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심혈관 사건 26% 줄여 위약대비 역대 최대

주사형 당뇨약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 또 한 번 심혈관 예방효과를 입증하면서 동종 약들의 신분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은 세마글루타이드라고 하는 새로운 성분의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물이지만 이미 둘라글루타이드, 릭시세나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등 다른 성분의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나와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SUSTAIN-6 심혈관 사건 26% 예방

이번에 EASD에서 발표된 세마글루타이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는 SUSTAIN-6 이다. EASD가 아예 SUSTAIN-6 세션을 별로로 마련해 발표할 만큼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상당한 영향 예고하는 부분이다.

SUSTAIN-6 연구는 모두 3297명의 제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 제제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간 안전성을 비교한 연구이다. 50세 이상의 심혈관 질환(심혈관, 뇌혈관, 말초혈관 질환, 만성심부전II-III, 만성신부전 3단계 이상)이 있거나 또는 60세 이상이면서 잠재적(subclinical) 심혈관 질환이 확인된 군이 포함됐다.

92% 환자가 고혈압이 있었고 , 60%는 허혈성 심질환, 32%는 심근경색, 23% 심부전, 11% 뇌졸중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심뇌혈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고위험군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4세였으며, BMI는 92, 당뇨병 유병기간은 14년, A1C는 8.7%였다. 경구용 당뇨약 또한 최대 2종 이상 복용하거나 여기에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이들을 무작위로 나눠 세마글루타이드(0.5mg 또는 1.0mg) 또는 같은 주사형태의 위약(0.5mg 또는 1.0mg)을 투여하고 104주 후 1차 종료점으로 정의한 복합 심혈관 질환 발생률(심혈관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가 위약대비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26% 가량 더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위약군은 8.9%로 나타난 반면 세마글루타이드군은 6.6%로 기록되면서 비열등성은 물론 우월성 기준까지 충족시켰다.(HR, 0.74; 95% CI, 0.58 to 0.95; P<0.001).

아울러 심혈관 질환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재관류술 비안정형 협심증, 심부전 등을 포함한 보다 확장된 복합 심혈관 질환 발생률도 각각 1차 종료점과 동등하게 26% 줄였다(12.1% vs. 16.0%, HR 0.74 95% CI, 0.62 to 0.89 , P=0.002).

각각의 항목에서는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이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위약대비 39% 감소했으며(HR 0.61, 1.6% vs. 2.7% P=0.04), 재관류술 또한 상대적으로 위험을 3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HR 0.65, 5.0% vs. 7.6%, P=0.003). 새로운 신장병 발생 또는 신장병 악화도 36% 예방해주는 것으로 나왔다(HR 0.64, 3.8% vs. 6.1%, P=0.005).

1차 종료점 결과를 발표한 미국 캔사스시티 Research Medical Center의 Steven P. Marso 박사는 "심혈관 안전성 입증을 넘어 심혈관 개선이라는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번 연구를 계기로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예방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가 다시금 주목받을 전망이다. 앞서 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 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 발생을 위약대비 13% 덜 발생시켜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연구는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되면서 화제를 모은바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주목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는 "26% 심혈관 예방이라는 수치는 역대 당뇨약들의 검증한 심혈관 예방효과 중 가장 높은 기록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심혈관 예방효과로 앞으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이번에 나온 제제는 주 1회 제제라는 점에서 확산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계점도 일부 노출

SUSTAIN-6 연구는 발표되는 순간 연자의 발표를 중단할 만큼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일부 아쉬움과 한계점도 노출시켰다.

▲ 망막합병증이 76% 더 발생했다.

26% 심혈관 예방효과 이면에 궁극적으로 심혈관 사망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줄이지 못했다. 또 치료 과정에서 두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맥박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무엇보다도 망막 부작용이 무려 76% 가 증가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HR 1.76, 3.0% vs. 1.8%, P=0.02).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석이 필요할 전망이다.

부작용 결과를 발표한 영국 Swansea 의대 Stephen Bain 교수는 "전체적으로 망막증 사건 발생률은 낮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망막 부작용은 더 높았다"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당뇨병 치료제들이 잇달아 심혈관 예방효과를 입증하면서 치료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권 교수는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 예방효과까지 입증하면서 앞으로는 환자를 보다 세밀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한다"며 "다시말해  맞춤형 치료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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