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대체할 수 있는 항혈소판제 전략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장기이환 환자의 대부분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당뇨병의 종착역에 미세혈관 합병증(신장병증, 신경병증, 망막질환, 족부질환) 대혈관 합병증(심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Korean Diabetes Fact Sheet 2015’에서 2013년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허혈성 뇌졸중과 심장질환 발생빈도는 인구 1만명당 295명과 248명으로 비당뇨병 환자(62명, 59명)에 비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심혈관 위험인자(고혈당·고혈압·비만·이상지질혈증) → 죽상동맥경화증 → 죽상경화반에 의한 혈전 또는 색전 →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혈관질환 발생에 혈소판 활성화에 의한 혈전 또는 색전증 위험이 주요인자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혈전사건을 막기 위한 주된 수단은 항혈소판요법이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항혈소판요법이 주된 전략으로 위치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있어 아스피린의 한계를 보완해 주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타 항혈소판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능성을 고무시키고 있다.

ADA 가이드라인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에는 아스피린이 여전히 주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항혈소판요법에 아스피린을 1차선택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당뇨병 환자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만 1차예방 목적의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10년내 발생 위험도 10% 초과)인 제1·2형 당뇨병 환자의 1차예방 전략으로 아스피린(1일 75~162mg)을 고려한다. 여기에는 심혈관질환 가족력,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알부민뇨 등 추가적인 심혈관 위험인자를 하나 이상 보유한 50세 이상 환자가 포함된다. 지난해 권고안에서는 이들 고위험군 가운데 여성은 60세 초과 연령대에서부터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이를 남녀 모두 50세 이상으로 통일해 아스피린을 적용하도록 했다.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서도 남녀 연령대의 차이를 두지 않고 50세 미만으로 통일해 적용했다. “추가적인 심혈관 위험인자가 없는 50세 미만 당뇨병 환자와 같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이 낮은 경우(10년내 발생 위험도 5% 미만)에는, 잠재적 부작용 위험이 혜택을 상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ASCVD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치료가 권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ADA는 “아스피린 치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ASCVD 환자에게는 클로피도그렐(1일 75mg)을 사용해야 한다”며 대체수단을 언급했다.

 

아스피린 대체전략
ADA 가이드라인에서 이렇듯 아스피린이 제한적으로 권고되는 것은 혜택 대비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전략에 반드시 필요한 항혈소판요법이기는 하지만 혜택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전반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심혈관질환 1차예방 전략에 있어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여타 항혈소판제 전략의 추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혈위험이 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들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실로스타졸은 말초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등에 미치는 혜택으로 인해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효과적인 선택으로 꼽힌다.

실로스타졸
임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전(全)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수치를 증가시켜 혈전생성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PDE3는 혈소판 외에도 혈관의 평활근세포, 심장의 근육세포, 지방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심혈관에 미치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말초동맥질환
실로스타졸은 말초동맥질환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초기치료 전략으로 권고되는데, 증상개선과 함께 도보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13년 발표된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의 말초동맥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치료 부분 중 파행증을 별도로 떼어내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초기치료로 운동 프로그램을 권고하는 동시에 증상개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약제로 실로스타졸을 권고했다. 더불어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도보거리 개선에 있어 실로스타졸에 이은 2차선택으로는 펜톡시필린을 추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파행증 치료제로서 펜톡시필린의 임상효과는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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