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통령에 직접 입장 전달" 해명에도 '들러리' 비판..."원격진료 보고왔다" 또 다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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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방문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은 이번 추 회장의 행보를 두고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일선 의사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앞서 추무진 회장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방문에 동행했다. 이날 추 회장은 박 대통령과 함께 서산의 한 요양시설을 찾아, 노인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이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모습을 직접 참관했다.

복지부, 원격의료 성과 대대적 홍보...의료법 개정 필요성 강조

복지부는 이날 대통령 현장방문에 맞춰 원격의료 확대 의지를 다시 한번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간 있었던 2차례 시범사업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의료취약지와 해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지속 확대하며,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노인요양시설 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본격화 해 시범사업 기관을 기존 6곳에서 전국 45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취약계층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군 장병, 교정시설 수용자 등 주요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이 지켜본 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시설 촉탁의가 시설 내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혈압과 혈당 등 생체정보를 확인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의원 재진진찰료 수준의 수가(1만 300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논란을 감안, 현행 법이 허용하고 있는 '의료인(의사)-의료인(간호사)'간 원격의료로 시범사업 모형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의협 "대통령에 의협 입장 직접 전하려 현장방문 동참 결정"

추 회장의 현장방문을 동행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원격의료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자리에 의협의 수장이 참석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의협 회장이 현장방문에 동행한 자체가 의료계가 원격의료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의협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어 "의협의 입장을 대통령에 직접 전달하기 위해 그 같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의협은 "정부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서산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찰 행사에 대한 참석 요청을 받았다"며 "행사 참석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오히려 추 회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참석을 결심했다"고 행사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추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의협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대통령께 드린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회장, 원격(대면)진료 보고 왔다" 또 다른 논란

의협의 해명에도 불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추무진 회장이 보고 온 것이,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사실상 현행법에서 금하고 있는 '원격(대면)진료' 에 해당된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추 회장은 대통령을 만나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왔다지만, 지금 (언론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의협회장이 대통령과 원격의료 시범사업 지켜보며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라며 "국민들이 이 모습을 어떻게 해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통령을 만나 한번 얘기하면 원격의료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원격의료 현안을 바라보는 의협 회장의 안일한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정책 홍보자리에서 들러리만 선 꼴"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추 회장이 대통령과 함께 참관한 시범사업의 모형이, 사실상 의협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원격(대면)진료'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간호사가 중개인으로 존재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의사가 환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것 자체가 원격을 활용한 대면진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되, 이를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의료는 합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행 의료법이 규정한 원격의료 허용 범위는 의료인간 자문 행위"라며 "의사와 환자가 직접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면, 이는 합법적인 원격의료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현행 법을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해석해 적용하고 있는 것을, 의협이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용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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