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대학 호세 루이스 블랑코/순천향의대 김태형 교수 인터뷰

에이즈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1차 선택 약물은 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RTI)이다. 여기에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NRTI), 통합효소억제제(INSTI),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I)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하지만 최근 복합제가 나오면서 이러한 조합을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에이즈 치료의 핵심인 순응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정용량 복합제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빌드와 트리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즈 치료의 핵심은 맞춤치료다. 환자에 따라 순응도가 중요한 경우도 있고 내성관리가 중요한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리하다고 무작정 쓰는 것보다는 환자 성향에 잘 맞춘 치료가 적절히 이뤄져야 하고, 이는 최근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에이즈 환자 규모는 우리나라의 13배다(대략 13만명). 그만큼 경험이 많고 또 치료에 앞섰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내한한 바르셀로나대학 호세 루이스 블랑코 박사를 만나 스페인이 강조하고 있는 에이즈 치료전략을 들어봤다. 또 순천향대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가 말하는 국내 치료전략도 함께 담았다.

김태형 교수(좌)와 호세 루이스 블랑코 교수가 에이즈 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리해보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블랑코) 먼저 각 나라의 가이드라인이 다르다는 것을 미리 언급하겠다. 미국의 경우 보건 시스템 안에 가용가능 한 치료제에 맞는 가이드라인으로 갖춰져 있지만, 유럽의 경우, 각 국가마다 상황과 보건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도 각각 다르다. 따라서 미국 가이드라인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정 국가의 시스템과 사용되고 있는 약제, 과용성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서구권 국가들의 가이드라인은 유사하긴 하다. 현재 스페인에서 권고하는 치료제는 INSTI다. 대다수의 의료진들이 통계학적으로 우월성이 입증되어 있는 치료제만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이드라인에는 "일부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NNRTI와 다루나비어가 더 선호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에는 다루나비어, 리토나비어가 포함되어 있다. 유럽의 경우의 수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다루나비어, 리토나비어, 릴피비린가 포함돼 더 선택범위가 넓다.

(김태형)가이드라인은 같은 근거를 가지고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HIV 치료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약을 도입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올해 가이드라인에서 강조되는 부분은 INSTI제제로, 향후 이 계열의 치료제가 많이 쓰이게 될 것이다. INSTI제제가 통계적으로 우월성이 있고 약이 간편화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내성이 문제가 되었는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내성보다는 환자 치료의 간편성(편의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INSTI 등의 약제가 늦게 도입됐다. 그래서 PI를 오랫동안 사용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PI 사용환자들이 많은 편이고 이 환자들이 부작용 등 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원인이 없다면 PI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에이즈 환자가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 보다 13배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블랑코)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효능(efficacy)과 비용 효율성(efficiency)이다. 단순한 제품 비용 뿐만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한 간접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단순성(simplicity)이다. 얼마나 약제를 간단하게 섭취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편리성과 이로 인한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부작용이 없어야 하는 부분이다. 장단기 부작용이 없어야 하며, 내약성도 좋아야 한다.

네 번째가 약제의 상호작용이다. 환자군의 고령화로 인해 다른 치료제를 많이 복용하게 되는데 이때 약제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는 높은 내성 장벽이다. 사실 다섯 가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다섯 가지 요소가 다 중요하다.

(김태형)10여 년 전 치료와 비교했을 시 역사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환자의 생사와 연관된 치료제의 내성장벽과 효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치료 효능도 상당히 뛰어나졌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개별화인 것 같다. 환자가 어떤 약과 궁합이 더 맞는 지, 어떤 부작용을 더 가질 수 있는 군에 속하는지, 어떤 계열의 약에 취약한지 먼저 파악해야 하며, 병력, 가족력도 중요하다.

두 번째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다. 부작용이 많거나 잦은 검사 및 약제를 복용해야 할 경우 환자가 불편해한다. 환자 입장에서 병원에 오는 것이 편하고 어떤 주기로 환자를 방문케 하는지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 호세 루이스 교수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PI 제제도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아는데 주로 어떤 환자인가?
(블랑코)대부분 내성 문제 때문에 PI 계열의 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초치료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INSTI 계열의 치료제를 기반으로 사용하지만, 의료진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adherence) 용이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Boosted PI로 사용하는 초치료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임상 경험을 통해으로 PI제제 중 다루나비어와 리투나비어의 단일 치료제(Mono Therapy)를 처방한 경험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수년전인 2005~2006년에 HIV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과 약제를 4개에서 2개로 줄이는 등 단순화하는 방향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면서 PI 제제의 효능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 진행한 3제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 중 Boosted PI 제제의 효능을 확인했고 그 이후 부스터 단일 치료제로서 프레즈코빅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PI제제를 부스터 단일 치료제로 사용하는 환자 집단의 경우, 바이러스 수치가 낮고 단일정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 다른 치료제로 바꾸지 않고 PI 제제를 부스터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또한 NRTI 또는 NNRIT에 내성이 생겨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Boosted PI를 내성관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치료 간소화가 되면서 내성 저항력이 강한 Boosted PI를 INSTI로 교체해야 하는가를 고려했을 때, INSTI는 유전장벽이 더 낮을 수가 있어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교체하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어떤가?
(김태형)아직 프레코빅스 처방 경험은 없다. 앞서 블랑코 박사가 얘기한 바에 의하면, 4제 병용요법에서 2제 병용요법으로 단순화(simplification)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PI 제제, 특히 다루나비어를 기반으로 한 프레즈코빅스를 잠재적 단일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언급했는데, 아직 국내는 실험적인 경험을 갖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서울은 임상 연구가 많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 인구를 대상으로 어떤 대상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일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봤을 때 프레즈코빅스(다루나비어+코비시스타트)는 NRTI를 쓰지 못하는 경우 1차 약제로서, 돌루테그라비르 등을 쓰지 못하는 경우 2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썼던 인디나비어, 아타자나비어, 로피나비어 등의 성분으로 PI 콤비네이션을 사용해봤는데, 리토나비어를 부스팅으로 해야 하는 약제보다는 코비시스타트를 부스팅으로 하는 경우가 안정성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스페인처럼 초치료 환자 대상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 연구를 진행 중이라 생각할 수 있다.

-부스터에 관한 질문이다. 리토나비어 대비 코비시스타트의 안전성이 얼마나 개선되었고 새로운 제제가 스페인에서 어떤 기대효과로 나타났는지 실제 임상에서의 경험이 궁금하다.
(블랑코)리토나비어는 더 못생긴 남자친구, 코비시스타트는 못생긴 남자친구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모든 부스터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대부분 약물 상호작용에서 문제는 부스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토나비어와 비교했을 때 코비시스타트는 분명 개선됐다.

코비시스타트의 장점은 HIV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우리 면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약물 상호작용에 있어서 간 동질 효소에 영향이 덜하기 때문에 더 나은 약물 상호작용 프로 파일을 보이며 리토나비어에 비해 신체 대사를 덜 방해한다는 점이다.

코비시스타트를 부스터로 사용한 프레즈코빅스(다루나비어)는 과거의 다루나비어에 비해 더 개선됐다. 프레즈코빅스는 다루나비어 2정, 코비시스타트 1정을 합쳐 단일정 형태로 만들었는데, 이는 HIV의 장기치료에서 중요하다.

HIV 치료시에는 순응도를 생각해야 하는데 환자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을 경우 내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가 리토나비어 2정을 복용하지 않고 다루나비어 1알만 복용하게 된다면 이는 약제 내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프레즈코빅스는 단일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성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측면, 특히 효율성(efficacy)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프레즈코빅스는 기존 단일제에 비해 효능은 비슷하면서 편리성은 높아지고 위험성은 낮아졌다는 큰 장점이 있다.
효능의 경우 (각각 복용하는 것보다 단일정으로 복용하는 것이)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의 경우, 800mg의 다루나비어과 150mg의 코비시스타트를 복용하는 환자는 이미 프레즈코빅스로 전환을 시켰다.

▲ 김태형 교수

-국내에서도 PI제제가 필요한 경우 다루나비어를 우선적으로 쓰고 있나?
(김태형)국내에는 다루나비어가 늦게 도입됐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아타자나비어, 로피나비어 베이스의 PI를 사용했다. 다루나비어가 도입된 시점과 INSTI가 도입된 시점의 차이가 짧아 다루나비어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2차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기간은 매우 짧다. 그렇기에 다루나비어와 리토나비어 부스터를 사용한 환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지금 나온 약제의 경우(프레즈코빅스) 처음부터 초치료가 고려되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약제가 될 수 있다.

-에이즈 치료제는 빠르게 개발되고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나?.
(블랑코)전혀 새로운 신약보다는 새로운 치료제 조합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랄테그라비르 두 정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할 수 있는 약제가 1년 이내에 출시될 것이다. 또한 모든 TDF가 TAF로 전환될 것이다. 특히 단일정 복합제가 TAF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즈코빅스 역시 TAF와 결합을 해 단일정으로 출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두 개의 새로운 INSTI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돌루테그라비어와 유사한 성분으로, 정(알약)으로 먹던 치료제를 주사제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약제 제형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매일 한 정의 약제로 복용하거나 한 달에 두 번씩 주사제로 맞을 것이냐에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치료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엘비테그라비어로 예상한다. NNRTI 계열에서도 새로운 치료제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신약이 출시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성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치료에서 중요하다. 환자들이 장기 치료를 받으면 단계별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는데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은 앞으로 치료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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