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를 환자로 매도 말고 꾸준히 약물치료 받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

대한민국은 지금 저소득국병으로 알려진 '결핵'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결핵 확진자가 나왔고 고대안산병원과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잠복결핵 감염자가 확인된 것. 일부에서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라고 언급하면서 잠복결핵감염은 경계해야 할 위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증상도 없고 전염성도 없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환자로 매도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잠복결핵감염은 질병이 아니며, 이들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을 조기에 막아 최종적으로 결핵을 퇴치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명 중 3명이 잠복결핵 감염자이며, 특히 결핵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잠복결핵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지는 잠복결핵감염 현황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짚어봤다.

<기획-상> 국민 3분의 1 '잠복결핵감염', 결핵을 발본색원하라
<기획-하> 잠복결핵감염자, '조기'검진과 '꾸준한' 치료 필수

"국민 3명 중 1명은 잠복결핵 감염자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어"

잠복결핵감염이란 결핵균인 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감염됐지만 균의 활동이 약하거나 멈춰 있어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잠복결핵 감염자 중 약 10%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며 90%는 치료로 결핵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의료기관 종사자(HCW)에서 결핵감염과 잠복결핵감염 위험은 과거 여러 연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내 HCW에서 확인된 감염질환 중 1위가 66.1%를 차지한 결핵이었고, 간염과 수두가 각각 13.7%와 3.6%로 그 뒤를 이었다(Ind Health. 2008;46(5):448~454.). 

같은 해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 간호사의 결핵 발생률은 일반인 대비 5배 이상이었고, 잠복결핵감염 유병률은 근무 중인 HCW에서 17~37%, 신규 HCW에서 10~26%로 나타나 10명 중 최소 1명이 잠복결핵 감염자였다(Int J Tuberc Lung Dis. 2008;12:436~440.).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과도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의대 심재정 교수(호흡기내과)는 "호흡기질환 환자나 결핵 환자를 대면하는 HCW에서 잠복결핵감염 유형성이 높지만, 국내 잠복결핵 감염자가 3명 중 1명인 것을 고려하면 잠복결핵감염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면서 "병원 내 위생 문제가 아닌 과거부터 만연했던 결핵 문제가 현재 잠복결핵감염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의대 손장원 교수(호흡기·알레르기 내과)는 "국내 결핵 유병률을 보면 병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감염자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며 "정기적인 결핵검진으로 환자를 찾아 치료하고, 접촉자 또는 잠복결핵 감염자를 파악해 관리함으로써 결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결핵 퇴치전략 '잠복결핵감염 치료'가 대세

잠복결핵감염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결핵 관리 정책 용어도 변화했다. 20세기에는 결핵 치료를 '예방치료(prophylactic treatment)'라는 용어로 사용했다면, 이후부터는 '잠복결핵감염 치료(treatment of latent infection)'로 변경하면서 성공적인 결핵 퇴치를 위해 잠복결핵감염부터 관리한다는 개념이 강조됐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자 잠복결핵감염부터 관리해 결핵을 조기에 근절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WHO의 결핵 퇴치 전략과 뜻을 함께 한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잠복결핵감염 관리정책 국제회의'에서 마리오 라빌리오네 WHO 결핵퇴치국장은 "잠복결핵감염을 조기에 진단하고 결핵으로 발병하기 전에 치료해야 결핵을 퇴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걸맞게 WHO는 지난해 잠복결핵감염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전략을 명확히 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잠복결핵감염 관리법을 결핵 발생률이 10만 명당 100명 미만이면서 고중소득 국가인 경우와 10만 명당 100명 이상이면서 중저소득 국가인 경우로 분류해 권고했다.

우리나라가 해당되는 고중소득 국가에서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결핵 고위험군으로 △HIV 감염자 △폐결핵 환자와 함께 거주하거나 직접 접촉한 경우 △규폐증 환자 △TNF 길항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 △투석 중인 환자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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