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박승철교수 "대처 힘들어질수도"
더 강해진 사스가 온다?
중국 광조우에서 보고된 사스 의심환자가 중국정부 및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감염자
로 최종 확인되면서, 21세기 신종 전염병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특히, 이 환자가 새로
운 사스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세계 보건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
다.
중국 광동성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첸치우시아 박사는 지난 5일 사스감염자로부터 채취된 바
이러스 관련 발언시 "분명히 코로나바이러스지만 유전자검사결과 지난해 전세계를 공포로 몰
아 넣었던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종이었다"며 변이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2일에는 광조우 호흡기질환연구소의 중난샨 소장이 한 연구토론회에서 당시 사
스 의심단계였던 이 환자가 변종에 감염됐다고 주장,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CNN은, 로이 와디아 WHO 베이징 주재 대변인이 "아직 첸소장의 주장에 대해 검증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며 확인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일간지 `북경청년일보`도 군(軍) 의료연
구기관 전문가의 말을 인용, "돌연변이 출현의 확증을 위해서는 더 종합적인 유전자검사가 필
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독감바이러스와 같이 백신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물론
더욱 치명적인 맹독성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아 문제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사스바이러스는 조류나 개 등에서 발견되고 사람에게는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의 변종이라는 태생적 배경 때문에 변이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스사태가 정
점에 달했던 지난해 5월에는 `사스바이러스 지놈의 유전자구조가 변이를 일으켜 더욱 치명적
이거나 반대로 더 유순한 바이러스로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또한, 사스발달 당시 홍콩 감염환자 11명의 바이러스 샘플검사를 통해 지난 3월까지 2가
지 형태의 사스 관련 바이러스가 존재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 마운트사이나이병원의 도날드 로우 박사는 "사스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
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독감과 같이 매년 변종을 양산해 내는 고질적 유행성전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박승철 교수는 이와 관련 "사스바이러스의 변이는 충분히 가능하
고, 이미 예견돼 왔던 일"이라며 "향후 사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키가 더욱 힘들어 질 수도 있
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변이로 인해 사스가 더 치명적인 악성 전염병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단정
하기 이르다. 로우 박사에 의하면, 변이가 바이러스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통념이 강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반면, 미국 테네시대학의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데이비드 브라이언 박사는 급속하게 변
이를 일으키는 사스바이러스가 진단이나 백신개발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
다.
변이과정에서 바이러스의 외부 단백질에 영향이 미칠 경우, 특정 단백질 형태를 인식해 체
내 면역시스템을 강화토록 하는 백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매년 다른 종류의 사스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진단에 있어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결정짓는 특정 유전자가 변이과정에서 제거될 경우 진
단키트가 이 바이러스를 인식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로우 박사는 "이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더 오래 있을 수록 외부 세계에 대한 적응능력이 향
상되는 만큼, 정확한 감염경로를 찾아 바이러스 자체를 박멸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