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서울대, 국제세미나 개최…토론자들, 데이터 보완 통한 질향상 제안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수경 연구원은 최근 열린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국제세미나에서 병상공급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축 중인 한국판 다트머스 아틀라스 프로젝트인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가 정책의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보공단은 지난 10일 서울의대 암연구소에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세부과제로 진행된 ▲병원 병상공급, 입원, 입원환자의 총사망률 관계 ▲심뇌혈관질환 의료이용과 결과의 지역변이 ▲응급의료/분만서비스 적정시간 도출을 위한 실증근거 분석 등의 연구결과가 소개되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먼저 지역단위별 병상공급이 입원이용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세부과제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 유무, 인구 1,000명당 권내 입원이용건수, 자체충족률(권역내 입원건수/권역주민 전체 입원건수), 입원환자 중증도 보정 사망률 등의 지표와 지리정보를 연계해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병상수가 많은 지역의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질병군 별로는 외과계 질환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병상의 공급량은 권내 입원 이용량을 증가시키고 자체충족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500병상 종합병원이 있는 권역에 비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의 경우 사망률이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외과계의 경우 38%(1.3배), 전문질병군의 경우 45%(1.7배) 높았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수경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100~300병상 사이의 중소형 병원이 급증하면서 환자 접근성 개선 등에는 기여했지만, 사망률 개선에는 도움이 됐는지 아직까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입원환자 중증도 사망률 산출 모형의 안전성 확보 등의 연구를 더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향후 연구 결과 병상공급, 즉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의료이용에 차이를 보이는 게 확인된다면 정책적 시사점은 달라질 것”이라며 “건보공단은 건보재정의 지속성 유지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이용지도 연구를 통해 응급 및 분만환자 발생 상황에서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골든타임의 기준시간에 대한 결과도 발표됐다.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서 응급진료를 받은 실환자 44만 5548명의 환자 데이터 분석과 함께 민감도가 높은 응급질환군 13개를 선정해 환자 데이터와 연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응급질환 발생부터 의료기관 도착까지 이송시간이 최소 60분, 최대 70분이 넘으면 통계적으로 사망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분만 환자의 골든타임도 도출해냈는데, 연구팀이 2013년 한 해 동안 분만 경험이 있는 환자 37만 1341명의 의료정보와 지리정보를 연계 분석한 결과, 산전진찰을 위한 적정시간은 60분, 분만의 경우 태반 조기박리나 출혈 등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40분에서 60분 이내에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도출됐다. 

“의미 가지려면 데이터 질 향상부터”

▲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 국제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정책 수용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열린 ‘의료이용지도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이에 따라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정책의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는 “의료이용지도 구축사업이 의미를 가지려면 데이터의 질을 향상하는 게 필요하다”며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는 결국 신뢰성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병상공급과 사망률 관계에 있어서도 현재 데이터로는 보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단순히 지역적 변수만 고려할 게 아니라 특정한 질환별로, 또 시술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의료이용지도 구축 프로젝트가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되려면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 신순애 실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정책에 반영되고 보다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해지려면 조직 확대를 위한 인적 자산과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