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대 까를로스 베세스 라에벨 박사 인터뷰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증식성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 MPN)이 있다. MPN에는 진성적혈구증가증(PV), 본태성혈소판증가증(ET), 일차성골수섬유화증(PMF) 등이 있으며, 발병률은 10만명 당 각 2명, 2.54명, 1.46명 정도의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2015년 기준 약 7900명으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연평균 10% 이상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치적으로는 드물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골수증식성종양은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동 분야 세계적 석학인 바르셀로나의대 까를로스 베세스 라에벨(Carlos Besses Raebel) 박사를 만나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 바르셀로나의대 까를로스 베세스 라에벨(Carlos Besses Raebel) 박사

-전세계적으로 골수증식성 질환이 굉장히 희귀질환인데, 보통 임상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골수증식성질환(Myeloproliferative disorder, MPD)은 골수증식성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 MPN)으로도 불린다. 이 질환군은 세포 생성의 과다를 특징으로 한다. MPD 혹은 MPN에는 진성적혈구증가증(PV), 본태성혈소판증가증(ET), 1차골수섬유증(PMF) 총 3가지 질환이 있으며, 질환 별로 특징이 다르다. ET는 혈소판증가증이라는 이름처럼 혈소판 증가를 특징으로 하며, PV는 적혈구가 증가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PV환자의 50%에서는 백혈구나 혈소판이 동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PMF는 중증의 섬유증이 특히 골수 쪽에 나타나는 질환이며, 다수 환자들이 빈혈을 함께 겪는다. 임상증상 또한 각 질환 별로 차이가 있다. PMF는 빈혈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고, PV는 적혈구 생성과다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환자들이 두통이나 머리의 무거움 등을 호소하며, 소양증(pruritus)이 동반되기도 한다. 한편, ET의 경우 두 질환과 큰 차이가 있다. 대다수의 환자에서 진단 시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 실제 환자의 50%는 진단 시 무증상 상태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인 골수증식성질환 환자가 얼마나 존재하는가? 또한 증가하는 추세는 어떤가?
발병률에 대한 데이터는 있으나 신뢰하기 어려운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많은 국가에서는 각각의 MPN에 속한 질환들에 대해서 환자 정보(Patient Registry)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질환 별 환자 정보가 없다. MPN의 전세계적인 발병률을 보면, 1년에 10만명당 0.6~2.4명으로 추정된다. 그 중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은 ET로 ET, PV, PMF의 순서로 발병률이 높다. 최근의 증가추세 또한 ET에서 주로 관찰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ET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무증상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혈구 또는 혈소판의 증가 수치를 확인하고, ET 진단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한 의학 논문에 따르면, 골수증식성질환(MPN)의 한국 내 발병률이 유럽 및 미국과 차이가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유럽 및 미국에서는 ET, PV, PMF순으로 발병률이 높으나, 한국에서는 ET, PMF, PV로 뒤의 순서가 바뀌었다. 이 PMF가 PV보다 더 많이 발병하는 점에 대해서는 인종 별, 지역별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PN은 왜 생기는 것인가? 역학데이터가 있는가?
병인(etiology)을 보는 데이터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어떤 독성물질의 사용이 미국 내 PV환자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외부 요인 또는 환경적 요인이 MPN질환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확실한 데이터는 없다. 다만 MPN의 발병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MPN환자의 가족일 경우, MPN질환이 발병될 위험이 5~7배정도로 증가해, 잠재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 최종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2005년 JAK2유전자 돌연변이의 발견은 MPN과 관련해 생태적인 측면을 밝혀주는 데 큰 진척이라 할 수 있다. 2007년에는 또 다른 유전자돌연변이인 MPL이 추가로 발견됐다. MPL은 ET나 PMF의 발병과 연관이 있다.

MPN질환의 발병과 관련해 유전적 원인에 해한 큰 진척은 2013년, 칼레티쿨린(calreticulin) 유전자 돌연변이인 CALR을 발견한 것이다. CALR을 통해 JAK2, MPL모두에 음성인 MPN환자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이 세가지 돌연변이(mutation)를 바탕으로 MPN환자의 약 85~90%를 진단할 수 있다. 나머지 10~15% 환자만이 이 3가지 변이와 무관하다.
 
- 궁극적인 것은 치료영역이다. 각각의 질환 별 치료 목적과 이를 위해 치료법은 어떻게 되나?
유럽의 경우, 2011년에 만들어진 유로피안 백혈병 네트워크 가이드라인(ELNG)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MPN의 치료목적은 질환 별로 다르다. ET의 치료목적은 혈소판 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혈전증 등 기타 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며,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또한 ET의 경우 젊은 여성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환자의 임신가능성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며, 임신 외에도 수술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PV는 치료목적이 ET 와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적혈구용적(hematocrit)을 45%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 PMF의 경우, 생존기간의 연장을 치료목적으로 한다. PMF는 ET, PV와 비교해 생존기간이 가장 짧다. ET나 PV의 평균 생존 기간이 15~20년인 것에 반해서 PMF는 6년 정도이다. 만약 PMF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빈혈 개선을 치료 목적으로 한다.

-MPN의 치료는 아나그렐리드(anagrelide)과 하이드록시유레아(hydroxyurea), 두 가지 약을 사용한다.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치료제 선택에 있어 합의된 내용(consensus)는 없다. 유럽의 혈액학 전문의(hematologist)의 경우 하이드록시유레아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은 ELNG에서 하이드록시유레아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그릴린(아나그렐리드)이 혈소판의 수치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열등한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1차 치료제에 대한 선택 가이드라인이 다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1차 치료제로 아나그렐리드를 자주 처방한다.

유럽의 경우에도 가이드라인 권고 내용과 실제 현장에서 전문의의 처방에 차이가 관찰이 되고 있다.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하이드록시유레아를 모든 ET환자들에 대해서 연령과 관계없이 사용해야 한다(Should use)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임상에서의 처방 현황 데이터를 보면 유럽에서도 젊은 ET환자들 중 세포독성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환자에게는 아나그렐리드를 1차로 처방하고 있다.

-아나그렐리드의 특징은 무엇인가?
하이드록시유레아와 아나그렐리드를 비교한 2건의 연구가 있다.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동맥 혈관합병증에 대해서는 하이드록시유레아가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정맥 혈관합병증에 대해서는 아나그렐리드가 더 우월했다. 동유럽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두 약물의 혈관합병증에 대한 결과가 같았다. 영국과 동유럽의 연구는 환자들을 모집하는 기준(criteria)이 달랐기 때문에 동일선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혈관합병증에 대한 결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중요한 점은 혈소판 수를 조절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하이드록시유레아나 아나그렐리드가 모두 좋은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혈소판 수 감소에 대해서는 두 제제가 모두 좋은 약이다. 혈소판 수 감소 효과는 용량의존적인 면이 있기에, 고용량이면 빠르게 혈소판 수를 잡아줄 수 있겠지만 언제나 고용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바르셀로나의대 까를로스 베세스 라에벨(Carlos Besses Raebel) 박사

-합병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
 하이드록시유레아와 관련해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합병증은 피부 점막 피하에 나타나는 피부 질환이다. 치료를 받는 ET환자의 10~15% 정도에서 피부 합병증이 나타나는데 심각한 경우 하지궤양, 경미한 경우 구강궤양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백혈병 위험(leukemia risk)의 증가 등 중증의 부작용(SE)이 발생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하이드록시유레아로 인해 급성백혈병이 발병하는 가능성이 적지만 존재한다.

아나그렐리드의 경우에는 주로 두통, 심작박동수 증가 등 심혈관계의 부작용(side effect)이 나타난다. 이는 아나그렐리드의 분자가 가지고 있는 약동학적인 특징과 관계가 있는데, 분자 자체가 심장 수축 및 혈관의 이완을 자극을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혈관이 이완되면 두통이 유발되고, 심장이 수축되면 심장이 빠르게 뛰는 심계항진(palpitation, 심장의 두근거림)이 나타난다. 그러나 아나그렐리드는 백혈병 발병과 무관하다는 점이 다른 약물과의 차이점이다.

- MPN 치료에서 심혈관계 부작용(cardiovascular side effect)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아나그렐리드를 사용하는 환자 중 15~20%가 심계항진을 겪는다. 심계항진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중증의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치료에 있어 동반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무해하다는 것을 미리 설명하고, 환자가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사의 과제다.

-아스피린도 치료에 자주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스피린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아스피린이 혈소판 수를 줄이는 역할을 하진 않지만, 혈소판이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혈전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노인 환자들에서 혈전증(thrombosis)의 예방에 아스피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은 JAK2변이양성 환자들,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동반된 환자들에게도 아스피린을 사용한다.

모든 ET환자들에 대한 아스피린 사용 여부는 유럽 및 기타 국가마다 다르며, 합의된 바는 없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유럽의 경우, 모든 젊은 JAK2변이양성 환자와 젊은 환자 중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자에서 아스피린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60세 이상의 노인환자의 경우 혈전증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 사용을 권고한다.

-MPN의 치료제의 개발동향은?
최근의 MPN치료 및 신약 연구는 대부분 PMF에 집중이 되어 있다. 생존기간이 6년으로 가장 짧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PMF환자를 위한 신약연구들을 많이 진행한다. 실제 MPN과 관련한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에는 PMF의 파이프라인이 가장 많다. PV 치료에 있어서는 신약, 룩소리티닙(ruxolitinib)이 개발됐다. 하이드록시유레아 자체의 불내성이 있거나, 하이드록시유레아를 사용했지만 재발하는 환자들에 대해서 효과(efficacy)가 있다. ET의 경우, 아직 신약 개발이나 대규모의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다만 올해 코펜하겐에서 유럽 지역의 회의가 열렸을 때, 룩소리티닙과 전통적인 ET치료제를 비교한 연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이드록시유레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내성이 있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룩소리티닙을 사용했을 때 전통적인 치료법 대비 룩소니티닙이 우월하지는 않았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신규 제형에 대한 연구다. 아나그렐리드와 관련해 제약사에서 천천히 방출(Slow release)되는 서방형에 대한 개발이 있었으며 연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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