분석한 결과,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중 정질용액 투여량에 대한 독립적인 예측 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Br J Anaesth. 2015;114:767-76). 즉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어떤 마취과 전문의가 담당하는가에 따라 투여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고, 환자의 체액량 상태(volume status)는 수술 합병증 발생률과 연관이 있으므로 이러한 변동성은 수술 후 경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J Cardiothorac Vasc Anesth. 2010;24:487-97).
수술 중 수액 관리와 혈역학 최적화를 위한 프로토콜이 수술 결과를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메타분석에서 예방적 혈역학 모니터링 및 모니터링과 연계한 치료가 수술로 인한 사망률과 이환율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고(Anesth Analg. 2011;112:1392-402), 200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수술 중 목표지향적 수액 투여(goal-directed intraoperative fluid administration)가 대수술 후의 입원기간을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나타났다(Anesthesiology. 2002;97:820-6).
이처럼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수술 중 목표지향적 수액 투여는 심장의 일회박출량(stroke volume)과 전부하(preload) 간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Frank-Starling 법칙을 토대로 한다. Frank-Starling 곡선은 심장의 전부하가 증가할 때 일회박출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steep 구간과 전부하가 증가해도 일회박출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plateau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수술 시 환자의 일회박출량을 모니터링 한 후, 수액을 투여했을 때 일회박출량이 급격히 증가하면 환자의 상태가 Frank-Starling 곡선의 steep 구간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므로 일회박출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때까지 수액을 계속 투여한다. 하지만 수액을 투여해도 일회박출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면 Frank-Starling 곡선 plateau 구간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므로 수액 투여량을 늘리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수액을 더 투여하게 되면 일회박출량이나 산소 전달량은 증가하지 않고 전부하만 증가해 조직 부종을 유발할 뿐이다. 심장이 Frank-Starling 곡선의 plateau 구간에 도달했는데도 평균동맥압이 여전히 너무 낮다면 이것은 수액의 문제가 아니므로 혈관 수축제를 투여해야 한다. 일회박출량 대신에 일회박출량 변이(stroke volume variation, SVV) 또는 맥압 변이(pulse pressure variation, PPV)를 측정할 수도 있다. SVV나 PPV가 클 경우 수액을 더 투여하고 10~11% 아래로 감소하면 Frank-Starling 곡선의 plateau 구간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므로 수액을 더 투여하지 않는다.
현재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 (NHS)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전문가 단체에서 목표지향적 수액 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액 관리와 혈역학 최적화를 위한 프로토콜을 시행하고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많은 기관들이 심박출량 모니터링만을 시작했을 뿐인데, 모니터링만으로는 수술 결과를 개선시킬 수 없다.

수액 관리-혈역학 최적화 위한 프로토콜이 수술 결과에 미치는 영향
약 4년 전 UCI에서 수술 중 수액 관리를 프로토콜화(protocolize)해 병원 내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우선 웹사이트를 통해 간호사, 의사들에게 목표지향적 치료에 대한 체계화된 임상 교육을 시행했고, 5명의 외과 전문의가 중심이 돼 다음과 같은 고위험 복부 수술 중 수액 관리에 대한 프로토콜을 정립했다<그림 1>.

 

1. 기본 정질용액을 주입 펌프(infusion pump)를 통해 3 mL/kg/h로 주입되도록 설정한다.
2. 심박출량과 SVV를 모니터링하면서 심장이 Frank-Starling 곡선의 plateau에 도달하도록 수액을 bolus로 추가 투여한다.
3. 만약 심박출량에 대한 목표에 도달한 후에도 평균동맥압이 여전히 낮을 경우 혈관 수축제를 투여한다.
1년 동안 프로토콜 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프로토콜을 시행하기 전과 후에 수술 받은 환자들의 결과를 비교했다. 프로토콜을 시행하기 전에 수술 받은 환자는 128명이었으며 이 중 췌장 수술이 48%, 결장 수술이 21%, 간 수술이 16%, 부인과 수술이 15%를 차지했다. 프로토콜 시행 후 수술 받은 환자는 203명이었으며 이 중 췌장 수술이 46%, 간 수술이 24%, 결장 수술이 19%, 부인과 수술이 11%를 차지했다. 두 군의 평균 나이와 체중은 비슷했으며, 두 군 모두 미국마취과학회(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 ASA)가 사용하는 신체상태 분류 등급의 Ⅲ-Ⅳ에 해당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프로토콜 시행 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환자에게 투여된 총 수액량으로, 평균 9.9 mL/kg/h에서 평균 6.6 mL/kg/h로 유의하게 감소했다(p<0.0001). 수액 중 정질용액의 투여량은 프로토콜 시행 전에 평균 7.5 mL/kg/h였던 것이 시행 후 평균 4.9 mL/kg/h로 감소했다(p<0.0001). 임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먼저 관찰된 변화는 수혈률의 감소였다. 출혈량에는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토콜 시행 후 수혈률이 감소했는데, 이는 헤모글로빈의 양이 같을 때 수액을 더 적게 투여하면 헤모글로빈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혈률의 감소로 인해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과 입원 기간도 감소했다(Crit Care. 2015;19:261)<그림 2>. UCI의 투자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복부 수술 환자들의 입원 기간이 약 2일 감소했고 합병증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프로토콜을 시행한 후 UCI에서는 고위험 복부 수술 환자들의 연간 의료 비용 816,000 달러가 절약됐다.

 

수술 전·중·후 효율적-안전한 수액 관리 위한 새로운 시스템
수술실에서는 수많은 모니터링 기계가 동시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정보들은 서로 단절돼 있어 이들을 모두 취합한 후 환자 케어에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모니터링 기계들과 주입 펌프들 간에 어떠한 정보 전달도 이뤄지지 않아 마취과 전문의들이 모니터를 확인한 후 직접 주입 펌프를 통해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많은 환자들이 오피오이드(opioid)가 투여되는 자가통증 조절장치를 이용하게 되는데, 오피오이드로 인한 호흡억제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호흡률을 모니터링하는 기계는 있지만 모니터링 기계가 주입 펌프에 신호를 보내 오피오이드가 더 이상 투여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끝에 closed-loop system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모니터링 기기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아 수액 또는 약물 투여를 결정한다.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에 모니터링 기기와 주입 펌프를 연결해 실제 대동맥 양측 대퇴동맥 우회수술에서 사용했을 때, 환자의 일회박출량이 감소하면서 SVV가 증가하자 수액이 주입되고, 일회박출량이 회복되면서 SVV가 감소하자 수액 주입이 중단돼 환자의 혈역학을 최적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에서 마취과 전문의는 프로그램에 SVV, 심박출량 등에 대한 목표를 입력하고 기기를 감독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closed-loop system은 마취과 전문의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마취과 전문의의 역할은 단순히 수술 절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복잡한 생리를 이해하고 프로토콜을 환자의 상태에 적합하게 개별화하는 등 수술 전·중·후로 환자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Closed-loop system에서 주목할 점은 자동화가 아니라 모니터링 기기와 주입 펌프가 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과학 기술 및 환자 안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Q&A
Q: 마취과 전문의에게 의존적인 목표지향적 치료와 closed-loop system을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 대조 연구가 있습니까?
A: 아직 없습니다. 현재 기술을 허가 받은 상태이고 허가를 받은 회사에서 기계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계가 개발되면 FDA 승인을 위해 우선 기계의 효율성(efficiency)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입니다. 이 기계의 경우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목표지향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안전성 측면에서는 수액을 과도하게 투여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에서 이 기계가 환자의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는 연구가 진행됩니다.

Q: 현재 모니터링 도구가 많이 개발돼 있는데 가끔 매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때가 있습니다. Closed-loop system은 모니터링 기계로부터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었을 때를 대비한 안전 장치가 있습니까?
A: 상당히 복잡한 답변이 될 것 같습니다. 첫째, closed-loop system에는 당연히 안전 한계(safety limit)가 설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옆에서 잘 감독해야 합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임상의들은 무엇보다도 이 기술의 제한점을 가장 주의 깊게 배워야 할 것입니다.
둘째, 어떤 항목을 자동화하는가에 따라 위험도가 매우 달라집니다. 자동화할 수 있는 항목은 다양합니다. Bispectral index (BIS)와 propofol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BIS 최적화가 결과를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고, propofol은 500 mL 또는 1 g 단위로 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과량이 투여될 위험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propofol을 마약으로 분류해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혈당 수치와 인슐린 투여도 자동화할 수 있고, 엄격한 혈당 조절이 결과를 개선시킨다는 근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슐린은 고농축 약물이므로 자동화할 때 과량이 주입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액 관리 면에서는 안전하게 제한돼 있습니다. 수액 1팩은 1 L 용량으로, 최악의 경우라 해도 수액 1 L가 한 번에 투여되는 정도이므로 비교적 안전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수액 관리는 FDA 승인 시 closed-loop system의 안전성을 증명하기에 적합한 출발점입니다. 또한 수액관리/혈역학의 closed-loop system을 사용하면서 혈당/인슐린의 closed-loop system 또는 BIS/propofol의 closed-loop system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한 항목에 대해 관리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closed-loop system이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closed-loop system과 자동화의 조절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Closed-loop system은 이미 항공기,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closed-loop system에는 검증된 안전 한계가 설정된 상태입니다. Closed-loop 엔지니어들은 closed-loop system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는 우수한 마취과 전문의 인력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취과 전문의들의 역할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A: 마취과 전문의의 역할을 수술실 내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수술 전후 기간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수술의 문제점은 수술실 안이 아니라 수술 전후 기간에 주로 발생합니다. 수술 전후 기간의 환자 케어는 이미 수년간 내과나 외과 전문의들에 의해 이뤄져왔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재 전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으므로 향후 외과 수술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외과 전문의들은 수술 전후 기간에 환자를 케어할 시간이 부족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마취과 전문의들이 수술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면서 수술실 밖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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