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서 불안 키운 졸피뎀 근거로 내세운 연구 신뢰성 부족

요 몇주간 수면 유도제 '졸피뎀'을 두고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7월 16일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소개된 졸피뎀 복용자가 겪는 부작용들은 기억상실부터 살인, 자살까지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들의 불안마저 가중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실제 본지 취재 결과 방송 이후 의사들의 처방 혼란은 물론 졸피뎀을 부작용 없이 복용 중인 환자들도 자살 위험 증가 등의 불안으로 인해 약물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과연 졸피뎀 복용만으로 이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생겼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국내외 연구결과 분석과 전문의들 의견을 바탕으로 졸피뎀이 '진짜' 안전한 치료제인지 짚어봤다.<기획-상>"졸피뎀은 안전한 약 오남용이 문제"<기획-하>졸피뎀이 자살 유발? "근거 부족"

고령·여성 환자에서 섬망 위험 높아

1992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단기 불면증 치료 약물'로 승인받은 졸피뎀은 비벤조디아제핀(non-benzodiazepine) 계열 수면 유도제로 반감기가 짧고 혈중 최고 농도에 빨리 도달해 임상에서 수면제로 흔히 처방되고 있다.

졸피뎀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 유도제보다 유해반응과 낮시간 졸음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투여 후 섬망, 악몽, 환각 등의 중추 신경계 증상을 비롯한 △다음날 운전 기능 저하 △노인 낙상 위험 증가 △전향성 기억상실(일정기간 행동 기억하지 못함) 위험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이에 현재 뜨겁게 이슈되고 있는 '졸피뎀=자살?'이라는 공식의 진위를 따져보기에 앞서 국내외 논문들을 통해 '공식' 보고된 부작용부터 짚어 봤다.

먼저 섬망(delirium)이다. 사실 고령 또는 여성 환자에서 졸피뎀 투여 시 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은 국내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단국의대 지영구 교수팀이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졸피뎀을 복용한 입원 환자 481명을 대상으로 졸피뎀 유발 섬망 발생률과 위험요인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대상군 평균 연령은 60세였고, 과거 병력은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질환, 파킨슨 병 등의 신경계질환, 우울증, 천식과 만성폐쇄성 질환 등이었다[대한내과학회지: 제84권 제6호 2013].

분석 결과 졸피뎀 복용 후 4%(19명)에서 섬망이 발생했다. 졸피뎀과 섬망의 상관성은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두드러졌는데, 섬망이 발생한 19명의 평균 나이는 68세로 대부분 노인이었다. 65세 이상만 놓고 보면 65세 미만의 젊은 성인보다 섬망 발생률이 4.4배 높았다.

벤조디아제핀과 졸피뎀을 동시에 복용한 경우에도 졸피뎀 단독 복용 때보다 섬망 발생률이 4.3배 높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벤조디아제핀과 졸피뎀을 동시에 복용한 경우에는 섬망 발생률이 6.4배까지 상승했다.

이를 두고 지영구 교수는 "노인에서 섬망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전반적 신체 상태의 취약함, 시청각 기능을 포함한 감각능력의 손상 등을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졸피뎀과 관련해서 섬망을 일으키는 신경정신과적 유해반응의 위험인자에는 고령이 가장 대표적이며 이 밖에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복용 여부, 졸피뎀 10mg 이상의 용량 복용, 여성 등으로 알려졌다.

장기간 고용량 복용 시 낙상 위험 증가

골절과 낙상 위험 증가 역시 자주 언급되는 졸피뎀 부작용들이다.

최근 몇몇 연구에서 알려진 졸피뎀 투여 후 신경학적 유해 반응 이외에도 노인 골절 위험 및 입원환자가 졸피뎀을 복용하면 낙상 위험도가 상승했다는 결과가 대표적인 예[J Hosp Med 2013;8:1-6].

미국 메이요클리닉 수면센터 Timothy I. Morgenthaler 박사팀이 졸피뎀과 낙상의 연관성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졸피뎀 복용환자 4962명과 비복용환자 1만 135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졸피뎀 복용군이 비복용군과 비교했을 때 낙상 위험이 3.04% 더 증가했다(3.04% vs 0.71%(P<0.001)). 연구팀이 나이, 성별, 불면증, 걸음걸이 이상, 치매, 인지장애, 정신건강상태 등을 보정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Morgenthaler 박사는 "졸피뎀을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낙상 위험이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 환자에서 졸피뎀을 처방하기 전에는 철저한 약물 복용력을 확인하는 등의 신중한 사용과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졸피뎀은 Cytochrome P450(CYP3A4) 간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로 노인이나 간질환 또는 만성 신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배설이 감소되므로 용량을 감량해야 한다.

또 약물 복용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반동성 불면증(수면제를 일시적으로 중단했을 때 전보다 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약물 중단 후 1~2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소견이다[Ewha Med J 2013;36(2):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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