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상한 아닌 '일괄적용 기준'으로 법령에 명시...의협 "정부 일방적 결정, 유감"

대리수술 등 비도적 진료행위에 대한 '자격정지 1년'의 처분이, 처분의 상한이 아닌 '일괄적용 기준'으로 법령에 명문화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정한 비도덕 진료행위 8개 항목에 해당하는 사유로 적발됐다면,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자격정지 1년의 처분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28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개정작업이 진행 중인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에 비도덕 진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자격정지 12개월'로 일괄 명시됐다.

앞서 정부는 대리수술과 부적절 의약품 사용 등 비도덕 진료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기존 자격정지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정한 비도적 진료행위는 ▲대리수술 ▲무허가 주사제 사용 ▲오염된 의약품 또는 사용기한 만료 의약품의 사용 ▲진료 목적 외 마약·향정신성의약품 처방·투약 ▲진료 중 성범죄 ▲임신중절수술 시행 ▲기타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 모두 8개 항목.

현행 법령은 비도덕 진료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어, 대리수술 등의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도 의료법상 '품위손상', 의료법 시행령상 '비도덕적 의료행위' 규정을 빌어 처분을 진행해왔다. 

현행 법령에 의거한 행정처분 최대수위는 자격정지 1개월.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사건 등 이슈 때마다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 정서에 비춰 볼 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입법 예고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 비도덕 진료행위를 대리수술 등 8개항으로 구체화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 기준을 '자격정지 12개월'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처분수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 사안의 경중, 사건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부가 정한 비도덕 진료행위로 적발될 경우 무조건 자격정지 1년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 제재라는 지적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 수위를 '자격정지 12개월'로 고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의료인 면허관리 개선방안'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일자, 자율규제를 포함한 합리적 개선방안 마련을 목표로 의사협회와 논의를 지속해왔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도덕 진료행위에 대해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원회 요청 내용대로 경고부터 자격정지 1년까지 유연하게 처분하겠다던 협회와의 사전협의와는 다르게, 처분규칙 입법예고 상에는 비도덕 진료행위에 대한 처분이 자격정지 12개월로 고정되어 있다"며 "이는 의협과 최종적으로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복지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면허제도 개선안 중 사전협의 되지 않은 부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정부에 "애초 협의한 대로 유연하게 처분하는 것으로 조정하고, 비도덕 진료행위 유형 또한 보다 심층적인 검토와 의견수렴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의협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는 예정대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전문가평가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회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는 우리의 숙원사업인 자율규제권 확보 실현에 한걸음 가까이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처분수위 논란과 관련해 복지부는 국민정서와 여론을 감안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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