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C형간염 집단감염 '의사 규제' 이어질라 우려

"40원짜리 주사바늘 값을 아끼려고, 주사기를 재사용 할 의사가 어디 있겠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의사면허 관리 등 규제강화가 아니라, 동네의원들도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잇따른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개원가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선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일련의 사태로 무너진 국민-의료계 간 신뢰회복을 위해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유 회장은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해 "의사들이 비용절감 등을 위해 1회용 주사기 등 치료재료를 재사용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런 소소한 비용을 취하기 위해 환자의 안전을 등한시 한 채 주사기를 재사용 할 의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대의원(현 JS의원) 사건도 아직 명확하게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것 아니냐"며 "확인되지 않은 사건으로 불안감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회장은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움직임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내시경 소독비용 등 필요한 비용은 제대로 보상하지 않으면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의료기관과 의료인만 탓하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것은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가 정상적으로 진료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의사면허 관리 등 규제강화가 아니라, 적절한 수가보상 등 동네의원들도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 "만관제 참여 여부, 회원에 맡긴다"
시범사업 모형 개선에도 우려점 존재...신중 접근

한편, 이날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정부 만성질환관리수가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의사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중립'. 과거 만관제에 비해 모형이 상당부분 개선된데다, 의사 회원들의 의료기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변형' 가능성 등 여전히 우려점이 존재하는 만큼 의사회 차원에서 참여를 독려하거나 장려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유 회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과거 정부가 주도했던 만성질환관리사업과에 비해서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일단 재정적인 부분에서 기존 만관제 모형이 지자체 예산과 국가예산이 반반씩 투입되던 형태에서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돼 재정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봤다.

시범사업 모형 자체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고 평했다. 과거 보건소 중심의 사업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됐고, 의사 평가도 합리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내용상 실질적인 관리는 되겠지만 과거 평가가 썩을 사과를 고르듯 하는,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진행하는 평가였다면 이번에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어디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관리절차가 원격의료의 전 단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점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의협과 복지부가 이번 시범사업이 원격의료와는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못박고 있고, 시도의사회와 내과 등 일부 전문과목의사회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 정도 전제된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개원가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유 회장은 "의사회 입장에서 회원들의 시범사업 참여를 권장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향후 사업의 모형의 변환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같은 맥락에서 시범사업 참여에 반대하거나 회원들의 참여 자제를 당부하지도 않고 있다.

유 회장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 담담한 마음으로 중립적인 자세에서 시범사업을 바라보겠다. 사업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면, 이에 대해 의사회가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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