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전공의들이 나누는 세대공감 토크(3)

의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인 직업이지만 사회로부터 잦은 비난을 받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의료계는 부당한 의료수가 체계가 부당한 의료행위를 만드는 주된 이유라 하고, 사회는 의사들의 지나친 영리 추구나 도덕성 하락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MO 창간 15주년을 맞아 선후배 의사들이 모여 그들이 생각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의사는 어떤지, 좋은 의사는 어떤 모습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토론을 통해 짚어봤다.

1. 우리는 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가 되었나?

2. 의사도 멘토, 멘티가 필요하다

3.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고윤석: 아주 어려운 주제지만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좋은 의사'에 대한 정의다. 흔히 말하는 "희생적인 의사"란 정의 말고, 직업인 의사로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등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고 얘기를 해보자.

▶김홍래: 자기가 맡은 환자에게 책임을 다하고, 실력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 생각한다. 또 좋은 의사가 되려면 동료에 대한 배려와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임차미: 나는 좋은 의사에 대한 관점이 학생 때 형성됐다. 전문가로서 실력 있고, 환자에 대해 책임감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 생각한다.

▶김대하: 당연히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우리나라의 의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내 앞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부분에서는 스승님들과 선배들이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료실 밖으로 벗어나 큰 틀에서 보면 최선의 진료를 막는 제도적, 사회문화적 제약들이 존재한다. 이제는 이런 부분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닐까한다.

 

▶송명제: 토론회 초대를 받고 이제 의사 된 지 5년밖에 안 된 내가 좋은 의사를 정의할 수 있을까 살짝 부담스럽긴 했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의사의 존재 이유는 환자이고 크게 보면 국민이다. 따라서 통념상 국민에게 윤리적·도덕적으로 거슬리지 않는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의학적, 학문적으로 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생각도 한다.

▶고윤석: 좋은 의사란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영국은 매년 'Good Medical Practice'라는 진료 표준을 정하고 의사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지키도록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나는 좋은 의사의 의미를 "환자의 이익을 나의 이익보다 앞세우는 의사"라고 해석하고 싶다.

또 이해상충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도 생각하고 싶다. 수련을 어떤 병원에서 받느냐에 따라 실력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각자 다양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이때 내가 볼 수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빠르게 판단해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내가 진료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붙잡고 있으면서 부당한 수익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것도 이해상충을 잘 관리하는 예다.

의료, 이제 문화가 돼야 한다

▶고윤석: 문화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행위 등이 그 사회에 보편적으로 수용될 때 문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의료는 이미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환자들이 혹은 국민이 "우리가 좋은 진료를 받고 있다"라고 느끼고, 사회 구성원이 "좋은 의사를 만나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이 문화라 할 수 있다. 의료가 좋은 문화로 발전하려면 어떤 것이 더 보강돼야 할지 얘기를 나눠보자.

▶임차미: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의사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다. 의사들 또한 의료체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의사 내부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는 의사에게 요구하는 책임이나 역할 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송명제: 의료가 문화가 되려면 의료인과 환자 상호간 존중을 통해 건강문화에 통용돼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전제조건이 의료인과 환자인데 매스컴이 갈등을 조장한다.

▶고윤석: 병원에서 환자의 자율성은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의료의 특수한 양상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법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들어선 순간 너무 아득했다. 처음 병원에 들어선 환자도 이렇게 느낄 것이다.

 

▶김대하: 의료가 문화라는 보편적이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의사에게 '여유'가 필요하다. 환자 한명 한명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최근 고혈압 당뇨 등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있는 환자가 동네병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그 환자와 20분 이상 얘기를 했더니 그 환자가 "의사랑 이렇게 길게 얘기해본 것이 처음"이라며 불만을 털고 계속 병원에 다니기로 했다. 이렇듯 환자와 최소한의 신뢰가 싹틀 여유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의료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고윤석: 마무리를 하자. 환자들은 의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왜 나한테 이러지! 왜 나한테 매일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환자들의 요구사항을 견딜 수 없다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의 직업 특성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견디기 위해 자기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빠도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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