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경학회도 호르몬대체요법(HRT)에 대한 최신 근거와 국제적 컨센서스에 발맞춰 2014년 HRT에 대한 치료지침 개정판을 발표했다. 학회는 “이번 치료지침이 심혈관 혜택 및 위험도 문제에 대한 최신 근거들을 기반으로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혈관운동증상
국내 치료지침에서도 에스트로겐 저하와 관련된 안면홍조증, 발한, 불면 등 혈관운동증상에 HRT를 권고했다. 초저용량부터 표준용량까지 효과적이지만, 가장 안전한 전략으로는 저용량 장기투여를 꼽았다. 저용량 에스트로겐 요법에는 0.3mg 에스트로겐(conjugated), 0.5~1mg 미분 17β-에스트라디올, 경피 0.025mg 17β-에스트라디올 등이 있다.

프로게스토젠도 최소 위험도와 함께 증상 완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지침에서는 프로게스토젠이 중증에 더 효과적이고, 약물투여를 중단했을 때 재발 위험도가 에스트로겐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혈관운동증상 외 비뇨생식기 증상도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해 나타난다. 비뇨생식기의 상피세포가 위축돼 나타나는 것으로 폐경 후 4~5년째부터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 폐경여성 25~50%에서 보고된다. 성기능 장애는 물론 혈관생성과 점액분비를 방해해 감염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고, 질수축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증상발현 초기부터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지침에서는 국소 에스트로겐 요법을 권장했고, 일반적으로 프로게스토젠 병용투여는 필요하지 않다. 단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 자료는 부족하다.

 

관상동맥질환
HRT와 관상동맥질환에 관련해서는 최근에 발표된 근거까지 포함한 일련의 변화들을 정리했다. HRT의 관상동맥질환 혜택은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 이전 진행된 관찰연구 대상 메타분석에서 제시됐다. 이 분석에서는 HRT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도를 28%, 사망 위험도를 3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 및 안전성 논란은 RCT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HERS 연구에서는 천연결합형 에스트로겐(CEE)과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MPA) 병용요법이 관상동맥질환 2차예방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치료 12개월째 위험도를 50%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이 위험도는 12개월 이후 감소했다.

CEE + MPA 병용요법의 관상동맥질환 1차예방 효과를 평가한 WHI 연구에서도 유의한 예방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치료 12개월째 위험도가 80%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점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CEE 단독투여 연구에서도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가 없었지만, 초기 위험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관찰연구들과 RCT가 다른 결과를 보인 가운데, 치료지침에서는 WHI 연구 추가분석 결과가 이를 정리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지침에서는 WHI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연령이 평균 63.2세 이상으로 폐경 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초기 동맥경화증이 발현돼 있어 HRT가 관상동맥질환에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HRT의 시작 시기에 따라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타이밍이론을 언급한 부분이다.

실제 WHI 연구 추가분석에서도 폐경 후 10년 이내에 호르몬치료를 시작한 여성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감소했지만, 폐경 후 20년이 경과해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후 23개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도 연령이 60세 혹은 폐경 후 10년 미만인 이들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32%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단 60대 이상 환자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이런 내용은 국제 폐경 관련 학회들과 일관된 맥락이기도 하고 이후 발표된 DOPS, KEEPS, ELITE 연구에서 확인된 내용이기도 하다. DOPS 연구에서는 평균연령 50세인 여성 1000명에게 10년간 HRT를 시행했을 때 사망률, 심부전, 심근경색증 입원 등 1차 종료점 위험도가 52% 감소했다. ELITE 연구에서도 폐경발생 6년 내 여성에서 HRT가 경동맥내막중막두께(CIMT)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정맥혈전색전증
치료지침에서는 뇌졸중 및 정맥혈전색전증에서도 타이밍이론이 적용된다고 정리했다. 전체적으로는 HRT가 허혈성 뇌졸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60세 미만 환자에서는 발생빈도가 낮았다. 이는 WHI 연구에서도 입증된 부분이다. WHI 연구에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과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이 뇌졸중 위험도를 각각 41%, 39%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령별 분석에서는 50~59세 여성에서는 위험도 증가가 없었고, 60~69세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으로 인한 위험도 증가가 보고됐다. 이를 근거로 폐경 관련 학회들의 가이드라인에서는 “60세 미만 연령에서 뇌졸중 절대위험도는 높지 않다”고 정리했다. 부가적으로 허혈성 뇌졸중 병력이 있는 폐경여성에게 경구 에스트로겐은 뇌졸중 2차예방 효과가 없었다는 점도 부연했다.

정맥혈전색전증에서도 뇌졸중과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 HERS와 WHI 연구를 취합해 메타분석한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 연구에서는 HRT가 정맥혈전색전증 위험도를 2배 가까이 높이고 약물 복용 12개월째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USPSTF 연구 3.49배, WHI 연구 3.6배, HERS 연구 3.28배)고 말했다. 단 50~59세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 정맥혈전색전증 위험도의 유의한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한편 호르몬 병용요법이 단독 대비 정맥혈전색전증 위험도가 높았다.

유방암
유방암 환자에서는 HRT가 재발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았다. 저용량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의 유방암 위험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프로게스토젠 제제에 따른 위험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치료지침에서는 에스트로겐 관련 관찰연구 45개와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 관련 관찰연구 20개를 분석한 결과에서 일관되지 않은 경향이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메타분석에서는 에스트로겐은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WHI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군의 침윤성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1.24배 높았다(1000명당 0.8명). 하지만 세부분석에서는 유방암 위험도가 호르몬치료 5년 이후부터 증가했고 연구 전부터 호르몬치료를 받았던 여성에서 증가했다. 추가적으로 에스트로겐은 평균 7.2년 관찰결과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유방암 위험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더 나아가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중단 후 13.2년을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는 유방암 위험도가 21% 감소했다.

 

자궁내막암
치료지침에서는 자궁이 없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이 자궁내막증식증, 비전형증식증 위험도를 높였고, 이는 용량과 투여기간에 비례했다. 반면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자궁내막의 변화를 유발하지 않은 것으로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자궁절제술을 시행받은 환자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이 자궁내막암을 발생시켰다는 보고를 반영해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을 고려토록 했다. 또 자궁내막 선암, 부분자궁절제술 병력 환자들도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미국내분비학회에서는 주기적인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이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으로 인한 자궁내막암 위험도는 낮춰주지만 지속적 병용요법보다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권고했고, 국제폐경학회·북미폐경학회도 지속적 병용요법의 효과에 무게를 실었다.

난소암·대장암
난소암 위험도는 HRT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정리했다. WHI 연구에서는 5.6년 관찰기간 동안 호르몬요법군의 위험도가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절대 위험도도 1000명당 0.75명으로 낮은 비율이었다.

대장암 관련해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이 위험도를 감소시키고 최근 복용자일수록 효과가 더 크다고 권고했다. 반대로 에스트로겐 병용요법은 대장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요 근거로는 California Teachers Study를 꼽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과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이 침윤성 대장암 위험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WHI 연구에서도 병용요법의 혜택이 보고됐다. 단 약물을 중단했을 때 위험도 감소효과는 사라졌다.

골다공증
골다공증도 HRT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질환이다. HRT는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골절 위험도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골밀도 관련 혜택에 대한 근거는 1999년 PEPI 연구다. 이 연구에서는 에스트로겐 또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치료를 3년간 받은 폐경여성에서 요추, 대퇴골 골밀도가 높아졌다.

WHI 연구에서도 50~79세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한 5년 평가결과 표준용량의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치료전략(0.625mg CEE + 2.5mg MPA)이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를 각각 4.5%, 3.7% 높였다고 보고됐다. 이는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골절 예방효과에 대한 근거로는 NORA 연구가 있다. NORA 연구에서는 골다공증이 없으면서 HRT 투여를 받고 있는 폐경여성에서 골절 발생 위험도가 감소했다.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5년간 HRT를 중단한 이들보다 대퇴골, 척추, 상완, 손목, 흉골의 골절 위험도가 감소했다.

WHI 연구에서도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요법은 척추와 대퇴골 골절을 각각 33%, 35%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각각 38%, 39%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치료지침에서는 “NORA 연구에서 골절환자 중 82%가 T-score -2.5 이상인 골감소증 환자였던 만큼 골감소증 환자에서도 골밀도 감소 및 골절예방을 위한 HRT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단 국제폐경학회의 가이드라인을 인용, “60세 이하의 폐경여성에서는 적절한 1차 치료제지만, 60세 이후의 여성에서 골절예방만을 목적으로 한 HRT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 난소부전 여성에서 HRT가 골손실을 방지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인지기능 및 치매
HRT는 치매 위험도 감소에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단 이는 50~63세에만 한정된다. 치료지침에서는 “64~89세에는 치매 예방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치매예방을 위해서는 가능한 초기에 HRT 적용을 당부했다. 하지만 인지기능치료 및 악화예방을 목적으로 한 호르몬치료 시행은 권고하지 않았다.

관련 근거로는 WHIMS 연구가 꼽힌다. 이 연구에서는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이 105%,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이 49% 위험도를 높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치료지침에서는 “WHIMS 연구의 대상자들이 치매 위험도가 높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연구기간 동안 치매로 이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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