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전공의들이 나누는 세대공감 토크(1)

무엇이 우리를 굿 닥터로 만드는가?

의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인 직업이지만 사회로부터 잦은 비난을 받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의료계는 부당한 의료수가 체계가 부당한 의료행위를 만드는 주된 이유라 하고, 사회는 의사들의 지나친 영리 추구나 도덕성 하락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MO 창간 15주년을 맞아 선후배 의사들이 모여 그들이 생각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의사는 어떤지, 좋은 의사는 어떤 모습인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토론을 통해 짚어봤다.

1. 나는 왜 히포크라테스 후예가 됐나?

2. 의사도 멘토, 멘티가 필요하다

3.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나는 왜 히포크라테스 후예가 됐나?

▶고윤석: 흉부외과와 내과의 지원자가 줄어드는 등 최근 진료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상황이 달라졌다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의사로 살아가느냐 아닐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왜 우리가 의사가 되려 했는지 초창기 마음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내 얘기를 먼저 하면 1975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소위 명문고등학교에 시험을 봐 들어갔고, 이과를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의대에 가려 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암울했고, 그래서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살아가는데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으면 삶이 좀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생각해 의사가 됐다.

▶송명제: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남자가 문과를 선택해 처자식을 굶겨 죽일 셈이냐"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어머니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이과를 선택했다. 이후 수능을 봤고, 공과대학을 가려 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요즘 트렌드를 얘기하며 성적에 맞춰 의대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다.

▶김대하: 처음부터 의대에 간 것은 아니다. 2002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대를 잠깐 다니다 의대에 들어갔다. 당시 IMF를 지나면서 의대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조직생활 등 갇힌 틀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전문직이 좋지 않겠냐"라는 조언을 했고,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지금 내과 의사가 됐다.

▶임차미: 어릴 때 꿈이 의사였고 그사이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래서 수능을 여러번 봤다. 재수하는 동안 의대성적이 점점 높아졌다. 그럼에도 의사가 안 되면 후회할 것 같아 계속 도전했다. 나의 이런 마음 밑바탕에는 의사에 대한 선망이 깔려 있다. 내가 돌 지나고 골수염을 앓았는데 당시 부모님이 "의사 선생님 덕분에 걸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된 것에는 그 영향이 있지 않았는가 싶다. 커서는 의사가 되면 아프리카나 오지 등 그 어디에 가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김홍래: 중학교 때 꿈은 역사학자였다. 그러다 우연히 영재센터에 다녔는데, 실험을 하고, 무언가 자꾸 창의적인 것을 요구했다. 힘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을 적용하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의사가 됐다. 그런데 논문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의대에 들어간 것을 후회한 적은? 

▶송명제: 의대 다닐 때 빨리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예과 2학년 때 발생학 수업을 듣는데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머니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 했다. 당시 문과 친구들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법대에 가려 했다. 그런데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야 할 어머니가 "내 뜻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청개구리 같았던 나는 결국 의대를 그만두지 못했다. 의대를 졸업한 후 전공과목으로 응급의학과를 지원했다. 응급의학과는 활동적이고 다양한 측면이 있어 좋다.

▶김대하: 의사의 인생에서 의대생 시절이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웃음). 자부심도 있고 어디를 가든 선망의 대상이지 않은가? 막연하지만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의사가 된 후에는 학생 때 생각하지 못했던 스트레스와 만나게 됐다. 환자와의 관계, 의료제도 등 힘든 점이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정말 좋은 직업이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필요한 직업이라 자부심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불합리하고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많다.

▶고윤석: 나는 군대를 다녀온 후 병원 수련을 시작했다. 1년차 때 2월에 짐을 챙겨 100일 당직에 들어가 6월 6일 현충일에 샤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비어 있는 1인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윗년차 선생이 "고 선생 요즘 시간이 많은가 보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윗년차가 아랫년차를 무릎 꿇게 하는 일도 많았고, 챠트를 던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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