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경과 학계는 치과치료 등 가벼운 침습적 시술(minor invasive procedure)을 전·후해 오랜 시간 항혈전제 투여가 중단되는 진료실태에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Neurology 2013;80:2065-2069에 ‘허혈성 뇌혈관질환 환자에서 수술 전·후 항혈전제 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 “치과시술 시 아스피린과 와파린을 지속해도 중대한 출혈 합병증 위험증가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이 경우 뇌졸중 환자에서 항혈전제 투여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항혈전제 중단을 고려치 않아도 되는 시술로는 침습적 안구마취, 백내장 수술, 피부과 시술 등이 추가적으로 언급됐다.

임상현장의 딜레마

 

임상의들은 진료현장에서 수많은 딜레마(dilemma)를 경험한다. 혜택과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혈전치료 환자들이 침습적 시술을 앞두고 항혈전제 투여를 중단해야 할 것인가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단 시 혈관사건 위험, 지속할 경우 출혈 위험이라는 두 변수를 모두 고려해 혜택이 위험을 상회하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항혈전제 투여를 계속할 경우에 제기되는 출혈 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의 임상의들이 내시경 또는 발치(拔齒)를 시행할 경우, 아스피린을 1주일 또는 그 이상 중단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병원 심장내과의 한 전문의는 “치과 발치 시 아스피린을 2주까지 끊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며 “투여를 계속하거나, 기간을 최소화해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근거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약제의 중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아스피린 중단에 따른 혈전사건 위험 ↑
AAN은 이에 대해 “아스피린을 중단할 경우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가 관련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을 2주 중단할 경우 뇌졸중 위험이 1.9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주 중단 시에는 3.4배까지 위험도가 높아진다. 와파린의 경우도 7일 이상 중단되면 혈전색전증 위험이 5.5배까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항혈전제 지속투여에 따른 출혈 위험
반면, 여러 침습적 시술을 전·후해 항혈전제 투여를 계속할 경우에 예상되는 출혈 위험은 크게 높지 않거나 경증에 그치는 것으로 AAN은 보고했다. 가이드라인은 연구 분석결과에 근거해, 아스피린과 와파린 지속 시 ‘출혈 위험증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치료로 치과시술을 꼽았다. 이를 기반으로 치과시술을 앞둔 뇌졸중 환자들에게 아스피린과 와파린 투여를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Level A).

또 침습적 안구마취, 백내장 수술, 피부과 시술, 경직장 초음파 전립선 생체 검사법, 척추/경막외 수술, 수근관 수술은 아스피린을 지속해도 ‘출혈 위험 증가 가능성이 낮은’ 시술로 분류됐다. 가이드라인은 이들 시술을 받는 뇌졸중 환자에게 아스피린 투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Level B).

여기에 더해 유리체망막 수술, 근전도 검사, 기관지 폐 생검, 대장내시경 용종절제술, 상부위장관 내시경 생검, 괄약근절개술, 초음파 유도 생검은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시술로 분류돼 일부 뇌졸중 환자에서 아스피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Level C). 정형외과 둔부수술은 아스피린 지속 시에 출혈위험이 높은 시술로 구분됐다. AAN은 “일반적으로 수술 전 항혈소판제는 7~10일, 와파린은 5일 정도 중단이 권고된다”며 “하지만 항혈전제 중단으로 인해 혈전색전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중단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심장수술 전 아스피린 투여 vs 중단
가장 최근의 임상연구로 NEJM 2016;374:728-737에 실린 ATACAS 결과에 따르면, 외과적 심장수술인 관상동맥우회술(CABG) 전에 아스피린을 지속투여한 군과 중단한 군의 예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피린을 투여해도 사망이나 혈전합병증 감소에 있어 비투여군과 차이가 없었고, 주요출혈 위험도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연구는 관상동맥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을 수술 전 아스피린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으로 나눠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혈전합병증 위험과 주요출혈 위험을 비교했다. 치료·관찰 결과, 아스피린 투여군에서 시술 후 30일 내 사망 또는 혈전합병증(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폐색전증, 신부전, 장경색) 발생률은 19.3%로 위약군의 20.4%와 유사했다(hazard ratio 0.94, P=0.55). 수술에 따른 주요출혈 위험도 아스피린군 1.8% 대 위약군 2.1%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75).

주 저자인 호주 알프레드병원의 Paul S Myles 박사는 “관상동맥시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시술 전 아스피린 투여는 위약보다 출혈위험이 높지도 않고, 사망위험도 낮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CABG 시술 전 아스피린을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아스피린 복용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서도 이를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 대해 “아스피린의 수술 전 사용이 출혈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에 반해 매우 놀라운 결과”라면서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앞으로 침습시술이 예정된 환자들도 아스피린을 복용하면서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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