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보건복지위 박인숙 의원] 40년 임상경험 보건의료전문가..."부실 서남의대 폐과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메디칼업저버 고민수거침이 없다. 40년 임상경험에 4년의 의정경험이 합쳐져 무게감이 더해졌다.박인숙 의원은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유일한 의사출신 국회의원이다. 김용익, 문정림, 안철수 의원 등 3인방이 활약했던 19대 국회와 비교해보면 '숫자'가 확 줄어들긴 했지만, 그의 이력을 찬찬히 되짚어보면 의원의 숫자가 그리 중요할까 싶다.박 의원은 1973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베일러대학병원, 텍사스 심장병원 등에서 전공의·전임의·조교수를 거쳐, 1989년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30여년 간 병원을 지키며 국내 대표 소아청소년 심장 전문의로 이름을 날렸다.울산의대 학장을 지냈으며,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송파갑 후보로 공천된 뒤, 해당 지역에서 19대~20대 국회의원으로 연거푸 당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보건의약계 안팎의 이슈를 줄줄이 꾀고 있는 만큼 이미 준비된 인사라는 평가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Q.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이자 교육자로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었다.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이 학교와 문화재, 체육·문화시설이 많고 관광의 메카이기도 해 19대 국회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시·도립 의료원, 보건소 그리고 대학병원 등이 모두 교문위 소관이기도 하다. 교문위 활동 당시 이 부분들을 꼼꼼히 챙겼다. 개인적으로 복지위 안착여부를 떠나, 모든 상임위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와 연관되지 않은 일이 많지 않다.

Q.20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보건의료분야 개선과제를 꼽는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다. 제도가 잘못돼서 건강보험료를 부당하게 많이 내거나 적게 내는 사람들이 많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상의 문제도 있다. 얼마전 모 병원장을 만났는데 현지조사를 받았다며 불안해하더라. 사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어떤 병원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환자가 원해서 좋은 재료로 치료한 것인데, 급여나 심사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장이 범법자로 몰리는 것이 타당한가. 보험재정을 생각하면 딜레마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비급여는 우리가 영원히 쫓아갈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재료나 기기 등 좋은 디바이스가 100km로 달려가면 보험은 기어가는 형국이다.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면, 필요한 부분을 인정은 해줘야 되지 않겠나.

이 모든 것이 돌고 돌아 수가와 연결된다. 수가를 제대로 안주니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생기는 것이다. 수가를 제대로 주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바뀌어야 하고, 건정심이 바뀌려면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19대 국회에서 현재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대표가 8:8:8로 참여하는 건정심의 구조를 5:5:3으로 조정하는 법안을 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료계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각계의 의견을 들어서, 필요하다면 다시 건정심 구조개편에 관한 법안발의를 검토해 볼 생각이다.

Q.최근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의료영리화' 용어가 없어지도록 캠페인이라도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어떤 의미인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사람들이 국민이 부정적으로 느끼는 '영리화'라는 단어를 의료와 연결해 쓰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이 사실상 민간, 영리병원이다. 그런데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니, 그럼 지금 있는 병원들을 모두 없애자는 말인가. 야당에서 제주도에 허용된 녹지병원이 영리병원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병원은 국내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외국인전용 병원'이다. 제대로 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Q.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당 의원 대다수가 서명한 서비스발업발전기본법이 발의됐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법안인데.

-영리병원과 마찬가지로 서발법의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게 문제다. 서발법이 담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 규제 완화 내용은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서발법 내용에 대해 관계자들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미 일본은 서발법 같은 법을 만들어 시행 중이고, 중국도 몇천 병상짜리 병원을 지어 동남아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Q. 최근 정부 입법안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재발의됐다. 

-이미 섬, 군대, 교정시설, 격오지 등 제한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치료받은 해외환자의 사후관리에도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 '재벌병원 배 불리기'라고 주장하는데, 맞지 않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산업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격의료 법안의 쟁점은 만성질환자를 원격의료 대상에 포함하는 문제와 병원급으로 확대하는 문제인데, 법안을 심의할 때 이 부분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반영해야 할 것이다.

Q. 국립보건의료대학교 신설 법안도 재추진되고 있다.

-순천을 비롯해 전국 6~7개 지역에서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보건복지부도 의대 신설에 긍정적인데, 현재 의과대학 수가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의대 신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특히 공공의료만 전담하는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분별한 의대 신설로 서남의대와 같은 부실 의대가 생겨났다. 정상화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서남의대는 폐과해야 한다.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의대나, 간호대 등 보건의료 관련 학과는 국민의 생명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라져야 한다. 의대를 커피숍 인수하듯, 그러면 안 된다.

Q. 끝으로 보건의약계에 당부할 말이 있다면.

-모든 보건의약 쟁점들을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검토하면 국민과의 갈등은 물론 직역 간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포퓰리즘적 주장이나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를 하게 되면 충돌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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