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H 2016] 염분과 심혈관질환
고염식하면 심혈관질환 위험 높아져…적당량 섭취가 중요

지난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염분(salt) 섭취 권장량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꾸준히 저염식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는 염분과의 전쟁이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동양인의 염분 섭취량은 서양보다 많으며 혈압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담배와 술을 끊고 염분 섭취량을 줄이는 것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세계고혈압학회(ISH) 역시 염분 섭취량을 조절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러 세션을 마련하면서 세계적인 건강 문제에 응답했다.

그리고 27일에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염분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을 주제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심혈관질환을 따라다니는 꼬리표 '염분'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바로 염분이다. 세계적으로 염분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혈압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고염식을 하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졸중과 심장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염분 섭취량을 줄이면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등의 질환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 또 저염식을 하면 세계적으로 약 125만 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WHO와 FDA는 건강을 위해 하루 염분 섭취량을 최대 2.3g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WHO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만성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평균 염분 섭취량을 30% 낮추겠다는 내용을 중요한 액션플랜으로 제시했다.

영국 워릭의대 Francesco Cappuccio 교수 역시 여러 연구를 근거로 내걸며 고염식을 하고 있다면 염분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Cappuccio 교수는 염분 섭취량과 혈압과의 연관성을 직접 분석한, 최근 Nephrol Dial Transplant 9월호에 실린 연구를 근거로 내세웠다.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를 메타분석했고, 그 결과 염분 섭취량이 낮을수록 혈압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는 혈압이 정상인 사람과 고혈압 환자, 혈압에 상관없이 전체 참가자를 대상으로 염분 섭취량에 따른 혈압 변화를 분석했고, 등록 당시의 혈압과 관계없이 저염식을 할수록 건강했다고 정리했다. 

▲ 영국 워릭의대 Francesco Cappuccio 교수가 'Lowering salt intake and cardiovascular risk reduction: What is the evidence?'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그는 염분 섭취량이 적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아진다는 연구를 한편 더 소개했다. 2011년에 Lancet에 발표된 연구로서, TOHP I과 TOHP II 연구 등을 메타분석한 결과 저염식을 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TOHPI과 TOHPII 연구는 장기적으로 저염식을 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25% 낮아진다고 발표한, 저염식의 효과를 강조한 대표 연구다.

'The lower is the better' 전략, 염분에도 통하나?

그렇다면 하루 염분 섭취량이 낮으면 낮을수록 건강에 좋은 걸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논란은 ONTARGET·TRANSCEND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염분 섭취량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관찰한 연구가 시발점이 됐다(JAMA 2011;306:2229~2238). 해당 연구에서는 하루 염분 섭취량이 7g 이상으로 고염식을 할 경우 심혈관 사망률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증가한다고 나와, 꾸준히 강조됐던 고염식의 위험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논란이 된 부분은 지나친 저염식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다. 하루에 염분을 2~3g 먹는다면 4~6g 먹을 때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19% 증가했고, 2g 미만으로 더 줄이면 사망률과 심부전 위험이 급격하게 늘었다. 즉 염분 섭취량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비례 또는 반비례 관계가 아닌 J 커브 형태로 존재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Cappuccio 교수는 "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연구에 포함된 대상군이 고령이고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자가 대다수였기에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염분 섭취량을 스폿 유린(spot urine)을 이용해 가와사키 방정식(kawasaki equation)으로 계산했는데, 이 방법 역시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지나친 저염식이 건강에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근거 수준이 높지 않아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하루에 먹는 염분량을 적당 수준으로 조절하면 뇌졸중, 심장발작 등의 위험이 낮아지므로, 적정량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Martin O'Donnell 교수가 'Salt intake: How much should we reduce?'를 주제로 발표했다.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Martin O'Donnell 교수도 염분 섭취량 논란에 대해 "목표 염분 섭취량을 낮을 수록 건강에 좋은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그 근거로 그는 2014년에 발표된 PURE 연구를 내세웠다. 이 연구는 17개국에서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염분 섭취량에 따른 심혈관질환과 사망률을 3.7년간 추적관찰한 대규모 연구로서, 지나친 저염식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돼 최적 염분 섭취량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연구에서는 하루 염분 섭취량이 4g 이상 6g 미만인 경우를 기준군, 7g 이상을 고염식군, 3g 이하를 저염식군으로 설정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기준군보다 고염식군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15% 더 높았고, 저염식군 역시 27% 높아 고염식만큼 지나친 저염식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도출됐다.

O'Donnell 교수는 "하루 염분 섭취량이 적당한 사람들도 심혈관 건강을 위해 더 저염식을 해야 하는지는 향후 강력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진행돼야 명확해질 것"이라며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를 보았을 때 지나친 저염식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생활에서 하루 염분 섭취량 조절하기 어려워"
"건강과 경제적 이익 위해 국가 차원에서 조절 필요"

세계적으로 염분 섭취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일반인들 역시 이를 알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염분 섭취량을 조절하기엔 방해세력이 많다.

Cappuccio 교수는 "인위적으로 추가한 염분이 아닌 음식 재료에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염분은 12%이고, 직접 요리하거나 집에서 먹는 음식으로 얻는 염분은 11%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식당 또는 식품 제조상에서 가공된 음식으로 얻는 염분이 77%나 되기 때문에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계적인 기관들이 인지하고 있던 문제로, FDA는 식품 제조사와 식당 등 식품업계에서 염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제빵·수프·가공육 등 약 150개 식품에 대해 자발적으로 염분 함유량을 낮출 것을 올해 가이드라인을 통해 피력했다.

Cappuccio 교수는 "염분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에서 건강과 관련된 지원을 확대하기엔 재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염분 섭취량을 낮추면 국가적으로 비용 절약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 이러한 효과는 정부의 법률 제정으로 가공식품에 포함된 염분 함량이 낮아질 때 얻을 수 있다고 제한했다.

그는 "저소득국 또는 중진국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염분 섭취량이 낮아지면 약 15%의 비용 절약 효과가 있었다"며 "이는 1년에 1인당 약 0.4 달러(한화 약 450원)만으로 10년 동안 138만 명이 사망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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