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정섭 부산대병원 교수

강직성 척추염. 이름 그대로 풀면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겨 뻣뻣하게 굳는 병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 세포가 척추관절을 공격, 염증성 통증과 강직 현상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계속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하기에, 조기에 진단받지 못한 채 방치하면 척추가 직각으로 완전히 굳어져버리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지난해 3만 8000여 명에 달했지만, 2010년 3만 4000여 명에 비하면 진단율은 크게 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왜일까? 일각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이 허리나 엉덩이 부위에 주로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이라 많은 환자가 정형외과를 방문하지만, 정작 정형외과에서는 환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놓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형외과에서도 강직성 척추염 환자를 200명 이상 진단하고 치료하는 부산대학교병원 이정섭 교수를 만나 정형외과 의사가 바라보는 강직성 척추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부산대병원 정형외과 이정섭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 정형외과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에 관심을 잘 갖지 않는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안은 채, 그리고 왜 아픈지도 모른 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직각으로 굳어진다. 하지만 이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치료를 통해 강직성 척추염의 진행을 막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 

- 정형외과에서 강직성 척추염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점차 척추 마디마디가 굳어지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대다수의 환자는 등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에 통증을 느끼며, 그 통증은 허리에서 엉덩이 쪽으로 번지게 된다. 게다가 아침에 통증이 심해지고 활동을 시작하면 나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환자는 허리가 아프다며 정형외과를 찾아오지만, 정작 정형외과에서는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하지 못해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외래에서 자주 접하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유형은?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20~40대를 환자로 자주 맞이하곤 한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조금 많은 발병률을 보이며,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허리통증이 지속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통증은 아침에 심하고 운동 후 개선되는 형태를 보인다. 

특히 젊은 남성 환자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허리 통증을 단순히 좋지 않은 자세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거나, 단순 디스크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강직성 척추염 진단 시 임상적 증상으로 유의 깊게 봐야 할 증상은?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문진할 때 허리 통증이 있거나 허리를 이용한 운동에 제한이 있다면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 천장관절염에 의한 엉덩이 통증이나 무릎, 발목 통증, 발뒤꿈치 통증, 포도막염과 같은 눈부심, 전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해야 한다. 

- 강직성 척추염 진단 시 방사선학적 증상은?

강직성 척추염 초기에 X-ray를 찍어보면 정상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병이 진행되면서 척추 주위에 뼈가 자라게 되고, 이들이 이어지는 소견을 보이거나 천장관절에 관절염을 보이기도 한다. 

- 방사선학 기준에서 등급을 매기는 기준은?

1등급부터 4등급까지 총 네 단계로 나뉜다. 1등급은 의심되는 경우이며, 2단계는 척추의 미미한 변화가 있는 경우다. 3등급은 분명한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마지막으로 4단계는 심각한 이상 소견이 있거나, 전체적으로 강직된 현상을 보이는 경우에 등급을 매기게 된다. 

- 강직성 척추염 치료 방법은?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 방법은 운동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운동치료는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관절을 잘 움직이게 해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약물치료는 통증을 줄여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고, 팔과 다리, 척추관절의 염증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약물치료나 운동치료로도 만족할 만한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강직성 척추염의 발생과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인 종양괴사인사(TNF)를 억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아울러 강직성 척추염이 심각하게 진행돼 척추가 앞으로 굽거나 고관절이 굳어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 NSAIDs에 비해 TNF-α 억제제의 효과와 안전성은?

종양괴사인자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를 차단해 효능을 내는 약제로, 기존 소염진통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 사용하게 된다. 아직까지 주사 부위의 통증 또는 감염, 결핵 발현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따른 치료 효과도 우수하다. 

- 정형외과에서 강직성 척추염을 보는 동료들에게 전해줄 환자 커뮤니케이션 팁은?

우선 강직성 척추염이 희귀질환이라는 것을 알게 된 환자를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대한 경과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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