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지도 완성 개인별 치료 가능성 열어


2000년 6월, 미국·일본·중국을 포함한 6개국 국제컨소시엄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와 미국 민간벤처기업 `셀레라 게노믹스`가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을 풀

낸 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했다.
 
다음해 2월에는 염기서열의 99%가 해독됐으며 지난해 드디어 인간게놈지도 최종본이 완성
됐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지 반세기만의 쾌
거였다.
 
당시 모두가 인간생명의 신비를 감춘 비밀의 방을 열 수 있게 됐다는데 흥분하고 있을때, 의학
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신의학의 출현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맞춤의학. 과
거 기약없는 미래시제형으로만 회자되던 맞춤의학의 시대가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늘 실패를 배제할 수 없는 시행착오의 역사를 통해 발전해 온 인류의학은 벌써 오래전부터, 개
인의 체질에 따른 완벽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줄 맞춤의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적 구성에 따른 차별적 치료을 핵심으로 하는 맞춤의학은 인간 유전자 구조의 내
막을 알지 못하고는 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
 
인류는 이제 게놈의 핵심인 DNA가 이중나선구조이며, 이 이중나선구조가 A(아데닌)·G(구아
닌)·C(시토신)·T(티민) 등 4가지 염기에 의해 연결돼 있음을 알아냈고 30억개에 이르는 염기
서열의 지도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들 염기서열중 하나의 염기가 다른 염기로 치환되는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 개인의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 원인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한마디로, 개인에 따른 차별적 치료를 담보케 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
린 것이다. 맞춤의학은 이제 막 100m 출발선을 떠났다.
 
지난해 스위스계 다국적제약사 로슈는 특정 처방약물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칩을 최초로 개발, 검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약물개발이 성공할 경우, 약물부작용의 사전예방에 개인에게 최고의 효과
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치료는 물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의료비와 시간절약에도 도움이 된
다.
 
소위 `one drug fits all`과 `trial and error`로 대변되면 기존 약물치료학의 근본적인 개

이 가능하게 된다.
 
맞춤의학이 인류에게 가져다 줄 혜택은 약물유전체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료의학에서 예
방의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또한 담보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적 구성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
과 각각의 유전자가 갖고 있는 의학적 의미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특정 질병의 발병 가
능성을 미리 예측해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암치료의 세계적 대가로 알려진 김진복 한국위암센터원장은 "암치료 분야도 개인 유전자 분
석을 통해 암발생 가능성을 예측, 예방치료할 수 있는 맞춤치료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
다.
 
그러나 인간게놈연구와 맞춤의학의 발전이 반드시 장미빛 미래만을 보장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이단 호크와 우마 서먼 주연의 영화 `가타카(GATTACA)`-DNA 염기서열인 G·A·T·C를

미-에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완전정복이 이뤄진 사회에서 우성유전자만으로 만들어진 맞춤형
인간과 자연생식을 통한 열성유전자 내포 인간 사이에 서열이 나뉘는 유전자계급사회가 암울
하게 묘사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문화·윤리적 진보를 앞지르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성에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맞춤의학이 100m를 출발했다고 언급했듯이, 비밀의 방이 열린 이후 인간유전자 연구는 급속
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 파급효과와 영향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 또한 필요할 때다.
 
21세기프론티어사업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주축으로 질병 관련 유전자 발굴 및
DNA칩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는 우리나라도 한국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게놈프로젝트를 추
진중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뒤진다고 믿었던 중국이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주인공 대열에
동참하는 등 국제사회 경쟁은 1초의 방심도 허락치 않고 있다.
 
21세기 인류역사 발전의 열쇠가 될 생명과학 연구에 좀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투자가 필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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