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하버드의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우울증 환자에서 자살 생각이 동반 되는 원인을 규명했다.

초기 우울증 환자부터 중증 우울증 환자까지 우울증 관련 증상이 심해질수록 자살충동을 경험하는 빈도 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관련 원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가 주관 연구책임자로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성준경 교수·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임상연구센터 모리죠 파바 교수와 공동으로 2011년부터 5년간 '자살 생각이 있는 우울증과 없는 우울증 환자에서 뇌 영상과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기능적 MRI를 통해 우울증에서는 전체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데 특히 전두엽 및 변연계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는 전두엽와 변연계 기능이 저하되면서 집중력 저하, 불면증, 식욕저하, 감정 기복 등이 발생해 학교나 직장에서도 제대로된 기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대인관계 의욕마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두엽은 이마쪽에 위치해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을 하는 고차원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뇌 심부에 위치해 있는 변연계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충동, 수면과 섭식,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특히 변연계는 분노, 화, 불안 등의 증상을 동반하거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회상 될 때도 흥분되는 반면 우울증으로 인한 전두엽 기능저하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가 되면서 전두엽이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

이에 연구팀은 뇌 백질의 연결성을 볼 수 있는 확산텐서영상을 통해 우울증에서 전두엽-변연계 간의 연결이 줄어들수록 자살 생각이 더욱 증가한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냈다. 분석결과를 보면, 두 영역 간의 연결성 감소가 충동성 증가와 일을 순차적으로 계획해 실행하는 실행 기능 저하와 비례했다.

연구팀은 "전두엽-변연계 간의 연결이 줄어들수록, 뇌 전두엽 아래쪽에 있는 곧은이랑(gyrus rectus)이 할성화 된다"면서 "기존 연구에 의하면 이 부위의 손상이 충동조절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갑작스러운 충동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살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홍진 교수도 "우울증이 만성화되고 치료 받지 않으면 전두엽-변연계 연결성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자살 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우울증을 조기에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우울증만이 아니라 자살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