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수술전어깨톡톡 캠페인 등 수술 전 불안감 해소 프로젝트 효과

그동안 우리나라 빅5병원들은 성장을 위해 속도를 내어 왔다. 병상, 수술실적 등 외적인 성장에 치중해 내적인 성장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1년에 몇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는 대형병원들이 이제 수술과정 중 환자가 어떤 심리적 불편함을 겪는지 돌아보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김병식 교수가 수술 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2015년 시작한 서울아산병원의 '수술 전 불안감 감소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 프로젝트는 서비스디자인 경진대회에서 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그동안 수술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고, 고객경험 등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수술 전 환자의 불안감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한 병원 내 설치된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다. 

김재학 센터장은 "우리 병원은 암 수술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병원이다. 1년 수술 건수는 약 6만 건이고, 하루 250건 정도의 수술이 이뤄진다"며 "수술로 성장했는데 과연 수술을 받기 전 환자의 마음을 돌아봤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프로젝트 배경을 설명한다.  

Human Interaction - 어깨 톡톡 캠페인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서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환자(23명), 환자가족(7명), 간호사(전자설문 92명) 등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42%의 환자가 수술장 입구에서 대기할 때 불안하다고 답했고, 34% 환자는 수술 동의서를 작성할 때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 어깨 톡톡 캠페인 이후 환자가 보낸 사연

이 수치를 바탕으로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서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회의를 했고, 의사와 상호작용 부족 ▲수술 정보 부족 ▲대기실의 불안한 환경 등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Human Interaction 즉 의사와 상호작용을 위해 병원측은 '수술 전 어깨 톡톡' 캠페인을 병원 내에서 12주 동안 진행했다. 담당 의사가 수술 전날 환자를 찾아가 수술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수술은 잘 될 것입니다" "저를 믿고 수술 잘 받으세요'' 등의 말을 건네는 캠페인이다.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려고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에서 의국 스텝회의에서 발표도 하고, 영화 포스터로 만들어 공감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김 센터장은 '수술 전 어깨 톡톡 캠페인'의 성과는 측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진을 동참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 의사가 캠페인에 참석했는지 안 했는지 강제할 수 없어 매우 힘든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Information - 환자가 덜 불안해하는 수술 동의서

수술 정보 부족도 환자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였다. 병원은 수술 전후 과정과 궁금한 사항에 대해 모바일 홈페이지로 만들어 입원 일주일 전에 환자의 휴대폰에 전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술하는 동영상은 물론 진행과정, 다빈도 질문 등을 담아 전송하는 것이다. 병원 분석에 따르면 수술하는 150명 중 100명 정도가 조회하는 등 반응은 좋은 편이다. 

▲ 환자에게 수술정보 등을 제공한 모습

'수술 전 불안감 감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술 동의서도 손을 봤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로 의사가 빠르게 설명하고, 마지막에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며 사인하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수술이 결정되면 외래에서 환자 입장에서 수술 동의서를 받는 것으로 비뇨기과와 시범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선 어려운 말로 된 수술 동의서 단어를 쉽게 바꾸고, 동영상도 첨가해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환자들의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수술 동의서를 받는 전공의들 반응도 좋았다고. 비뇨기과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병원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Environment - 수술 대기실에서도 불안하지 않게
수술실로 이동하는 방법, 대기시간 감소, 수술 대기실 환경에도 세세한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를 수술실로 이동할 때 스트레처카를 이용한다. 스트레처카 위에 똑바로 누운 환자는 매우 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스트레처카 대신 이를 이용해 수술실로 이송하도록 했다.  

▲ 스트레쳐카를 휠체어로 변경한 내용

김 센터장은 "휠체어와 스트레처가 이송 경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73% 환자가 휠체어를 선택했다"며 "단순하게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고객경험에 너무 소홀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술실 앞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왔다. 기존에는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 않고 환자를 수술실 앞에 대기시켰는데, 병동과 수술간호팀, 원무 이송반이 정확한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평균 21분이었던 대기시간을 14분으로 감소시켰다. 21분 이상 대기는 24%, 31분 이상 대기는 7.4%나 줄었다.  

수술실 대기 공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 공간은 환자가 기다리는 곳에 의사, 간호사 등의 동선이 겹치는 것은 물론 간호사 스테이션이 환자를 등지고 있어 환자가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 센터장은 "오는 10월을 목표로  수술 대기 공간을 다시 만들고 있다"며 "수술을 앞둔 환자가 의료진의 동선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공간을 주고, 상담실도 만들어 불안감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