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정책세미나 개최…사무장병원 소속 의사 구제방안 마련 주문도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 실태와 관리방안을 주제로 국민건강보험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불법개설기관,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으려면 개설기준과 자격을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3일 사무장병원 실태와 관리방안을 주제로 제3차 국민건강보험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사무장병원 개설과 관련 사전예방 대책으로 개설기준과 자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의료법 내 의료기관 개설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33조제2항에 명시된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의료생협은 기한을 두고 협동조합기본법상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시키면서 해당 조항 안에 ‘협동조합기본법상 사회적 협동조항’이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당이득 환수 범위의 조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속임수 등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요양기관에 대해 그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현행법에는 부당이득금 환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의료행위, 건강보험법상 급여기준 위반사항 등 구체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 적극 대처해 성과를 거뒀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공단은 보험자일 뿐 의료기관 전반을 감독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사무장병원의 경우 의료법 개설권 조항 개성 등 사전예방대책과 함께 의료기관의 바람직한 행태를 유도할 수 있는 세련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무장병원 고용 의료인, 면책 필요"

▲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여러가지 대안을 내놨다.

이날 세마나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요양기관 개설기준 및 자격 강화와 함께 ▲처벌 강화 ▲내부고발 보상 및 면책 제도 운영 ▲보건복지부의 의료생협 사무장병원 직접 관리 등을 제안했다. 

조 의무이사는 “현재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비의료인에게는 경미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쳐 처벌을 받은 후 재차 사무장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사무장병원의 사무장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몰수하는 등 강력한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재범 시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무이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의 경우 처벌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인지하지 못한 채 고용된 의료인도 피해자로 볼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해 면책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개설신고 및 허가단계부터 사무장병원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의료생협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복지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의료생협 의료기관은 비조합원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법제사법위원회)실 이백휴 보좌관은 ▲자진신고 시 부당이득금 감면 ▲사무장병원 및 면대약국 공표제도 등을 제안했다. 

이 보좌관은 “현재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자진신고한 경우 행정처분을 감면하고 있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행정처분보다 부당이득금에 대한 부담이 더 큰 상황”이라며 “자진신고 시 부당이득금에 대한 감면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변조해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해 업무정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공표하는 제도가 있다”며 “해당 제도에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동일하게 위반 사실을 공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사무장병원은 개설 위반인 만큼 개설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무장병원에 가담한 의료인이 행한 의료행위는 정당한 만큼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경권 교수는 “사무장병원이 현행 법령이 금지하는 형태로 개설, 운영됐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어 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십분 동의한다”면서도 “면허를 가진 의료인에 의해 이뤄진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일률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설형태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의료인이 행한 정당한 의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법적인 개설주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민형사상 제재를 가하면 된다”며 “의지와 상관없이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재기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는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개설 예방 등 중장기적인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건보공단 의료기관관리지원단 백남복 부장은 "불법 개설자 공표, 사무장 형량 강화, 법인 개설기관 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사무장병원 개설을 사전에 예방토록 할 방침"이라며 "궁극적으로 건강보험법을 통해 의료인 환수액 감면 또는 징벌적 범죄수익 환수제도를 통해 올바른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