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드밀 병합운동으로 낙상 발생률 크게 감소…임상 근거 ‘속속’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내에서 골프를 하거나 자전거를 탈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산에 가지 않아도 산악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 체험이 가능하고, 골프장을 가지 않아도 실제 필드에 와 있는 것 같은 환경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 TV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집 안에서 가능해졌다며 가입을 독려하는 통신사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가상현실이 의료용 환자 재활치료를 위한 용도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를 의료에 적용시키기 위한 근거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Lancet은 최근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한 운동요법을 노인들에게 적용했을 때 낙상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를 실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치료의 변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의료 치료영역의 확대로 보고 있다. 

Lancet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가상현실 프로그램과 트레드밀(러닝머신의 일종)의 결합효과다. 두 장비의 기능을 접목하면 운동능력을 월등히 개선시킬 수 있고, 나아가 낙상 발생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다양한 운동요법에 적용할 경우 의료치료의 기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이용한 운동요법을 노인들에게 적용했을 때 낙상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가상현실과 트레드밀 결합효과 분석

8월 11일자 Lancet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NCT01732653)는 가상현실 프로그램과 트레드밀의 결합효과를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산소 운동을 포함하는 물리적 운동요법은 모든 질환 치료에 일차적으로 권고되는 만큼 임상연구가 필요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를 만들어 의료용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텔아브비의대 Anat Mirelman 교수팀(신경과)은 벨기에,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5개국, 5개 센터에서 환자를 모집했다. 환자들의 연령규모는 60~90세로, 6개월 이내 2번 이상의 낙상경험이 있는 매우 고위험 환자군이었다. 또한 다양한 운동 및 인지결함 환자였다.

이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무작위 분류해 한 군은 가상현실을 이용한 트레드밀군에 배정하고, 다른 군은 단순히 트레드밀 훈련만 시행하도록 했다. 특히 하위그룹별 분석을 고려해 환자들의 특발성 낙상, 경고 인지 장애, 파킨슨병 등으로 분류했고, 임상 기관에 따라 나눴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 할당을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시행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운동은 총 6주간, 주당 3회 훈련으로 진행했고, 각 세션당 훈련 시간은 45분으로 정의했다. 또한 참가자들의 수행 능력에 맞춰 개별화된 훈련법을 적용했다.

이번 연구에서 적용한 가상현실 시스템은 모션 캡쳐 카메라와 컴퓨터가 생산하는 시뮬레이션을 대형 스크린에 투영하도록 했는데 이는 노인들의 낙상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 단계조정을 위해 장애물, 다중경로 등을 포함시켜며 연구의 세밀함에 신경 쓴 것도 특징이다. 1차 종료점은 훈련 종료 후 6개월 동안 낙상 발생률로 평가했다.

낙상 발생률 대조군 대비 42% 감소

 

그 결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운동요법 후 낙상 발생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 전 트레드밀 단독군은 6개월 동안 평균 10.7회 낙상이 있었고, 트레드밀과 가상현실 병합군은 평균 11.9회 낙상이 있었다. 

그러나 훈련 후 트레드밀과 가상현실 병합군은 훈련전 11.9회에서 6.0회로 줄었고 트레드밀 단독군은 10.7회에서 8.3회로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대조군 대비 42% 감소한 것이다.

Mirelman 교수는 "신체적 이동성과 인지적 측면 모두를 개선하기 위해 트레드밀 운동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접근은 안전한 보행을 위해 중요하다"면서 "실제 연구에서도 최소 6개월간 낙상 빈도와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효과는 파킨슨병 참가자에서 나타났는데 연구 시작 때 낙상률이 높았기 때문이거나 또는 가상현실이 파킨슨병에서 영향을 받는 인지와 운동 기량 개선을 도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치료효과 높지만 고비용 걸림돌"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Stephen R. Lord 교수는 논평을 통해 "병합운동이 낙상을 42%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는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운동요법 시 평균 17% 감소한다는 결과를 상당히 뛰어넘는다"며 "트레드밀과 가상현실의 결합은 체육관과 재활치료 임상에서 시행할 수 있고, 비교적 짧은 기간 치료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다만 한계는 비용이다. 가격 대비 기대효과를 따졌을 때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Mirelman 교수는 "트레드밀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가상현실의 구성 비용은 약 4000유로(한화 약 500만원)"라며 "트레드밀과 가상현실의 병합이 낙상 위험을 치료하기 위한 예방 패키지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숙제를 제시했다.

또한 42%라는 낙상 예방 수치가 나왔지만 하위분석에서 일관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들며 "흥미로운 결과에도, 연구가 하위군 사이에서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향후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해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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