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P 120~139mmHg 성인, 'CVD 위험'도 평가했을 때 치료 필요한 환자 늘어

정상 혈압 기준인 120mmHg보다 높지만 140mmHg보다 낮은 성인은 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도 고려해 고혈압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에 적합한 성인이 많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듀크 임상연구소 Ann M Naver 교수팀은 고혈압 치료의 경계에 있는 미국 내 성인을 대상으로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했고, 그 결과가 JAMA Cardiology 9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결과를 정리하면,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은 고혈압 치료를 시작해야 하거나 기존 치료보다 더 강한 치료 전략이 필요했다. 또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에 적합한 성인이 소수인 것으로 분석돼, 향후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그레이존' 성인, SPRINT·HOPE-3 연구 적용할 수 있나?

 

이번 연구는 최적 혈압 목표치에 대해 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은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를 수축기 혈압이 높은 미국 내 성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SPRINT 연구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를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을 목표로 치료했을 때 140mmHg 미만 치료군보다 심혈관질환·심혈관 원인 사망·모든 원인 사망이 유의하게 감소해, 최적 혈압 목표치는 120mmHg 미만이 적절하다고 피력한 연구다. 

이와 달리 HOPE-3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고 연간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1% 이하로 정의된 중등도 위험의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 기준을 낮춰도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와, 고혈압은 140mmHg부터 치료하는 게 맞다고 역설했었다.

연구팀은 최소 수축기 혈압이 120mmHg이지만 140mmHg를 넘지 않는,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에 속한 성인이 두 연구에 적합한지와 고혈압 치료 전략이 필요한지에 주목했다.

그레이존이란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불분명한 집단이라는 의미로, 여기에 속한다면 고혈압 치료를 받을 수도 또는 받지 않을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약 2억 690만 명 성인을 대표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에 적합한 비율을 추정했다.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에 참가한 20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총 1만 4142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했고, 참가자 중 임신부는 없었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이 50.5%, 남성이 49.5%를 차지했다.

연구 종료점은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인 성인의 특징을 비롯해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와의 적합성으로 설정했고, 새롭게 고혈압 치료를 시작하거나 또는 치료를 강화해야 하는지도 함께 평가했다.

연구 적합한 그레이존 성인은 소수…혈압·심혈관질환 위험 함께 평가하면 조금 늘어

대표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 내 고혈압 성인을 추정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로 그레이존에 속한 성인은 약 7억 3100만 명이었다. 이 중 대부분이 고혈압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약 5억 3300만 명이 치료를 받지 않은 반면 약 1억 9800만 명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인 중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에 적합한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혈압만 보았을 때와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평가했을 때로 나눠 조사했다. 전체적인 결과를 보면 각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그레이존 성인은 일부인 것으로 나왔다.

먼저 혈압만 고려하면 SPRINT 연구에 적합한 경우는 치료를 받은 성인에서 13.9%, 치료를 받지 않은 성인에서 5.4%로 전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HOPE-3 연구 역시 SPRINT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치료를 받은 성인에서 13.9%였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서 1.7%로 총 15.6%밖에 차지하지 않아, 혈압만 고려하기엔 연구에 적합한 성인이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혈압과 함께 과거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경우도 평가했을 때 적합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SPRINT 연구에 적합한 성인 비율은 조금 증가했지만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HOPE-3 연구에서는 앞선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SPRINT 연구에 적합한, 그레이존이면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성인은 49%를 차지했고 이 중 27%가 치료를 받았으며 21.9%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2명 중 1명 정도만 연구에 적합하다는 분석이기에, 연구팀은 SPRINT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선 더욱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OPE-3 연구에서는 치료를 받은 환자가 10.6%,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가 2.1%로 혈압만으로 진단했을 때와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Navar 교수는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를 적용할 수 있는 그레이존 성인이 많지 않았다"면서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함께 평가했을 때 SPRINT 연구에 적합한 성인이 조금 늘었으므로, 결정적인 연구가 나올 때까지 임상에서는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과거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15% 이상으로 고위험군이면서 수축기 혈압이 120~130mmHg 성인도 고혈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가정했을 때, 치료군으로 재분류되는 성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치료받지 않은 성인 5800만 명이 치료군으로 재분류됐고, 치료를 받고 있는 성인 8500만 명은 기존보다 치료를 강화해야 했다.

Navar 교수는 "과거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던 환자는 자동적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고혈압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SPRINT 연구에서는 나이, 성별, 혈압, 콜레스테롤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고려했지만, 가족력, 비만, 관상동맥 석회 등 다른 위험요인도 임상에서 감안해야 할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고혈압 관리 강조돼…임상에서 활발한 논의 필요"

연구에 대해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두 연구를 비교하기엔 연구 디자인부터 다르고 지리적·인종적 차이가 있다는 한계점을 언급했다.

SPRINT 연구자인 미국 툴레인의대 Paul K Whelton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에서 고혈압 진단과 치료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HOPE-3 연구자인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Salim Yusuf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춰야 한다면 더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SPRINT 연구와 HOPE-3 연구에 적합한 성인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에, 향후 더 넓은 관점에서 연구를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표명했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국내 임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그레이존에 속한 고혈압 환자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할지 분석했기에 학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결과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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