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Ⅲ 연구서 비열등성 입증
혈전증 발생률 신호는 아쉬워

스텐트 시술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바야흐로 녹는 스텐트 시대가 열린 것. 녹는 스텐트는 말 그대로 모든 재료가 심장혈관에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제품이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보험이 적용됐는데 의사들은 그동안 탐구를 끝내고 서서히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현장 반응은 아직 반반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혁신적 스텐트임에는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환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서 리얼 월드에서 추가적으로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허가로 다시금 주목받는 녹는 스텐트의 임상적 효과와 한계점, 그리고 적용대상을 중재술 전문가와 함께 진단해봤다.

국내 녹는 스텐트 '업소브’ 유일

지난 7월 7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애보트사의 흡수형 스텐트인 업소브를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녹는 스텐트 시대가 열렸다.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도 허가를 마쳤다. 양국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허가했으며, 중재술 최고 기술 보유국답게 올해 1월부터는 실전에도 급여 적용하고 있다.

업소브 혈관에 완전히 녹는 스텐트다.

업소브와 같은 완전히 녹는 제품을 통칭하는 영문식 표현은 Bioresorbable Vascular Scaffold(BVS)로, 우리말로는 흡수형 스텐트로 표현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녹는 스텐트가 익숙하다.

10여개 업체가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업소브가 유일한 제품. 이 제품에는 멀티 링크 패턴 기술이 적용됐으며 폴리머에 에베로리무스 약물이 코팅된 제품이다. 지금까지 나온 스텐트 중 가장 진보된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10월, 제27회 미국관상동맥중재술학회(Transcatheter Cardiovascular Therapeutics, TCT)에서 대규모 3상 임상인 ABSORB Ⅲ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는데, 1년 시점에서 기존 약물 방출 금속 스텐트인 자이언스와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대체 가능하다는 평가를 확보한 상태다(N Engl J Med 2015;373:1905-15).

ABSORB Ⅲ 연구서 비열등성 입증

ABSORB Ⅲ 연구는 흡수형 스텐트를 일반 스텐트와 비교한 최초의 전향적, 무작위, 단일맹검, 대조군 연구다. 안정형 또는 비안정형 협심증 환자 2008명이 참여했으며, 무작위(2:1)로 분류돼 업소브(Absorb BVS)와 자이언스(Xience CoCr-EES) 시술을 받았다.

1차 종료점은 심장 사망, 목표혈관 심근경색, 또는 허혈성 목표병변 재관류술 발생 등을 포함한 목표병변실패(TLF)에 있어 자이언스와 비열등성(위험 마진 차이 4.5%) 및 우월성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ABSORB III 연구 주요 결과

그 결과, 1년째 목표병변 실패율은 업소브군에서 7.8%였으며, 자이언스군에서는 6.1%로 두 군 간 차이가 사전에 정의한 마진범위 이내에 들어오면서 비열등성을 충족했다(차이 1.7 %p; 95% CI. 0.5-3.9; P=0.007). 다만 우월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세부 발생률도 유사했다. 심장사망 발생률의 경우 업소브군와 자이언스군 각각 0.6%와 0.1%로 통계적으로 유사했고(P=0.29), 목표혈관 심근경색(Target-vessel myocardial infarction) 발생률도 6.0%와 4.6%를 기록하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18). 허혈성 목표병변 재관류술(Ischemia-driven target-lesion revascularization) 발생률도 3.0%와 2.5%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모든 심근경색 발생률, 모든 재관류술 발생률, 환자 보고 협심증 발생률 등 또한 모두 유사했다.

이런 연구 근거를 토대로 현재 국내외 임상현장에서는 기존의 베어메탈스텐트(BMS), 약물방출스텐트(DES)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재 녹는 스텐트를 사용하는 대상은 아직까지 도입 초기인 만큼 비교적 안전하면서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환자로 제한하고 있는 분위기다.

성균관의대 한주용 교수(심장내과)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녹는 스텐트 대상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다"면서 "다만 최소 1~2년은 동등 또는 그 이하일 수 있지만 10년은 가야하니까 비교적 젊은 사람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몇 세까지가 젊은 층에 속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 스텐트를 시술하는 환자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시작, 혈전증 발생 경향 

이 밖에도 몇몇 환자군이 더 제시되지만 여기서부터는 유효성과 신중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바로 업소브에서 감지되는 혈전증 발생률 신호 때문이다.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기도 하다.

혈전증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 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척도이자 예후의 기준인데 그간 연구를 보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녹는 스텐트군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ABSORB Ⅲ 연구를 보면, 업소브군과 자이언스군에서 혈전증 발생률은 각각 1.5%와 0.7%로, 업소브군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시술 후 30일 이내 발생률이 높아 초기 혈전증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1.1% vs 0.7%).

또 유럽에서 진행된 GHOST-EU 등록 연구에서도 6개월째 스텐트 혈전증 발생률은 2%가 넘는다. 이는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스텐트 혈전증보다도 높은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BSORB Ⅱ, ABSORB japan, ABSORB china, ABSORB Ⅲ 등을 메타분석한 연구(Lancet 2016; 387:1277-89)에서도 업소브의 스텐트 혈전증 발생률은 자이언스보다도 2배 더 높다. 각각 1.3%와 0.6%며 통계적 유의성을 간신히 넘은 상태다(P=0.08).

이와 함께 심근경색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메타분석에서 업소브군과 자이언스군 각각 5.5%와 4.1%로 나타났으며,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상대적 발생률이 36%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때문에 녹아 없어진다는 점만 보면 긴 병변을 가지고 있어 스텐트를 세 개 이상 고려해야 하는 환자들이 적합하고 더불어 다른 혈관은 좋지만 한 군데만 막힌 환자들도 이상적인 대상이지만 혈전증 발생을 고려한다면 이득 대비 위험도를 따져야 한다. 찬반이 팽팽한 이유다.

한 교수는 "병변이 길어 일반 스텐트를 쓸 경우 혈관에 계속 남아 있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덩달아 이중항혈소판요법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3년만 버티면 없어지는 스텐트가 적당하다는 의견과 혈전증 발생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혈관은 좋지만 한 군데만 막힌 환자들도 혈전증 발생 위험이 높아져 사망위험이 커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잠재적으로 혈전증 위험이 있는 스텐트를 넣는 것이 맞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흡수형 스텐트 두꺼워 혈전증 발생”

이처럼 혁신형 스텐트에서 오히려 혈전증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더 두꺼워졌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녹는 스텐트는 혈관에서 녹아 없어져야 하기 때문에 더 얇게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스텐트가 가진 지지력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두껍게 고안됐다.

기존에 사용되던 스텐트가 60~80㎛라면, 녹는 스텐트는 150㎛로 두 배 이상 두껍다. 때문에 이런 점이 혈전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 교수는 "결정적으로 두껍고 녹아야 하는 특성상 금속에 비해 지지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재질이 개발돼 개념은 좋지만 아직까지는 구현하는 테크닉이 임상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사전처치 시간, DES보다 오래 걸려 

따라서 초기 혈전증 발생 우려를 염두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스텐트보다 시술이 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녹는 스텐트를 잘 사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전 처치를 통해 관상동맥을 충분히 넓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스텐트 시술에서 사전 처치는 기본이지만 메탈스텐트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반면 녹는 스텐트는 메탈 스텐트보다는 지지력이 떨어지다 보니 충분히 넓히는 사전작업이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도 소요된다.

ABSORB Ⅲ 연구에서도 업소브는 사전 처치 시간이 42분으로 자이언스에서 걸린 38분보다 더 길었고 이는 통계적으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한 교수는 "DES의 경우 넣고 부풀리면 대부분 잘 늘어나고 안 되더라도 큰 풍선을 쓰면 된다. 하지만 녹는 스텐트는 펴지는 힘이 약해서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하고 병변이 커졌다고 판단됐을 때 넣어야 한다”며 “시술할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신경 쓸 것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혈전증이 생기면 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므로 충분히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잔존 협착이 많게는 40% 이하 또는 20% 이하까지 충분히 넓힌 다음 안착시키는 것이 권고된다"고 덧붙였다.

BVS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시점은 ‘3년’

 

현재 업소브가 혈관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은 3년이다. 따라서 혈전증 발생률 등 각종 예후가 3년째 어떻게 변하느냐가 녹는 스텐트의 운명을 갈라놓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ABSORB Ⅲ 연구는 최대 5년까지 관찰할 계획이다. 임상을 주도한 미국도 3년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찌감치 임상을 시작한 유럽이 곧 3~5년 데이터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ABSORB Ⅳ 연구도 진행되는데 이는 미국과 미국 외 지역 총 160개 기관에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비교하는 임상이다. 이 또한 업소브와 자이언스의 비교 연구이며, 최장 5년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녹는 스텐트의 위치는 제한점이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좋은 디바이스지만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최근 뉴스를 접하고 해 달라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소극적으로 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예후 성적이 나쁜 스텐트가 아닌데다 꾸준히 임상 증례를 늘리다 보면 어떤 환자에서 좋은 예후가 나타나는지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중등도 이상 환자에서 효과 검증 ‘숙제’

앞으로 녹는 스텐트가 풀어야 할 과제는 중등도 이상의 환자 또는 복잡한 병변을 가진 환자에서의 효과를 검증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임상 연구들은 모두 경증 환자가 주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임상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수는 "등록연구지만 무작위에서 다루지 않았던 환자들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업소브 초기 임상은 간단한 경증 환자가 많은데 좀 더 심각한 환자, IVUS상 예후가 나쁜 환자에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다 보면 경험이 생기고 이를 토대로 대상도 넓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 단축은? “아직 이르다” 

녹는 스텐트 개발이 이중항혈소판요법 시기도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까지 임상에서 검증해야 할 단계다.

한 교수는 녹는 스텐트를 100㎛ 이하로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며 그 기간까지는 충분히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쓰고 다 녹아 없어져도 항혈소판제나 아스피린 둘 중 하나는 계속 써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약물을 끊을 일이 있으면 부담 없이 잠깐 중단하고 다시 먹을 수 있는 자율성은 더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앞으로 녹는 스텐트의 과제는 두꺼운 것을 얇게 만들고, 강력한 지지력을 갖추면서 녹는 시점이 3년보다 짧아지는 것"이라며 "결국은 테크놀로지의 문제다. 제한점을 해결하면 앞으로 녹는 스텐트의 확산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