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비급여에 갇힌 의사들③] 국회·시민사회, 비급여 관리강화 한목소리...의료계 "수가현실화 먼저"

 
바야흐로 비급여 전성시대다. 피부미용부터 비만, 영양주사, 도수치료에 이르기까지 비급여 진료는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개원가 전반에 깊숙히 파고들었다.급여과와 비급여과, 각 전문과목 간의 구분도 무색해진 지 오래다. 적지 않은 개원의사가 생계를 위해 전문진료과목을 전환하거나 숨긴 채 비급여 영역으로 뛰어들었다."한국 개원가는 통증과와 감기과, 미용잡과뿐"이라는 자조는, 비급여의 확산과 전문과목 붕괴로 요약되는 우리 개원가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① 비급여 강요하는 사회, 벼랑 끝 개원의들② 달라진 개원 판도...거세지는 외부 도전③ 공룡화 된 비급여 시장, 해법은 없나?비급여 진료를 둘러싼 논쟁은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비급여 시장의 확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약화시키며, 국민 진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국회·시민사회, 국가차원 비급여 관리체계 요구핵심은 비급여 실태 파악과 정부 차원의 관리체계 마련이다.비급여 코드화를 통해 비급여 진료의 규모와 형태 등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 중 필요한 항목은 급여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점진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나가자는 것이 큰 그림이다. 덧붙여 국민의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회 토론회를 열어 비급여 진료비 관리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2014년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 비급여 규모가 11조 2253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히며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곧 보험 가입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체계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5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 결과 국민의 83.7%가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보건복지부에 비급여 관리체계 마련과 전담조직 신설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남 의원은 "건강보험 급여 부문과 달리 의료기관의 자율영역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통제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비급여 부문을 포함한 체계적인 국민의료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 전면공개를 위한 입법작업도 진행 중이다.

복지위 전혜숙 의원(더민주)은 정부로 하여금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을 조사, 분석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계 “비급여는 사적자치영역...통제 강화 능사 아냐”

의료계도 필수적인 진료지만 보험재정의 사정으로 급여권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비급여에 대해서는 급여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정부분 건보 보장성을 높이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재 개원가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비급여 진료행위까지 이 같은 범주 안에서 보아, 관리해 나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과 그 안에서의 비급여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네거티브 건강보험제도, 단일공보험제 등을 동시에 채택하는 매우 특이한 의료제도를 갖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면 해당 진료행위를 할 수 있지만, 이를 급여로 할 것인지 비급여로 할 것인지는 보험재정 등의 상황을 고려해 별도로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급여 행위라 하더라도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거친 정식 의료행위이며, 다만 건강보험으로 하기에는 최소급여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들이 비급여로 남는 것"이라며 "비급여는 건강보험 밖의 일종의 사적자치영역으로 의료소비자의 선택과 서비스에 따른 비용차이를 인정해왔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주로 상급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필수 비급여와 개원가의 비급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 이사는 "개원가의 비급여까지 전면 급여화하거나, 급여화를 위한 관리작업이 필요하느냐면 그에 대해서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수요는 있으나 사회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전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의 사적계약에 따른다"고 강조했다.

“근본 원인은 저수가...정부 책임부터 다해야”

비급여 관리에 나서려거든 정부의 책임부터 먼저 다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태욱 회장은 "비급여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도 없이 무조건 비급여가 많으니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타당한 접근방식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저수가가 비급여를 양산하는 상황이다. 제도와 관리운영의 문제는 제쳐놓은 채 비급여 문제의 책임을 무조건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인 진료만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고민없이는 어떤 해결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서인석 이사 또한 "진찰료 등 진료수가가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비급여 통제에 나서려거든 수가를 먼저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급여 통제 기조의 배경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 이사는 "비급여 통제는 반대로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는 그로 인한 이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를 살펴야 한다. 비급여 통제로 이득을 갖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실손보험사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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