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호르몬요법(HRT)에 대한 논의는 타이밍이론(timing hypothesis)으로 귀결된다. HRT의 혜택이 대두되던 시기에 WHI 연구에서 제기된 심혈관 및 유방암 위험도를 고려해 임상현장에서 심혈관 위험도를 높이지 않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을 찾은 것이다. 타이밍이론은 말그대로 HRT를 시행하는 ‘시기’에 대한 것으로 주요 연구들을 통해 실체가 확인됐다. 이 연구들은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HRT를 폐경 후 가능한 빠른 시기에 시행하도록 권고하는 근거가 됐다. 타이밍이론은 WHI 연구 추가분석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고 이후 DOPS, KEEPS 연구를 거쳐 ELITE 연구에서 명확한 치료전략임이 입증됐다.

WHI
[JAMA 2002;288:321-333]
2002년에 발표된 WHI 연구는 1990년대까지 발표된 다양한 근거에서 제시된 에스트로겐 주축 HRT의 심혈관 혜택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연구에서 “이전 수십년간 HRT의 혜택을 관찰한 근거들은 축적돼 왔지만, 건강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위험과 혜택을 명확하게 평가한 연구는 없었다”는 배경을 제시한 만큼 결과에 대한 반향은 적지 않았다.

이 연구는 무작위 대조군 1차예방 효과 평가임상으로 1993~1998년 미국 내 40개 의료기관에서 50~79세 폐경여성 1만 6608명을 모집했다. 대상환자들은 합성 에스트로겐 0.625mg/d +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2.5mg/d군과 위약군으로 분류됐다.

1차 종료점은 관상동맥질환(비치명적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사망 등), 침윤성 유방암이었다. 위험 대비 혜택 평가에서는 뇌졸중, 폐색전증, 자궁내막암, 결장암. 둔부골절,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도 함께 평가했다.

하지만 8.5년으로 계획된 연구는 평균 5.2년 시점에서 침윤성 유방암의 과도한 발생으로 중단됐다. 연구 중단시점 평가에서 침윤성 유방암 위험도는 26%,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는 26% 증가했다. 또 뇌졸중 위험도는 41%, 폐색전증 위험도는 113%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단 결장암, 자궁내막암은 감소하거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건강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한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전략을 평균 5.2년 관찰한 결과 혜택보다 위험도가 높았다고 정리하며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거나 현재 투여하고 있는 경우 지속해서는 안 된다(should not)”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WHI 추가분석
[JAMA 2013;310:1353-1368]
WHI 연구 이후 임상현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HRT 전략의 반등 계기는 2013년 발표된 WHI 추가분석 결과가 제공해줬다. HRT 요법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타이밍이론의 시작이다.

추가분석 연구의 시작점은 2002년 WHI 연구와 그 이전에 제시된 HRT 관련 근거의 대립이었다. 즉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추가분석에서는 2010년 9월 30일까지 누적된 추적관찰 자료들을 분석했다. 대상 환자군은 합성 에스트로겐 0.625mg/d +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2.5mg/d군(8506명), 위약군(8102명)이었고, 이전 자궁적출술을 받은 환자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군(5310명)과 위약군(5429명)으로 나눴다.

효과 및 안전성 1차 종료점은 관상동맥질환, 침윤성 유방암 발생이었다. 뇌졸중, 폐색전증, 결장암, 자궁내막암, 둔부골절, 사망 발생위험도 평가했다.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전략은 위약 대비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18%, 침윤성 유방암 위험도는 24% 높았다. 이 외 뇌졸중, 폐색전증, 치매(65세 이상), 담낭질환, 요실금 위험은 증가한 반면 둔부골절, 당뇨병, 혈관운동증상은 감소했다. 대부분의 위험 및 혜택은 치료중단 후 사라졌지만, 유방암 위험도는 추적관찰 기간 동안 지속돼 28%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과 위약군을 비교했을 때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는 증가하지 않았고, 침윤성 유방암 위험도는 21% 감소했다. 이외 다른 종료점에 대한 위험 대비 혜택은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요법 vs 위약 비교와 유사했다.

특히 연령별로 비교했을 때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에 대한 단서가 제시됐다. 에스트로겐 단독요법군 중 50~59세에서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증 등에서 긍정적인 경향이 더 컸다. 에스트로겐 + 프로게스테론 병용요법의 유해사건 비교에서도 70~79세 대비 50~59세 환자군에서 더 낮았다.

 

DOPS
[BMJ 2012;345:e6409]
DOPS(Danish Osteoporosis Prevention Study) 연구는 WHI 연구의 추가분석이 발표되면서 타이밍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연구로 역할하게 됐다. 이 연구에서는 최근에 폐경을 맞았거나 폐경 후 증상을 보이는 45~58세 건강한 여성 1006명을 대상으로 호르몬요법군과 비요법군의 사망, 심혈관질환, 암 위험도를 1차 종료점으로 설정해 비교했다. 무손상 자궁 환자에게는 에스트로겐 + 노르에티스테론 병용요법을, 자궁적출술을 받은 이들에게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시행했다. 평균 연령은 50세, 폐경 후 기간은 7개월이었다.

10년 치료 후 평가한 결과 1차 종료점 발생률은 호르몬요법군에서 16명, 위약군에서는 33명으로 나타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위험도를 비교했을 때는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의 경우 각각 15건, 26건으로 위험도가 43%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연구팀은 “폐경 초기 호르몬요법을 10년간 치료받은 이들에서는 암, 심부정맥혈전증, 뇌졸중 위험증가 없이 사망률, 심부전, 심근경색증 등의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16년 시점 평가에서도 1차 종료점 감소효과는 유지됐고 암 발생도 증가하지 않았다.

KEEPS
[Ann Intern Med 2014;161:249-260]
KEEPS 연구는 WHI 연구 재분석에서 나타난 타이밍이론의 혜택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큰 틀에서 HRT가 심혈관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폐경 후 6~36개월이 지난 초기의 건강한 여성(42~58세) 72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었고 관상동맥칼슘(CAC) 지수가 50점 이하였으며, 연구 전 90일 내 에스트로겐 또는 지질강하치료를 받지 않았다. 대상 환자들은 호르몬요법군과 위약군으로 분류됐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평가했다. 호르몬요법군은 1개월에 12일간 경구용 합성 에스트로겐 0.45mg/d 또는 경피 17β-에스트라디올 50mcg/d와 경구용 프로게스테론 200mg을 투여했고, 총 48개월 동안 시행했다. 1차 종료점은 경동맥내막중막두께(CIMT)의 변화였고, 2차 종료점은 심혈관질환 위험 마커의 변화였다.

연구 48개월 시점에서 평균 CIMT는 모든 환자군에서 0.007mm/y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CAC 점수도 유사했고, 유해사건에서도 차이는 없었다. 이 외 LDL 및 HDL 콜레스테롤, C반응성 단백질은 합성 에스트로겐 투여로 개선됐지만, 인터루킨-6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7β-에스트라디올은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켰다.

즉 48개월간 연구를 통해 HRT가 일부 심혈관질환 마커들은 개선시켰지만, 죽상동맥경화증의 개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연구팀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에게는 경피적 에스트로겐 요법이 더 효과가 있었고, 이전 심혈관질환 감소효과를 보인 것보다 낮은 용량의 에스트로겐을 투여했다”며 차후 저용량 경구 또는 경피 호르몬요법의 장기간 효과를 평가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KEEPS 추가연구(KEEPS-Cog, PLoS Med 2015;12:e1001833)에는 HRT 전략이 일부 정신건강학적 측면에서 혜택을 보였다. 이 연구는 KEEPS에 참여한 환자 중 693명(95.3%)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경구용 합성 에스트로겐 0.45mg/d + 미분화 프로게스테론 200mg/d군과 경피 에스트라디올 50mcg/d + 미분화 프로게스테론 200mg/d군, 위약군으로 분류됐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52.6세, 폐경 후 기간은 1.4년이었다. 평가결과, 치료를 통한 인지기능에 혜택은 없었다. 단 기분상태 평가에서는 합성 에스트로겐 치료전략이 우울증 및 불안장애 증상을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척도에서는 -5.36 × 10-2(P<0.001), 불안장애 척도에서는 -3.01 × 10-2(P<0.001) 변화를 보였다.

ELITE
[NEJM 2016;374:1221-1231]
ELITE 연구는 목적 자체가 타이밍이론의 규명이었다. 연구팀은 “여러 자료에서 폐경 후 가능한 이른 시기의 에스트로겐 포함 호르몬치료가 심혈관질환 관련 혜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단 폐경 후 시간이 지나서 투여했을 때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배경을 밝혔다.

총 643명의 건강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 환자들은 폐경 후 시기에 따라 폐경 초기군(폐경 후 6년 이내 경과)과 폐경 후기군(폐경 후 10년 이상 경과)으로 무작위 분류했고, 각 군에서 경구 17β-에스트라디올 1mg/day 전략 + 프로게스테론 45mg 생식기젤 전략과 위약을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6개월 간격의 CIMT 변화, 2차 종료점은 심장 CT를 통한 관상동맥 죽상동맥경화증 평가였다.

평균 5년 시점 평가에서 프로게스테론 유무에 상관없이 에스트라디올은 CIMT에 변화를 줬고, 변화폭은 폐경 초기군과 후기군에서 다른 경향을 보였다. 폐경 초기군에서는 치료전략군의 CIMT가 0.0044mm, 위약군에서는 0.0078mm 증가했다(P=0.0087). 반면 폐경 후기군에서는 각각 0.0100mm, 0.0088mm 증가해(P=0.29) 변화폭의 차이를 보였다. 관상동맥 칼슘에 대한 CT 검사결과 모든 환자군에서 치료전략군과 위약군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에서는 “폐경 초기군에서 경구 에스트라디올 치료는 위약 대비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폐경 후기군에서 혜택은 없었다”며 타이밍이론에 따른 혜택을 강조했다. 한편 “에스트라디올은 심장 CT로 평가한 죽상동맥경화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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