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관리를 중심으로 한 심혈관질환 치료 전략

최근 Evidence and Insights: Improving Cardiovascular Care를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대구가톨릭의대 김기식 교수, 경북의대 채성철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계명의대 한성욱 교수, 캐나다의 Strauss 교수가 차례로 강연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본지는 이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 좌장 김기식
대구가톨릭의대 교수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 좌장 채성철
경북의대 교수
경북대병원순환기내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관리의 중요성

 

▲ 한성욱 계명의대 교수
계명대동산의료원 심장내과

 

가이드라인

 유럽고혈압학회(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ESH)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 약제 선택은 grade 2 이상인 환자의 경우 병용요법을 권고하며 베타차단제(beta-blocker)를 포함한 5개 계열의 약제를 모두 고혈압의 1차 치료 약제로 사용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억제제는 신장질환, 당뇨병, 심부전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된다.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

 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 (UKPDS)에 참여한 당뇨병 환자 중에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를 대상으로 엄격한 혈압 조절(tight blood control)의 효과를 분석했다. 무작위 임상 대조 연구로 진행된 이 연구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엄격한 혈압 조절이 환자의 소혈관 및 대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1,148명이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고 엄격한 혈압 조절군의 목표혈압은 150/85 mmHg, 대조군(less tight control)의 목표혈압은 180/105 mmHg였다.

 두 군에게 captopril과 atenolol을 주로 투여해 그 효과를 8~9년간 관찰했고 당뇨병과 관련된 모든 임상 평가변수(clinical endpoint) 및 요중 알부민 배설량(urinary albumin excretion)을 연구의 1차 평가변수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평균 혈압은 154/87 mmHg, 엄격한 혈압 조절군의 평균 혈압은 143/82 mmHg로 두 군간의 혈압 차는 대략 10/5 mmHg였다. 엄격하게 혈압을 관리한 군은 대조군보다 당뇨병 관련 임상적 평가 변수가 24% 감소했고 당뇨병과 관련한 사망률(mortality)은 32% 감소했다(p=0.019). 미세혈관질환과 관련한 망막병증(retinopathy)의 발병률은 37% 가량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평균 10 mmHg의 수축기 혈압을 추가로 강하시킬 때 당뇨병성 합병증이 감소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에 최초 연구에 참여한 1,148명의 환자 중 사망 혹은 기타 이유로 인해 추적이 불가능했던 환자를 제외한 884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두 군간의 혈압 차이가 없어지면서 최초 연구의 1차 평가변수에 대한 차이도 함께 사라져 전체 사망률(all-cause mortality),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MI) 등의 발병률에 대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는 치료 초기부터 혈압 조절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심혈관계 사망률(cardiovascular mortality)을 감소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ADVANCE 연구

 Action in Diabetes and Vascular disease: pretarAx and diamicroN MR Controlled Evaluation (ADVANCE) 연구는 11,14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perindopril 4 mg/indapamide 1.25 mg 병용요법을 통해 집중적으로 혈압을 관리한 경우와 GliclazideMR 30 mg을 중심으로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한 경우의 심혈관 합병증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시행됐다.

 집중적인 혈압관리의 임상적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환자들은 혈압 및 혈당 관리를 위한 기존 치료법을 유지하면서 perindopril 4mg/indapamide 1.25 mg 또는 위약을 추가로 투여했고 평균 4년의 추적 관찰기간을 거쳤다. 연구 4년 째 혈압은 perindopril/indapamide 병용투여군이 140/77 mmHg, 위약투여군이 134/74 mmHg였다.

 연구 결과 perindopril/indapamide 병용투여군은 위약군보다 전체 사망률이 14% (p=0.026), 심혈관 사망률이 18% (p=0.028) 감소했다. 또한 ADVANCE 연구의 1차 평가 변수인 대혈관 합병증(뇌졸중, MI, 심혈관 사망) 또는 미세혈관 합병증도 9% (p=0.0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적극적인 혈압관리를 통해 심혈관 함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음이 확인됐다. 신장질환 합병증은 perindopril / indapamide 병용투여군이 위약군보다 21% 가량 감소했는데, 이 결과가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DVANCE 연구에 대한 추적 관찰 연구로서 ADVANCE-ON 연구가 이어졌다. ADVANCE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에 혈압 감소로 인한 심혈관 개선 효과가 연구 종료 후에도 지속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8,400명을 선정해 약 6년간 추적 관찰을 연장했다.

 Perindopril/indapamide 병용투여군은 위약군대비 전체 사망률에 대한 위험도 감소가 9%로 유지됐고(HR 0.91, p=0.03)과 심혈관 원인 사망률에 대한 위험도 감소가 12%로 유지돼(HR 0.99, p=0.04)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편 주요 심혈관 사건 복합빈도는 ADVANCE 연구에서 두 군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지만 ADVANCE ON 연구에서는 유의성을 상실했다.

결론

 ADVANCE 연구에서 나타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강하 효과는 지속적이라는 것이 후속 연구인 ADVANCE ON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심혈관 사건을 비롯한 당뇨병 합병증의 발생을 감소시킴으로써 환자 예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ACE 억제제의 유효성

▲ Dr. Martin Strauss
York General Hospital Canada

목표혈압

 캐나다의 고혈압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고혈압 치료 시 ACE 억제제를 투여한다고 밝혔다. 70~80%의 고혈압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가 활성화돼 있으므로 이를 억제하는 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억제제(angiotensin receptor blocker, ARB)를 투여할 수 있다.

 최근 ESH, 미국당뇨병협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 미국합동위원회(Joint National Committee, JNC) 8차 가이드라인,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 혈압을 130 mmHg에서 140 mmHg로 상향 조절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Canadian hypertension education program은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 mmHg로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13년간 진행된 연구에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 mmHg로 정하고 생활습관을 변화시킨 결과 사망률이 약 46%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ACE 억제제의 임상적 유효성

 현재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임상연구들을 중심으로 ACE 억제제의 임상적 유효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Heart Outcome Prevention Evaluation (HOPE) 연구에서는 ACE 억제제가 혈압강하 효과 외에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혈관질환을 동반한 고위험의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ramipril 또는 위약을 투여해 4.5년간 추적 관찰하며 심혈관 보호 효과를 측정한 결과 ACE 억제제 투여군에서 MI, 뇌졸중 및 사망률의 복합 발생률이 22% 감소했다(p<0.001). Ramipril 투여에 따른 추가적인 혈압강하는 3/1.5 mmHg로 미미한데 비해 심혈관 보호 효과가 현저히 컸으므로 캐나다 임상현장에서 이를 반영하는 계기가 됐다.

 European Trial on Reduction of Cardiac events with Perindopril in Stable Coronary Artery Disease (EUROPA)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임상 가이드라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는 환자 특성 및 모집 수, 위험 요소 및 목표혈압 등이 HOPE 연구와 유사했고 perindopril을 투여로 인한 혈압강하 효과와 심혈관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HOPE 연구와 EUROPA 연구에서 나타난 심혈관 보호 효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혈압을 낮추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가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혈압을 3/1.5 mmHg 낮춘 것과 심혈관 보호 효과는 독립적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메타분석 연구가 진행됐다. 기존에 발표된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의 효과와 관련한 연구 논문들을 대상으로 혈압강하와 MI 및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 대한 관계를 도식화(graph)했다. 그 결과 CCB에 의해 혈압강하 폭이 증가할수록 MI 및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감소폭도 함께 증가했다. 또한 혈압 감소가 0인 경우에는 이에 대한 유익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ACE 억제제의 효과와 관련한 연구 논문들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한 결과 CCB의 메타분석 결과처럼 혈압강하 폭이 증가할수록 MI 및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감소폭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ACE 억제제의 경우 혈압 감소가 0인 경우에도 MI 및 사망률이 약 12% 감소했다. 이것이 바로 혈압강하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ACE 억제제의 유익한 효과이다.

 ARB는 내약성이 우수하며 효과적인 고혈압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CE 억제제 투여 시 MI 및 심혈관계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ARB의 경우 ACE 억제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특정 연구에서는 오히려 MI 발병률이 증가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러한 두 약제의 차이는 약제의 작용 기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ACE 억제제는 안지오텐신 II type 2 (angiotensin II type 2, AT2) 수용체를 억제하고 bradykinin의 분비를 상향 조정한다. 반면 ARB는 안지오텐신 II type 1 (angiotensin II type 1, AT1) 수용체를 억제하므로 bradykinin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따라서 ARB 투여 시 bradykinin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으로부터 배제된다. 또한 ARB가 AT1 수용체를 지속적으로 차단하면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 기전에 의해 안지오텐신 II가 증가된다. 증가된 안지오텐신 II는 matrix metalloproteinase-1 등의 과분비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죽상판 파열(plaque rupture), 혈전 생성(clot formation)등을 야기해 MI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ARB-MI 패러독스라고 일컫는다.

 ACE 억제제에 대한 39개의 연구(n=150,943명)와 ARB를 대상으로 한 11개의 연구(n=55,050)를 대상으로 메타분석해 ACE 억제제와 ARB의 차이점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 연구에서는 ACE 억제제 또는 ARB를 투여가 뇌졸중, MI, 심혈관 사망 및 전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ACE 억제제와 ARB 모두 뇌졸중 발생을 각각 6%, 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ACE 억제제 투여 시 MI가 14% (p<0.001), 심혈관 사망률이 12% (p<0.001), 전체 사망률이 9% (p<0.001) 감소했으나 ARB는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고 MI는 오히려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0.05)(Circulation. 2006;114:838-54)<그림 1>.

▲ <그림 1>.

 Blood Pressure Lowering Treatment Trialists Collaboration (BPLTTC)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ACE 억제제는 MI 및 관상동맥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p=0.002) ARB는 이와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그림 2>.

▲ <그림 2>.

결론

 유럽에서 ACE 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의 약 30%에서 기침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기침의 중증도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ACE 억제제의 장점을 생각할 때 기침이 발생하지 않는 나머지 70%의 환자에게 약제교체를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이 임상현장에서 환자에게 약제를 처방할 때 모든 약제는 각자의 특성에 따른 이상사례가 존재한다고 이야기 한다. ACE 억제제의 경우는 그 이상사례가 기침이며 발생할 확률은 2~3% 정도이다. 따라서 ACE 억제제는 여전히 고혈압 1차 치료제로 고려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Q&A

 

 Q: ARB 약제 중 valsartan과 candesartan 등은 MI가 발생한 환자에게 적응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ARB가 MI가 발생한 환자 적응증에 대해 적응증을 획득하는 데 근거가 되는 논문을 살펴보면 환자의 생존율은 약제 또는 위약을 복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환자가 70% 이상의 약제를 복용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됐습니다. 즉 위약을 복용했더라도 복약 순응도가 70% 이상이라면 환자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논문의 결과만으로 MI가 발생한 환자에게 약제 사용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ACE 억제제는 고혈압 치료제로서 혈압을 효과적으로 강하시키는 동시에 혈압강하 기전과는 별개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반면 ARB는 상대적으로 혈압강하 효과만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A: ACE 억제제와 비교할 때 ARB는 혈압 강하 효과 외에 다른 효과는 미미한 것이 맞습니다.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여러 연구 결과에서 ARB는 뇌졸중에 대해서는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MI, 심혈관 사망, 전체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혈압 치료 시 젊은 연령이면서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환자의 경우 ARB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할 수 있겠지만, 심혈관 위험도가 높거나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ACE 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ACE 억제제와 관련한 여러 연구 결과를 고려해 볼 때 bradykinin이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것은 ACE 억제제와 ARB의 뚜렷한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관련 연구들이 진행 중인지요?

 

 A: 다양한 ACE 억제제를 대상으로 bradykinin의 농도 증가를 관찰하는 연구가 시도된 바 있습니다. 그 중 perindopril이 가장 높은 농도 증가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약제 작용 기전을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Perindopril의 용량은 어느 정도로 처방하십니까? 또한 어느 용량부터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나타냅니까?

 

 A: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이상사례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 용량을 처방하는 편입니다. 현재 혈압강하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심혈관 보호 효과가 어떤 용량에서부터 나타나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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