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사건 예방에서 아스피린 대체

심뇌혈관질환 1·2차예방에 아스피린이 있지만, 또 다른 항혈소판제인 P2Y12 억제제 클로피도그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클로피도그렐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사건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을 대체하거나 1차선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 항혈소판요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클로피도그렐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전략의 1차선택인 동시에 유효성과 안전성에 있어 아스피린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전상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혈소판 응집(활성화)에 의한 혈전의 생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로 중 하나가 P2Y12 수용체인데, 클로피도그렐은 혈소판 활성의 핵심 루트이자 기여인자인 P2Y1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이다.

반면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를 억제한다. 태생적으로 항혈소판 효과와 출혈 관련 안전성에 있어 클로피도그렐이 우위에 있는 것.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한 궁극적인 임상혜택, 즉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이미 여러 임상·관찰연구를 통해 수차례 보고돼 왔다.

CAPRIE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항혈소판 효과와 궁극적인 심혈관 임상혜택을 규명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CAPRIE 연구다.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1 대 1로 직접 비교한 최초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로 P2Y12 억제제 계열 항혈소판제의 임상혜택을 명확하게 규명했다.

 

클로피도그렐 vs 아스피린 단독
Lancet 1996;348:1329-1339에 발표된 이 연구는 당시 주요 항혈소판제로 처방되던 아스피린과 티클로디핀의 잠재적 부작용 위험을 극복하고 보다 우수한 항혈소판 효과 및 임상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약제로서 클로피도그렐의 역할을 검증하고자 했다. 다기관·무작위·대조군·맹검 방식으로 환자들을 클로피도그렐 1일 1회 75mg 또는 아스피린 1일 1회 325mg 그룹에 무작위 배정해 허혈성 뇌졸중·심근경색증·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뇌졸중·심근경색증·혈관사망↓
평균 1.9년 관찰결과, ITT(intention-to-treatment) 분석에서 두 그룹의 1차 종료점 복합빈도가 5.32% 대 5.83%로 차이를 보였다. 클로피도그렐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아스피린군에 비해 8.7%(P=0.043) 유의하게 낮았다. PPA(per-protocol analysis) 분석에서는 클로피도그렐군의 상대위험도가 9.4%까지 감소하며 아스피린과의 차이를 7% 포인트 더 벌렸다.

클로피도그렐은 뇌졸중 하위그룹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을 7.3%(P=0.26) 낮추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지만, 아스피린 대비 위험도를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 그룹에서는 위험도를 23.8%(P=0.0028)까지 낮추며 유의한 임상혜택을 나타냈다. 발진, 설사, 상부위장관장애, 두개내출혈, 위장관출혈 위험 등 이상반응은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당뇨병 환자의 CAPRIE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의 임상혜택은 특히 당뇨병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캐나다 헨더슨연구원의 Jack Hirsh 박사는 JAMA Internal Medicine 2004;164:2106-2110에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임상혜택’에 관한 논문(review article)을 게재 “CAPRIE 연구의 하위그룹 분석결과, CABG 경험·다중혈관질환·1개 이상 허혈사건 병력·당뇨병 환자 등에서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크게 낮았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2만여 명의 환자 중 3866명에 달했던 당뇨병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혈관 원인 사망·허혈성 뇌졸중·심근경색증·허혈사건과 출혈로 인한 재입원의 상대위험도가 클로피도그렐군에서 12.5% 유의하게 감소했다(클로피도그렐 15.6% 대 아스피린 17.7%, P=0.042). 클로피도그렐이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에 비해 허혈사건을 1000명당 21건 더 예방한 것이다.

송영빈 교수팀, DAPT 후 단독요법 선택

 

CAPRIE 이후에도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시사하는 일련의 연구들이 보고됐다. 가장 최근에는 성균관의대의 송영빈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ntervention 2016년 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3년여의 장기간 등록·관찰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약물용출스텐트(DES) 삽입 후 12개월간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시행 환자들에서, 이어지는 단독항혈소판요법(SAPT)으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비교한 결과, 출혈위험은 비슷했고 허혈사건 재발위험의 감소는 클로피도그렐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또 “(관찰연구의 한계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를 통한 확증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결과가 허혈사건 2차예방 목적의 단독 항혈소판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최적 선택과 관련해 임상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클 수도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클로피도그렐 vs 아스피린
송 교수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DES 삽입 후 12개월 동안 심혈관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이중항혈소판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 3243명을 등록해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이후 계속되는 항혈소판제 단독치료 선택으로 클로피도그렐(771명)과 아스피린(2472명)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했다.
단독전환 후 36개월 시점에서 클로피도그렐군의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복합빈도는 아스피린 대비 46% 낮았다(hazard ratio 0.54, P=0.02). 심혈관 원인 사망도 69%나 유의하게 감소했다(0.31, P=0.04). 한편 주요출혈 위험은 0.9% 대 1.3%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1.03, P=0.95)<그림1>.

왜 클로피도그렐인가?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클로피도그렐이 앞선 임상연구에서 아스피린 대비 우수한 유효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CAPRIE 연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CAPRIE 연구는 DES가 등장하기 전의 항혈소판 단독요법의 임상혜택 검증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새롭게 발표된 송 교수팀의 연구가 갖는 의미는 새롭다. 송 교수는 또 이번 결과와 관련해 기전상의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심근경색증이나 스텐트 혈전증이 생기는 기전은 혈소판 응집(활성화)에 의한 혈전의 생성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로 중 하나가 P2Y12 수용체인데, 클로피도그렐은 이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기전상으로는 항혈소판 효과에 있어 클로피도그렐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PRoFESS & ESPRIT 종합분석
클로피도그렐은 뇌졸중 분야에서도 아스피린 대비 임상혜택을 시사하고 있다. 주목받은 사례는 PRoFESS와 ESPRIT 임상연구다. 클로피도그렐 단독 vs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아스피린 단독 vs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을 비교·검증한 각각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부각된다.

클로피도그렐 vs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클로피도그렐을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서방형 병용과 비교한 PRoFESS(NEJM 2008;359:1238-1251) 연구에서는 단독요법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가 확인됐다. 2만 332명의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두 요법을 비교한 결과, 뇌졸중 재발빈도가 클로피도그렐군 8.8% 대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9.0%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azard ratio 1.01, 95% CI 0.92-1.11).

비열등성을 검증코자 했던 연구팀은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이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이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병용요법과 비교해 대등한 임상혜택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반면 출혈위험은 병용군에서 증가했다.

아스피린 vs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아스피린 단독요법 역시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과의 비교·검증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ESPRIT(Lancet 2006;367:1665-1673) 연구에서는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서방형의 병용이 아스피린 단독에 비해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이 PRoFESS 연구에서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병용과 비교해 대등한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뇌졸중 및 심혈관사건 2차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상대적 우수성을 추론할 수 있는 결과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는 2014년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아스피린,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클로피도그렐을 항혈소판요법 1차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배희준 교수팀, 아스피린 치료중 뇌졸중 발생 시 항혈소판요법 선택
뇌졸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 요법의 임상혜택을 시사하는 또 다른 연구로는 가장 최근에 보고된 서울의대 배희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팀의 코호트 관찰연구가 있다. 배 교수팀은 미국뇌졸중협회 저널 Stroke 2016;47:128-134에 ‘아스피린 치료중 뇌졸중 발생 시 여타 항혈소판제 전략’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 “아스피린 유지보다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 또는 병용하는 것이 이어지는 혈관사건 위험을 막는데 더 우수하다”고 밝혔다.

여타 항혈소판제 전환 또는 병용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혈관사건 예방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만큼, 아스피린 치료 중 새로운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하는 환자를 임상현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전국 14개 의료기관 뇌졸중 등록 데이터베이스의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관찰했다. 최종분석에 포함된 총 1172명은 증상발생 48시간 이내에 입원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였으며, 적어도 뇌졸중 발생 7일 전부터는 혈관사건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환자들 가운데 18.1%(212명)는 뇌졸중 후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계속했다(유지그룹). 21.0%(246명)는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했고(전환그룹), 나머지 60.9%(714명)는 아스피린에 여타 항혈소판제를 추가해 병용치료를 받았다(병용그룹).

약물전환 그룹에서는 클로피도그렐 단독이 80.5%(198명), 실로스타졸 단독이 9.8%(24명), 여타 항혈소판제가 4.5%(11명)를 차지했다. 병용그룹은 각각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87.1%, 622명), 아스피린 + 실로스타졸(10.5%, 75명), 아스피린 + 여타 항혈소판제(2.4%, 17명), 비아스피린계 항혈소판제 병용(5.2%, 13명)으로 구성됐다.

클로피도그렐 단독 또는 병용 시 심혈관사건 감소

 

이들 세 그룹의 연간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 원인 사망)를 비교한 결과, 아스피린 유지 14.5% 대 약물전환 7.4% 대 약물병용 6.7%로 차이를 보였다(P<0.001)<그림 2>. 아스피린 유지그룹과 비교해 다른 항혈소판제로 전환한 그룹의 심혈관사건 위험은 50%(hazard ratio 0.50, P=0.03) 낮았다. 아스피린에 여타 항혈소판제를 추가한 병용그룹은 60%(0.40, P<0.001)의 상대위험도 감소를 나타냈다. 뇌졸중 위험은 9.0% 대 7.4% 대 5.0%(P=0.31), 뇌졸중·심근경색증·모든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는 21.2% 대 11.7% 대 11.2%(P<0.001)로 역시 아스피린 유지그룹 대비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항혈소판제의 뇌졸중 예방효과
AHA와 ASA는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2차예방의 1차선택으로 아스피린, 아스피린 + 디피리다몰, 클로피도그렐 등을 권고하고 있다. 1차예방에는 아스피린 1차선택에 대체수단으로 클로피도그렐을 권장하지만, 권고범위는 제한적이다. 뇌졸중 1차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를 초과하는 고위험군 환자, 당뇨병을 포함한 여성 환자의 첫 뇌졸중 예방에 아스피린이 타당하고 유용할 수도 있다”는 권고가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 “심혈관질환 저위험군 환자, 여타 고위험 징후가 없는 당뇨병 환자, 무증상 말초동맥질환인 당뇨병 환자에서 첫 뇌졸중 예방에 아스피린은 유용하지 않다”는 권고도 뒤따른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뇌졸중협회 저널 Stroke 2016년 5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JPPP 연구에서 고령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를 검증한 결과, 뇌졸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의 환자에서 대조군 대비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뇌졸중 2차예방에서도 아스피린의 제한적인 유효성과 위장관출혈 등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대체 항혈소판제를 찾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돼 왔다. 최근에는 신규 항혈소판제인 P2Y12 억제제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의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비교한 SOCRATES 연구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NEJM 2016년 5월 10일자 온라인판).

연구팀은 급성 뇌허혈사건 환자에서 티카그렐러의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를 검증키 위해 비중증 허혈성 뇌졸중 또는 고위험 일과성뇌허혈발작(TIA) 환자들을 대상으로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의 임상혜택을 비교했다. 그 결과, 90일 이내 뇌졸중·심근경색증·사망의 복합빈도가 6.7% 대 7.5%로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스피린 대비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의 임상혜택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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