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에 느닷없이 용어도 생소한 양허요구안의 국경간 공급, 해외소비, 상업적 주
재, 자연인의 이동에 대한 동의여부를 4월말까지 내달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긴급하
게 대한간호협회내에 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필자가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다른 의료인단체들도 같은 처지여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공감되었고 의협, 병협, 치의협,
치병협, 한의병협, 간협 등 6개 단체가 의료공동대책위원회를 4월 10일 발족하였다.
 의공위는 농산물시장개방의 선례를 거울삼아 정부와 공동으로 의료인단체간에는 능동적,
협력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로 발족되어 1년간 32회의 모임을 통해 대응방안을 협의하여 5
월말에 양허요구안을 의공위 이름으로 복지부에 제출하였다.
 대간협이 간호계의 양허요구안을 작성하기 위해 신속히 의공위와 연대한 토론회, 간협홈페
이지, 17개지부, 8개 산하단체와 우편, 직접방문, 토론회등을 동원해 의료시장개방방식과 회
원들의 의견 조사한 결과 회원들은 의료시장개방 4가지 방식별로 매우 개방적 반응을 보였
다. 특히 양허요구 대상 국가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영어권 국가와 일
본, 중국의 진출을 희망하였다.
 WTO에 제출은 중국을 제외한 6개국에 간호시장의 개방을 요청하였다. 보름간의 짧은 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30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조사에 참여하여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
히 개방 방식 중 자연인의 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는 다른 의료인과는 달리 간호사는 일찌
기 1960년대의 독일을 시작으로 하여 1970년 이후 미국, 캐나다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로
의 해외 이동이 비교적 친숙한 방식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의료시장개방 방식 중에서
상업적 주재가 간호사의 취업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직접관련성이 있는 방식은 자연인의
이동부분이다.
 해외 취업을 위한 외국간호사면허취득 간호사 수는 2002년 202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
어 시험공부와 원정시험에 드는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8%(2002년)를 차지하고 있고 3년제 간호대학 졸업자가 64%를 차
지하였다. 미국은 1980년대 말부터 간호사부족이 나타났고 간호사의 고령화와 조기퇴직, 간
호대 입학생수의 감소와 법적으로 환자대 간호사수의 비가 증가되면서 간호사 구인난을 심각
하게 겪고 있다. 2001년 미국병원협회는 전국적으로 126,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보
고했고 미국 노동부는 현재 간호사의 수는 270만명인데 2010년에는 백만명의 간호사가 필
요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사 부족현상은 캐나다도 마찬가지이며 미국과 지역협정
에 의해 간호사면허가 상호인정되는 캐나다의 간호사가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어 캐나다의 간
호사부족이 심화되고 있고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어권 국가 간호사의 미국 이동으
로 인해 이 국가들의 간호사 부족이 도미노현상처럼 파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지역협정이 되어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간호사면허 인정을 하지 않고
1970년대 말 이후 외국간호사에게는 예비시험(CGFNS)을 치르게 하거나 미 영토에서
NCLEX-RN시험을 보도록 하고 있다.
 미국간호사면허를 취득해도 취업을 원하는 간호사에게 발급되는 H-1B, H-1C는 극히 제한
적이며 H-1C 비자는 2003년까지 연간 500명씩 배정하고 있다. 이 비자발급은 일시적 체류
만을 허용하는 비자이며 연장이 불가능하고 영주권 신청이나 다른 비자로의 이동이 불가능하
다. 이에 최근에는 취업을 전제로 하여 영주권 비자를 신청하고 있으나 TOFEL 540
(PBT)/2O7(CBT)나 IELTS에다 회화점수를 요구하며 2003년 9월 23일부터는 다단계 접수
방식에서 일괄서류접수 방식으로 바꿔 영주권 비자발급이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WTO DDA의료시장 개방 방식 중 자연인의 이동이 일시체류를 의미하나 취업비자 발급량
이 극히 적어 미국의 간호사취업의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가 미국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이민의 역사와 함께 취업간호사가 일만여명에 이
를 것으로 추정되므로 경로의존적 인력이동의 성향이 있고 여성으로서 가사노동과 자녀양육
을 하면서도 취업이 용이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근로조건과 취업보장, 임금수준이 국내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국내 간호사의 배출은 매년 신규면허 소지 간호사가 만명정도가 배출되는데 비해 중견간호
사의 이직률은 낮아 상급직으로의 승급 또는 승진이 적체되어 있는 실정이어서 20대 연령층
의 해외진출에 대한 욕구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로 나가고자 할 때 걸림돌은 미
국 영토 내에서의 면허시험을 치르는 것과 면허취득 후 취업비자발급의 제한과 영주권 비자
신청자인 경우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와 회화 실력을 요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점차 국내 간호사 면허시험 수준과 간호교육수준이 양허를 요구한 국가들과 경쟁
력이 있는지와 미국, 캐나다의 경우 점차 학사소지 간호사를 선호하고 있는데 우리의 학제는
여전히 3년제, 4년제로 이원화되어 있는 점과 그리고 아직도 간호교육기관에 대한 인정평가
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고 특히 면허관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 30일까지 제출한 제 1차 양허안에서는 한국간호사의 상호면허를 인정하는 국
가의 경우 간호시장의 개방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에 제출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일
차 제출시기에는 외국의 양허요구를 지켜본 후에 대응하자는 안에 따라 양허를 하지 않았다.
 이미 6개국에 간호사면허 상호인정과 미국 비자할당증가, 간호사 시험장소의 확대 등의 시
장접근제한을 없애라는 양허요구안은 내놓고 빗장은 열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우리의 간호시장
과 의료시장의 빗장을 지르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간호사의 국내유입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개발국과 개도국의 저학력, 저임
금 간호사의 국내시장 점유로 간호사의 구직난과 간호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간호교육제도의 4년제 일원화와 면허시험 수준의 향상, 실기시험의 강화와 정기
적 면허관리를 통한 간호실무의 질적 향상과 간호사의 직무를 구체화한 의료법의 개정과 간호
교육 4년제 일원화가 의료시장개방에 대처해야 할 선결 과제이다.
 여기에 영어능력을 키울 수 있는 산업인력공단 등의 기관과 연계한 인력개발차원의 정부의
실질적 지원과 정부차원의 협상과정에서는 우리 간호사들이 선진국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경제수요심사의 폐지와 비자발급의 투명성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간호시장접근을 할 수 있는 상호면허인정의 실익을 얻어내도록
하는 정부의 지속적 협상노력을 기대한다. 상호면허인정이야말로 의료시장개방의 빗장을 여
는 적극적 공격과 최대의 수비책이 되리라.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표
를 두고서 말이다.  WTO DDA협상지연으로 의료시장개방시기도 지연될 전망이어서 다행
이다 싶다. 의료계의 여론과 합의를 거친 국내제도의 정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빗장풀고 후회하지 않도록 개방화시대에 제로섬 게임보다는 윈윈게
임이 되도록 정부와 의료단체간의 지혜를 모아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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