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TP 억제제 계열 치료 신약 주목
"수치보다 기능 관리에 집중해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700만 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며, 이는 전체 사망 원인의 30%에 육박할 정도다. 주목할 점은 선진국에서 심혈관질환 또는 이로 인한 사망이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꼽히는 요인이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특히 국내 이상지질혈증은 외국과 달리 고LDL콜레스테롤(LDL-C)혈증·고중성지방(TG)혈증·저HDL콜레스테롤(HDL-C)혈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에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에 대해 짚어봤다.

<기획-상>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 '삼중주' 조화에 주목하라
<기획-하>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HDL-C 조절 약물은?

HDL-C 조절 약물은 '개발 中'

이처럼 LDL-C를 목표치로 관리하기 위해 스타틴을 투여하고, TG도 함께 조절해야 한다면 피브레이트를 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저HDL-C혈증을 원인으로 남아있는 심혈관질환 위험은 문제로 꼽힌다. HDL-C를 관리할 수 있는 약물전략은 없을까?

5년 전 HDL-C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과 함께 이를 분석한 AIM-HIGH 연구가 진행됐다(N Engl J Med. 2011;365:2255-2267). 해당 연구에서는 LDL-C가 잘 조절되고 있음에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참가자들에게 스타틴과 함께 HDL-C를 높이는 대표 약제인 나이아신(niacin)을 병용투여해 예후를 관찰했다.

32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스타틴과 나이아신을 함께 투여받은 참가자의 HDL-C는 높아졌지만 예상과 달리 심장마비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뇌졸중 위험이 스타틴 단독투여군보다 2배 이상 높았다(1.6% vs 0.7%). 이에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은 임상시험을 중단시켰고, 지난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해당 연구를 근거로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에서 스타틴과 나이아신의 병용에 대한 적응증을 삭제했다.

HDL-C를 높이는 전략으로 주목받은 또 다른 약제가 콜레스테롤 에스테르 전이단백질(CETP) 억제제다. LDL-C는 낮추고 HDL-C를 높이는 이중 효과로 '차세대 스타틴'으로서 주목을 받았던 CETP 억제제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이은 임상연구에서 쓴맛을 봤다.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디뎠던 토세트라핍(torcetrapib)은 3상 임상인 ILLUMINATE 연구에서 HDL-C가 증가하고 LDL-C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해 안전성 문제로 2006년에 연구가 조기 종료됐다(ClinicalTrials.gov Identifier: NCT00134264). 

후발 주자인 달세트라핍(dalcetrapib)도 3상 임상인 dal-OUTCOMES 연구에서 위약 대비 HDL-C는 증가했지만 유의미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어 임상을 중단했다(N Engl J Med. 2012;367:2089-2099). 같은 계열 약물인 아나세트라핍(anacetrapib)은 LDL-C를 40% 감소시켰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은 위약 대비 2%로 소폭 증가해 향후 안전성에 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Lancet. 2015;385:2153-2161).

현재까지 CETP 억제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힘을 못 쓰는 가운데, 지난 4월 국내 CETP 억제제 계열의 치료 신약인 'CKD-519'가 미국 물질특허를 받아 두각을 보였다. 동물실험에서 HDL-C를 높이면서 동맥경화반 크기를 감소시켜 심혈관질환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김 교수는 "역학연구를 보면 HDL-C는 동맥경화질환 예방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아직 이를 조절하는 약제는 없다"면서 "CETP 억제제 연구가 잇따라 실패하고 있지만 전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HDL-C '정예부대'로 뭉쳐야"

HDL-C를 높이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약물 개발의 고전 속에서, 최근에는 수치보다는 '기능'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DL-C가 오합지졸로 모이는 것보다는 정예부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CETP 억제제의 임상적 이익이 없었던 이유를 조사하던 중 HDL-C의 크기와 기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HDL-C는 혈관에 떠도는 LDL-C를 제거하면서 수용성으로 변하는데, 크기가 작고 기능이 좋지 않으면 수용성으로 변하지 않아 임상적 이익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2014년 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능이 비정상적이고 크기가 작은 HDL-C는 산화효소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고 수용성으로 변하지 않아 동맥벽에 달라붙어 LDL-C처럼 작용했다(Nat Med. 2014;20:193-203).

올해 발표된 연구에서도 HDL-C가 높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LDL-C가 낮은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SCARB1의 단백질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HDL-C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조군보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약 80% 더 증가했다(Science. 2016;351:1166-1171).

약물치료 전 생활습관 개선 우선

국내 이상지질혈증은 LDL-C·HDL-C·TG의 삼중주가 잘 맞아야 하지만, 약물 투여로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은 LDL-C와 TG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상지질혈증 관리에 약물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을 가장 먼저 교정해 세 가지 요인을 동시에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의 일차 치료전략은 약물 투여보다 생활습관 교정이다"며 "6주 정도는 생활습관을 개선해보고 그 후에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 투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먹어서 올라가는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간에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 기본적으로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식사량을 줄이며 붉은 고기나 닭고기 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내 치료지침 제작에 참여한 한 대학병원 교수도 "환자는 본인의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약물 순응도가 좋아진다"면서 "임상의 역시 환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치료에 임해야 하다"고 피력했다. 덧붙여 그는 "스타틴을 투여하면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고 너무 강조됐는데,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