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검진 후 치료 받으면 활동성 결핵 발병 위험 90%↓

대한민국은 지금 저소득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결핵 확진자가 나왔고 고대안산병원과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복결핵 감염자가 확인된 것. 일부에서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라고 언급하면서 잠복결핵감염은 경계해야 할 위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증상도 없고 전염성도 없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복결핵감염은 질병이 아니며, 이들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을 조기에 막아 최종적으로 결핵을 퇴치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명 중 3명이 잠복결핵 감염자이며, 특히 결핵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잠복결핵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지는 잠복결핵감염 현황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짚어봤다.

<기획-상> 국민 3분의 1 '잠복결핵감염', 결핵을 발본색원하라
<기획-하> 잠복결핵감염자, '조기'검진과 '꾸준한' 치료 필수

표준진단법 'TST'…최신 진단법 'IGRA'

 

잠복결핵감염 진단법으로는 국내 표준진단법이자 피부반응검사라고 불리는 투베르쿨린 검사(tuberculin skin test, TST)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혈액검사인 인터페론감마분비 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 IGRA)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단 두 진단법 모두 활동성 결핵과 잠복결핵감염 구분이 어려우므로, 활동성 결핵을 배제한 후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TST는 수십 년간 잠복결핵감염의 유일한 진단법이었다. 하지만 결핵 예방접종인 BCG(Bacillus Calmette-Guerin)와 잠복결핵감염을 구분하기엔 특이도가 떨어진다는 맹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BCG 예방접종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어, BCG 항원과 TST 항원 간 교차반응으로 음성이어야 할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위양성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고려의대 심재정 교수(호흡기내과)는 "위양성 외에도 우리나라는 PPD 시약이 부족해 TST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으며 "특히 TST 시행 시 피하로 잘못 주사하는 경우가 많아 소아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오랫동안 표준진단법으로 TST가 군림해온 자리에 최근 떠오르는 진단법이 바로 IGRA다. IGRA는 BCG 예방접종에 영향을 받지 않고 특이도가 우수해 미국, 영국 등에서는 IGRA를 이용한 잠복결핵감염 진단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4년에 IGRA를 이용한 진단지침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결핵 진료지침에 따르면, 정상 면역인에서 TST를 기본 검사로 권고하지만(근거수준 Ⅱ, 권고수준 A), IGRA를 단독 시행하거나 TST에서 양성일 경우 위양성을 고려해 IGRA를 추가로 시행하는 TST/IGRA 2단계 병합법도 제시하고 있다(Ⅲ, B). 단 면역저하자에서는 IGRA를 단독 시행하거나 TST와 병합할 수 있지만, TST 단독은 권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IGRA가 최근 진단법인 만큼 다양한 대상에서 유용한지는 검증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HCW와 소아·청소년 등 여러 대상에서 IGRA의 유용성을 평가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먼저 HCW에서 TST와 IGRA의 특이성을 체계적 문헌고찰한 연구를 살펴보면, 정기적인 결핵검진 중에 TST를 IGRA로 대체한 경우 잠복결핵감염 유병률이 더 낮게 나타나 치료가 필요한 감염자 수가 줄었다. 즉 IGRA는 TST보다 HWC에서 잠복결핵감염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결핵 유병률이 낮은 국가에서 IGRA는 결핵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나 결핵 치료소 또는 노인 요양소에서 근무하는 경우 등 감염의 직업적인 위험요인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Thorax. 2012;67(1):62~70.).

국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IGRA의 유용성을 평가한 연구도 최근 공개됐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 결핵 환자와 접촉하지 않은 70명을 대상으로 TST와 IGRA를 시행한 결과, 39명인 55.7%에서 두 검사 모두 음성으로 판독됐다. 하지만 27.1%인 19명에서 TST 양성 IGRA 음성으로 나타나 TST의 위양성 가능성을 보인 반면, TST 음성 IGRA 양성인 경우는 오직 1명에서만 확인됐다(Korean J Pediatr 2016;59(6):256~261.).

한양의대 손장원 교수(호흡기·알레르기 내과)는 "IGRA는 잠복결핵감염 판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1회 방문만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TST보다 위양성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진단 비용이 비싸 불특정 다수에게 시행할 경우 비용-효과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국내외 잠복결핵감염 관리 가이드라인 비교

"감염자 복약 순응도 높일 수 있는 견인책 필요"

잠복결핵감염은 조기에 검진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활동성 결핵 발병 위험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

WHO는 치료전략으로 이소니아지드를 근간으로 한 약물치료를 권고하면서,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간독성 이상반응을 완화시키고자 리파펜틴과 리팜피신 병용요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국내 결핵 진료지침에서는 △9개월간 1일 이소니아지드 5mg/kg(최대 300mg) 복용(I, A) △4개월간 리팜핀 복용(II, B) △3개월간 이소니아지드 + 리팜핀 병용(II, B)을 권고하면서, 치료 대상자의 검사 결과와 특성을 고려해 담당 의사가 처방 약물을 선택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잠복결핵 감염자는 장기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손 교수는 "잠복결핵 감염자는 증상이 없는데 오랫동안 약물을 투약하다 보니 복약 순응도가 낮다"면서 "약물치료는 개개인 치료를 넘어 사회 전체 결핵 퇴치를 위한 것이므로, 잠복결핵 감염자가 약물을 잘 복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격려제도를 도입해 순응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잠복결핵 감염자가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겨 향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현재 국가적으로 민간·공공협력(PPM) 사업을 추진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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