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세 이상 2명 중 1명은 이상지질혈증,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유병률 높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700만 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며, 이는 전체 사망 원인의 30%에 육박할 정도다. 주목할 점은 선진국에서 심혈관질환 또는 이로 인한 사망이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꼽히는 요인이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특히 국내 이상지질혈증은 외국과 달리 고LDL콜레스테롤(LDL-C)혈증·고중성지방(TG)혈증·저HDL콜레스테롤(HDL-C)혈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에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에 대해 짚어봤다.

<기획-상>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 '삼중주' 조화에 주목하라
<기획-하>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HDL-C 조절 약물은?

남녀 모두 50대 이후 급증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국내 데이터'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이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으며, 남녀 모두 50대 이후에 급증했다. 이는 고LDL-C혈증, 고TG혈증, 저HDL-C혈증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각각의 유병률은 15.5%, 18.6%, 28.4%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LDL-C혈증·고TG혈증·저HDL-C혈증을 동시에 보이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나마 서양에 비해 낮다고 여겨졌던 LDL-C는 계속 증가 추세다.

고려의대 김응주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이 서구 식단화 되면서 LDL-C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지방 섭취량 역시 1969년 7%에서 2012년에는 21% 정도로 약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며 "식습관 변화가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 특성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식습관 등의 원인으로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늘어나는 만큼 최적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국내 연구팀이 발표한 PRIMULA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3명 중 단 1명만이 지질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었고, 절반은 TG와 HDL-C가 잘 조절되지 않았다(54th Annual Scientific Meetings of the Korean Society of Cardiology; 2010 Oct 7-9). 즉 여러 치료전략으로 잘 조절되고 있는 LDL-C와 함께 TG와 HDL-C까지 고려한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지질관리전략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치료지침, 유럽 가이드라인과 '일맥상통'

이에 학계는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때마다 그 내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 발표된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 가이드라인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2011년 ESC·EAS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C 목표치를 설정한 반면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강도를 기준으로 치료를 권고하면서, 각기 다른 치료 기준을 내세워 혼선을 초래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 발표한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서는 LDL-C 목표치를 차등 설정해 유럽과 방향을 같이 했다. 

5년 만에 발표된 ESC·EAS 가이드라인은 LDL-C 목표치를 기준으로 한 기존 틀을 고수했다. 국내 치료지침에서 여러 번 강조한 TG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ESC·EAS 역시 TG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조절해야 하는 타깃으로 인정하면서 고TG혈증 치료전략을 별도 섹션으로 다뤘다. ESC·EAS는 TG가 200mg/dL을 초과할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면 일차 치료약제로는 스타틴을 제시했고, 이후에도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IIb, C). 

국내 치료지침에서는 TG가 200mg/dL을 초과하면서 LDL-C가 동반 상승됐다면 일차적으로 LDL-C를 목표치로 낮추기 위한 스타틴 투여를 제시했고(I, A), 이후에도 TG 조절이 필요하다면 피브레이트, 니코틴산, 오메가-3를 추가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II, B).

국내 치료지침 제작에 참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미국 가이드라인은 무작위·대조군 연구 결과만을 인정했지만, 유럽 가이드라인은 역학연구나 후향적 연구, 하위군 연구에서 스타틴과 비스타틴 계열의 병용요법 효과가 일관되게 유의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면서 "여러 논의를 통해 국내 치료지침을 마련했는데, 유럽 가이드라인과 일맥상통했다"고 밝혔다.

LDL-C는 '스타틴'…TG는 '피브레이트' 병용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지질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일차적으로 권고하는 약제는 스타틴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지질개선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 백인 대비 더 적은 용량으로 유사한 LDL-C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Am J Cardiol. 2007;99:410-414). 스타틴만으로 LDL-C가 목표치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IMPROVE-IT 연구를 근거로 에제티미브와의 병용을 통해 지질을 조절할 수 있다(N Engl J Med. 2015;372:2387-2397).

그러나 스타틴만으로는 고TG혈증·저HDL-C혈증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조절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국내 치료지침과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TG를 조절하기 위한 스타틴 병용 파트너로서 2010년에 발표된 ACCORD-LIPID 연구의 하위분석을 근거로 피브레이트를 권고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TG가 높고 HDL-C가 낮은 당뇨병 환자에게 심바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투여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이 30% 감소해, 피브레이트 병용 전략에 힘을 실었다(Lancet. 2010;375:1875-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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