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에서 6만명의 1형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으로 입원했다. 이로 인해 입원료 등 5500만 파운드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VEO와 640G로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저혈당을 방지할 수 있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함으로써 1인당 약 1500파운드의 입원료 부담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별도 혈당 모니터링을 위한 비용으로 연간 1인당 약 1500파운드, 입원 비용 회당 300~1600파운드, 응급실 방문 및 치료비용 회당 80~240파운드, 앰뷸런스 비용 회당 180~230파운드 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환자 삶의 질도 개선된 것이다.
-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면.
나는 메드트로닉에 근무하고 있지만, 소아과 의사로서 아직도 어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최근 1형 당뇨병을 앓고 잇는 2살, 5살 여자 아이와 부모를 만났는데 예전에는 밤새도록 직접 혈당을 체크해왔었는데, 530G를 사용하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아이들의 혈당체크를 하게 됐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게 되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가장 최근에는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가게 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참 뿌듯하더라.
- 아이들이 인슐린 펌프를 착용함에 따른 편의성 문제 지적은 없나.
어린 아이들일수록 인슐린 펌프를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조금씩 자주 먹는데 이 때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보다는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인슐린 펌프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등에 착용하면 잘 보이지도 않고, 하루에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보다 3일에 한 번씩 인슐린 펌프 소모품을 교체하는 게 보호자에게도 더 편리할 것이다.
- 인슐린 펌프의 미래와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VEO와 640G는 환자가 저혈당 위험이 왔을 때 자동적으로 인슐린 주입을 멈추는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음 발전 단계는 인슐린 주입에 관한 부분이라고 판단, 인슐린 주입에 대한 조절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는 혈당 변화에 따라 인슐린을 주입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뇨병 학계는 완치를 목표로 한다. 생물학적, 면역학적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한국은 인슐린 펌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은 인슐린 펌프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 원인으로는 '당뇨병을 숨겨야 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영국에서는 NICE에서 인슐린 펌프 사용을 권장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보험적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돈을 조금 더 투자해 추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환자들도 식당에서 연속당측정기를 꺼내거나 자가혈당측정을 한 뒤 맞춤 메뉴를 주문하듯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뇨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을 잘 조절해 질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당뇨병 발병 초기에는 조절이 쉬울지 모르겠지만, 점차 관리가 어려워져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이나 인슐린 펌프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당뇨에 대한 더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환자들은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때로는 의료시스템을 바꾸고 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도 총리가 될 수 있고 미스코리아가 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