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합의점 찾는데 오히려 방해
"항우울제 처방제한을 빨리 풀어 자살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달라"
최근 모 학회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비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고 있는 현 항우울제 급여 기준을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논조다.
전 세계 20개국 중 한국만이 항우울제 처방이 제한되고 있는 사실만 감안해도 항우울제 급여 기준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해결책 모색을 위해 열렸던 한 토론회에서 모 학회 관계자는 "60일 처방 제한은 치료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의사들 대부분은 뇌신경계질환 환자에게 우울증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토론회에서 이러한 일부 전문가의 '감성팔이'식 주장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합의점 찾기에 오히려 방해만 됐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신경계질환 환자가 내원한 경우에도 '60일 처방 제한' 때문에 우울증 진단 내리기를 꺼릴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구심부터 든다.
제대로 '진단'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치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맞다.
대한민국이 우울증·자살률 1위가 된 주된 원인을 '항우울제 제한 급여기준'으로 꼽은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급여기준으로 인한 제한된 약물치료가 신경계 질환자의 우울증과 자살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인·사회적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한된 급여기준 때문에 자살공화국이 됐다는 식의 무조건식 주장은 객관적인 시야를 흐리게 할 수 있다.
토론은 비판적 태도를 취해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지 못했으며, 검증된 근거만으로도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