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국내사·국내사-국내사 협력…9개 중 7개 공동판매 전략

코프로모션이란 계약을 맺은 양 사가 동일한 약물을 공동 판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의 코프로모션은 과거에도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내수시장 부진과 과당경쟁 등 시장 환경에 의해 이제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계약만료 시 잡음이 발생하고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다국적사=제품력, 국내사=영업력 공식이 성립하는 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국내사 간의 협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동반자적 이해관계가 성립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2014년부터 3년간 원외처방액 현황(단위: 억원)

이 같은 코프로모션이 두드러지는 시장 중 하나가 바로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이다.

작년 IMS헬스 기준 당뇨병 치료제 국내 시장 규모는 67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그 중 DPP-4 억제제 계열은 40%를 차지한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동일 계열 약물이 9개까지 출시돼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7개 제품이 공동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다.

DPP-4 억제제 공동판매 성과는?

2008년 가장 먼저 국내 상륙한 자누비아(시타글립틴)를 시작으로 DPP-4 억제제 계열 후발주자들은 2012년, 2014년경 공동판매 협약을 체결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치 원외처방액을 비교해 활약상을 살펴봤다.

리딩품목인 자누비아를 가진 MSD는 올 1월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파트너를 변경했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대웅제약과의 코프로모션 관계가 8년여 만에 종료된 것이다. 자누비아는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등과 함께 2014년 1000억원이 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국민 당뇨약에 등극했다.

이미 대형품목으로 성장해 종근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터. 그럼에도 소폭이지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2014년 상반기 599억원에서 2015년 693억원, 올해 71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다만 2014년보다 15.7% 성장했던 2015년에 비해 올해는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며 자누비아를 맹추격 중인 트라젠타(리나글립틴)와 트라젠타 듀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 유한양행이 2012년부터 같이 판매 중이다. 두 약물은 2014년 455억원에서 2015년 508억원, 2016년 55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으며 성장폭은 11.6%, 9.3%을 보였다. 세 회사의 합작품인 트라젠타 형제는 올해 1000억원대 당뇨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노바티스와 한미약품이 손 잡은 가브스(빌다글립틴)와 가브스메트 원외처방액은 2014년 224억원에서 245억원, 265억원으로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성장폭이 9.4%, 8.2%로 한미약품이 가진 영업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동제약은 2014년부터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와 콤비글라이즈를 공동판매하고 있다. 두 제품은 54억원, 84억원, 7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증가폭은 둔화됐다.

DPP-4 억제제 계열 중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다. 올 4월 대웅제약과 파트너십을 맺은 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출시된 제미글로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 2013년부터 사노피와 공동판매를 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짝이 되면서 제미글로군의 처방액은 작년 상반기 125억원에서 올 242억원으로, 93.6% 증가했다. 단순 성장폭으로 비교하면 당뇨약을 뺏고 뺏긴 종근당과 대웅제약의 라이벌 전에서 대웅제약이 승리한 셈이다.

다케다와 제일약품은 2013년부터 네시나(알로글립틴)와 네시나액트, 네시나메트에 대한 코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올 상반기 처방액은 111억원으로 전년보다 5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력에 의한 처방액 증가보다는 추가적인 복합제 출시가 주요 성장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다국적사-국내사 vs 국내사-국내사 vs 국내사 단독 경쟁 구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장에 8번째로 가드렛(아나글립틴)과 가드메트를 출시한 JW중외제약은 안국약품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가드렛과 가드메트는 올 상반기 각각 16억원, 2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계약에 의해 지난달 말부터 JW중외제약은 종합병원, 세미병원 등 30병상 이상 기존 거래처를, 30병상 이하 의원은 양사가 각각 마케팅과 영업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 판매에 들어갔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안국과는 동일질환에서 겹치는 치료제가 없는 데다 의원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여서 공동판매 협약을 맺게 됐다"며 "양사 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원외 처방 시장을 적극 공략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독과 동아ST는 독자노선을 택했다.

DPP-4 억제제 계열 7번째 주자인 한독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와 테넬리아엠은 출시 1년 만에 누계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독 관계자는 "타사와의 공동판매 전략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아마릴의 성공을 바탕으로 당뇨병 시장에서 쌓은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테넬리아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늦게 뛰어든 동아ST 슈가논(에보글립틴)과 슈가메트는 올 상반기 각각 4억 4400만원, 1억 44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렸다. 동아ST 역시 단독판매를 선택했다.

동아ST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의 장점을 갖추고 단점을 보완해 개발한 만큼 제품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코프로모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DPP-4 억제제 당뇨약 시장은 다국적사와 국내사 연합 대 국내사 간의 결합, 국내사 단독영업 구도로 짜여졌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 일찍이 자리 잡은 다국적사와 국내사의 연합전선을 JW중외-안국, 한독, 동아ST가 얼마나 추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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