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허혈성 심부전 환자에서 ICD 치료와 일반적인 치료 간 사망률 차이 없어

 

2013년 미국심장병학회재단(ACCF)/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과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및 좌심실 수축기능이 감소된 환자에게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을 뒤집을 수 있는 연구가 28일(현지시각) ESC 연례학술대회에서 '첫' 핫라인 세션으로 포문을 열었고, 동시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8월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결과에 따르면, 비허혈성 심부전 환자를 ICD 치료군과 일반적인 치료군으로 나눠 추적관찰한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비허혈성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 ICD 치료 효과 평가한 '첫' 단일연구

2013년 ACCF/AHA 및 2016년 ESC 가이드라인 모두 심부전이 있고 좌심실 수축기능이 감소된 환자에게 ICD를 첫 번째 치료로 권고할만큼 ICD의 효과는 익히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대부분 허혈성 심질환 등의 관상동맥질환자에서 ICD 효과를 입증한 연구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고,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의 근거는 하위군 분석만을 바탕으로 했다. 또한 허혈성 심질환 이외의 환자에서 ICD 치료가 전체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인지를 보여준 설득력있는 단일연구는 없었다.

ESC 연례학술대회에서 첫 핫라인 세션을 연 DANISH 연구는 비허혈성 수축기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ICD 치료와 일반적인 치료를 헤드 투 헤드(head-to-head)로 비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대 Lars Køber 교수팀은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 아닌 수축기 심부전 환자 약 1116명을 모집해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시행했다. 이들의 좌심실 박출계수는 35% 이하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ICD 치료군에 556명, 일반적인 치료군에 560명으로 무작위 분류했으며, 5년 이상 추적관찰했다. 환자 중 58%가 심장재동기화 치료(CRT)를 받았다.

1차 종료점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2차 종료점은 돌연심장사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설정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서 차이 없어

추적관찰 결과, 1차 종료점은 두 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ICD 치료군에서는 21.6%인 120명으로, 일반적인 치료군에서는 23.4%인 131명에서 나타났다. ICD 치료군에서 사망률이 1.3% 낮았고 위험도 역시 13%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었다(HR 0.87; 95% CI 0.68~1.12; P=0.28).

이 중 돌연심장사는 일반적인 치료군에서 ICD 치료군보다 2배 더 많았다. ICD 치료군에서 24명인 4.3%에서 돌연심장사가 나타난 반면 일반적인 치료군에서 46명인 8.2%에서 발생한 것(HR 0.50, 95% CI 0.31~0.82; P=0.005). 디바이스 감염은 ICD 치료군과 일반적인 치료군이 비슷했다(4.9% vs 3.6%; P=0.29).

Lars Køber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 아닌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 ICD 치료는 일반적인 치료와 비교해 장기적인 사망률 감소에서 이득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핫라인 세션에서 연구가 발표되기 전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Steen Dalby Kristensen 교수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DANISH 연구는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을 뒤집을 수 있는, 의미가 큰 연구다"면서 "이번 결과와 기존에 발표된 소규모 연구 결과와 함께 비허혈성 심부전 환자 치료에 ICD를 유지해야 하는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영국 글래스고의대 John J.V. McMurray 교수는 사설을 통해 "심부전 환자에서 ICD 치료의 절대적인 이익은 작을 것이다"라며 "ICD 치료는 비용이 비싸고 이상반응도 있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ICD 치료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평했다.

돌연심장사 비율은 낮았지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서는 차이가 없었던 점에 대해, 그는 "비허혈성 심질환 환자들은 허혈성 심부전 환자들보다 돌연심장사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낮다"면서 "특히 대부분 환자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약 60%가 알도스테론 길항제로 사용되는 미네랄코티코이드수용체 저해제(MRA)를 투여하고 있던 부분이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잉해석 여지 남아…"

가이드라인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학계의 분위기에 대해 미국 노스웨스턴의대 Clyde Yancy 교수는 '과잉해석'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CD 치료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서 의미 있는 이득은 없었지만, 돌연심장사에서는 일반적인 치료보다 50% 이상 감소 효과가 여전히 있었던 것.

Yancy 교수는 "연구가 시행된 환경이 기존 연구와 다르다. 북미보다 덴마크는 동질적인 사회이며, 유전적 그리고 경제적인 배경 차이가 있다"면서 "연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 6년 가까이 장기간 계속됐는데, 이런 과정에 따른 결과는 항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구에서 참가자의 58%가 CRT 치료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에서 극히 드문 일"이라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