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카그렐러 아스피린 뛰어넘지 못해

얼마 전 급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항혈소판제제인 티카그렐러가 표준치료이자 비스테로이드제제인 아스피린에 한판 도전장을 걸었던 SOCRATES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세계 뇌졸중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결론은 두 약제 모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 것. 전반적인 심뇌혈관 사건 발생률이나 허혈성 뇌졸중, 그리고 주요 출혈 사건 발생률까지 모두 차이가 없었다.

아스피린이 표준치료임을 감안,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두 약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결론을 낼 수도 있지만 사실 티카그렐러 입장에서는 우월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였다는 점에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은 연구다. 특히 비용대비 효과를 끼워 넣으면 처절함은 더 커진다.

티카그렐러가 자신감을 보여온데는 급성관상동맥(ACS) 환자를 대상으로 한 PLATO 연구 결과와 다양한 하위 연구를 통해 급성 뇌졸중에서도 아스피린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변은 없었다.

가톨릭의대 구자성 교수(신경과)는 "티카그렐러는 PLATO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해 우월성을 보였으므로 이를 근거로 급성 뇌경색에서도 아스피린보다 우월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해 진행한 연구였다"며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우월성 입증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쉽지 않은 급성 뇌졸중 환자 연구

이 연구를 계기로 그간의 급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새삼 화재다.

급성 뇌졸중에서 항혈전 치료의 목적은 조기 재발 예방이다. 따라서 가능한 강력한 항혈전약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론하에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 단독 대비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 요법을 이용한 여러가지 연구가 시행돼 왔다. MATCH, CHARISMA, FASTER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모두 조기 재발 예방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출혈위험만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나온 CHANCE 연구는 아스피린 단독 대비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 요법의 우수성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이것만으로 임상에 적용하기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급성 뇌졸중 환자의 표준요법은 아스피린이고 그 위상은 아직 건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카그렐러의 기능은 기대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티카그렐러의 기능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이 답변을 위해서는 이번 연구를 좀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긍적적 평가를 내리자면 우선 효과가 완전히 동등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 티카그렐러의 1차종료점(뇌졸중, 심근경색, 사망 등 복합발생) 발생률은 6.7%였으며, 아스피린군은 7.5%였다. 위험비는 0.89였으며, 통계적 차이를 결정짓는 P값은 0.07이었다.

따라서 엄밀하게 표현하면 통계적인 차이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예방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할 수 있다.

중앙의대 박광열 교수는 "연구설계 단계에서 저자들은 티카그렐러가 아스피린대비 20%정도 더 위험도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연구에서는 11% 정도로 추정됐다"며 "따라서 파워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청신호는 2차 종료점에서 나왔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을 위약대비 13%나 감소시켰고, 모든 뇌졸중 발생을 14%나 줄이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다.

구 교수는 "이는 곧 허혈뇌졸중 재발은 줄이고 출혈뇌졸중 재발이 더 많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면서 "또한 앞서 연구와 달리 주요 출열에서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출혈 위험이 아스피린과 동등하다는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자세히 살펴보면 긍정적인 신호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 모집단 기준만 조금 틀었더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연구에는 신경학적 손상이 적은 (NIHSS 5점 이하) 뇌경색 환자나 재발위험이 높은 일과성 뇌허혈환자가 대상이었다.

박 교수는 "재발위험이 높은 경동맥협착이 심한 환자나 대혈관 죽상경화증이 심한 환자들이 포함되지 못했다"며 "이런 환자는 대개 수술이나 시술, 또는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의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티카그렐러의 효과가 이런 환자들에서 더 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도 "CHANCE와 마찬가지로  경증뇌졸중 또는 TIA(일과성 허혈발작)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는 1차 종료점을 뇌졸중, 심근경색, 사망 등 복합 변수로 하지 않고 CHNACE 연구 경우처럼 뇌졸중만 만으로해 연구를 설계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가 주는 시사점?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로 임상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은 추가 연구가 더 진행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2차 종료점 티카그렐러가 아스피린에 비해 더 좋은 결과를 보이면서 좋은 신호가 나왔지만 계층형 시험체계( heirachical testing scheme)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향후 티카그렐러가 아스피린보다 뇌경색을 예방하는데 더 우월한지 연구가 나와 보다 정확한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급성 뇌졸중에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비교하는 연구부터 우선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클로피도그렐은 CAPRIE 연구에서 심혈관 예후에  아스피린보다 우월함을 입증했지만 아직 급성뇌경색 치료에 대한 클로피도그렐 단독 연구는 없다"면서 "현재 국내에서 AMATCH(가칭)라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비교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로 급성 뇌졸중 치료 영역은 미지의 영역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양한 하위분석이 나오겠지만 SOCRATES 연구처럼 적응증을 겨냥할 수 있는 대규모 연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SOCRATES 연구는 33개국 674개 지역에서 심각하지 않은 허혈성 뇌졸중 또는 고위험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 환자 약 1만 3200명을 모집해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을 비교한 연구다. 티카그렐러군은 첫날 180mg 복용 후 다음 날부터 하루 90mg씩 두 번 나눠 복용했다. 아스피린군은 첫날 300mg 복용 후 다음 날부터 하루 100mg을 복용했다. 치료 기간은 90일이었다. 미국 텍사스의대 S. Claiborne Johnston 교수팀이 주도했으며, NEJM 5월 10일자 온라인판에도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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