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평가 영역 중 성욕, 흥분, 즐거움 조금 감소…나머지는 유사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호르몬계 교란에 따라 성기능이 악화된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를 반박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발표됐다.

결과에 따르면,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성욕을 평가하는 Profile of Female Sexual Function(PFSF)의 7가지 평가 영역 중 성욕, 흥분, 즐거움 점수가 미미하게 감소했지만, 오르가즘, 걱정, 민감성, 자아존중감 평가 점수는 비슷했다. 다시 말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더라도 종합적인 성기능 악화 정도는 경미했다.

2011년까지 발표된 연구들의 대부분은 경구피임약이 성기능에 영향을 주는지를 회고적으로 평가했다. 이 중 단 2개 연구만이 소규모를 대상으로 위약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지만, 주목할만한 결과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300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경구피임약과 성기능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Angelica Linden Hirschberg 교수팀은 레보노게스트렐(levonorgestrel) 호르몬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ethinylestradiol)을 복합한 경구피임약이 성욕에 미치는 영향을 위약과 비교했고, 그 결과가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8월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성욕, 흥분, 즐거운 점수 감소…민감성, 자아존중감 등 점수는 비슷

연구팀은 경구피임약이 성생활을 악화시킨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시행했다. 2012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8세 이상 35세 이하 건강한 여성 340명이 등록됐고, 약 98%인 322명이 연구를 완료했다.

참가자들은 레보노게스트르렐 150㎍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 30㎍을 복합한 경구피임약 복용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매일 1캡슐을 3주간 복용하고 4주에는 휴약하는 과정으로 3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1차 종료점으로 성기능 프로파일을 종합해서 평가했고, 2차 종료점으로 PFSF, Sexual Activity Log(SAL), Personal Distress Scale(PDS) 점수를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했다.

분석 결과, 전체적인 성기능은 경구피임약 복용군과 위약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각 평가점수에 따른 점수에서는 경구피임약 복용군에서 성기능이 조금 감소했지만 그 정도가 미미하거나 유사했다.

PFSF 결과에 따르면, 경구피임약 복용군에서 점수는 위약군 대비 성욕이 4.4.점(95% CI -8.49~-0.38, P=0.032), 흥분이 5.1점(95% CI -9.63~-0.48, P=0.030), 즐거움이 5.1점(95% CI -9.97~-0.32, P=0.036) 감소했다. 하지만 오르가즘, 걱정, 민감성, 자아존중감 영역에서는 양 군 간에 점수가 유사했다.

개인적인 고통 정도를 평가한 PDS 점수는 경구피임약 복용군이 위약군보다 3.63점 높았고(P=0.083) 일주일 동안 성생활 만족도는 0.57점 낮았지만(P=0.054), 두 영역 모두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레보노게스트렐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성욕, 흥분, 즐거움이 조금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성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Hirschberg 교수는 "많은 국가에서 레보노게스트렐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을 첫 번째 약물로 권고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성욕, 흥분, 즐거움 점수가 조금 감소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약물 처방 시 신중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대학 Colleen Krajewski 교수는 "경구피임약은 많은 사람이 효능을 오해하고 있는 약물 중 하나"라며 "내원하는 여성들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후 성욕이 감소했고 계속 복용했을 때 가족계획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자주 묻는다. 이번 결과는 피임약을 복용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준다"고 평했다.

덧붙여 그는 "향후 위약 대조군 연구에서 경구피임약 조합에 따라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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