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주요선택 적용

심혈관질환 예방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항혈소판요법은 아스피린과 P2Y12 억제제 클로피도그렐의 단독 또는 병용요법이다. 두 약제는 말초동맥질환(PAD), 안정형허혈심장질환(SIHD),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에서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TIA)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환자들에서 심혈관사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항혈소판요법으로서 혜택을 검증받았고 이에 근거해 임상에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다.

 

임상혜택
국내외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와 함께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2012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의 SIHD 가이드라인에서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75~162mg 아스피린 요법으로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스피린에 금기사항인 경우 클로피도그렐 치료가 타당하며, 고위험군 SIHD 환자에게는 아스피린(75~162mg)과 클로피도그렐(75mg) 병용요법도 타당한 선택으로 권장된다.

유럽심장학회(ESC)가 발표한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관상동맥증후군의 급성단계부터 이후 12개월 동안, 과도한 출혈위험 등의 금기사항이 없는 한, 아스피린에 P2Y12 억제제를 추가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이 권고된다.

ACC·AHA의 말초동맥질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아스피린 치료가 주를 이룬다. 간헐성 파행증, 중증 사지허혈, 하지혈관 재형성술(복강경 또는 외과적 수술), 하지허혈로 인한 절단 등 증상이 뚜렷한 동맥경화성 하지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혈소판요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들 환자에서 1일 75~325mg의 아스피린 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혈소판요법으로 권고된다.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항혈소판요법으로는 1일 75mg의 클로피도그렐이 권장되며,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요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ACC·AHA의 비ST분절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NSTE-ACS) 가이드라인에서도 증상발현 직후 모든 환자에게 아스피린 162~325mg 요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후 아스피린 유지용량(81~162mg)을 평생토록 지속하는데, 초기 침습 또는 비침습 전략 모두에서 금기사항이 없는 한 아스피린에 더해 12개월까지 P2Y12 억제제를 병용해야 한다.

1차예방
뇌졸중에서도 거의 같은 동향이다. 2014년 AHA와 산하 뇌졸중협회(ASA)가 업데이트한 뇌졸중 1·2차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아스피린은 주된 항혈소판요법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에서 아스피린이 제한적으로 권고된다는 것이다.

AHA·ASA의 뇌졸중 1차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를 초과하는 고위험군 환자, 당뇨병을 포함한 여성 환자의 첫 뇌졸중 예방에 아스피린이 타당하고 유용할 수도 있다”는 권고가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 “심혈관질환 저위험군 환자, 여타 고위험 징후가 없는 당뇨병 환자, 무증상 말초동맥질환인 당뇨병 환자에서 첫 뇌졸중 예방에 아스피린은 유용하지 않다”는 권고가 이어진다.

당뇨병 환자의 항혈소판요법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을 보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에 아스피린을 1차선택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당뇨병 환자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만 1차예방 목적의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 10% 초과, 50세 이상 연령대에 추가 심혈관 위험인자 1개 이상에 아스피린을 권고한 반면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 5% 미만, 50세 미만 연령대에 추가 심혈관 위험인자 없는 경우에는 권고하지 않았다.

 

신규 항혈소판제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예방에 제한적으로 권고되는 것은 혜택 대비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혜택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환자특성과 무관하게 전반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에 있어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여타 항혈소판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의 전반에 권고되는 아스피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새로운 항혈소판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효성과 안전성
클로피도그렐,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 등은 혈소판 응집의 가장 중요한 경로 중 하나인 P2Y12 수용체를 억제한다. 반면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cyclooxygenase)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또 혈소판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상의 한계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여타 신규 항혈소판제와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상대적인 우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항혈소판제의 혈관질환 1·2차예방 효과에 관한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아스피린은 뇌졸중과 혈관 사망률 측면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우수한 임상혜택을 보이지 못했다(Lancet 2009;373:1849-1860).

출혈
진료현장에서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출혈위험이다. 특히 위장관출혈로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 임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아스피린이 가장 전통적인 항혈소판제이기는 하나 혈소판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이다. 혈소판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작용하는 비가역적 특성 때문에 2차적으로 출혈위험이 발생한다.

그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아스피린 처방의 혜택이 위험을 상회하지만, 위험도가 낮은 그룹에서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반감되고 출혈위험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피린 상부위장관출혈 관련 관찰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 의하면, 중간용량 정도의 아스피린 치료에서도 위장관출혈을 비롯한 출혈사건 상대위험도가 1.5~3.1 정도 올라간다(Can J Gastroenterol 2013;27:159-67).

성균관의대 송영빈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도 “약물스텐트 삽입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후 단독요법의 적용 시에 아스피린의 선택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에서 속쓰림·위궤양·위출혈 등 부작용에 의한 순응도 문제로 중간에 클로피도그렐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성 측면을 지적했다.

저항성
아스피린 저항성(aspirin resistance)의 정의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아스피린 치료 중에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나 급성허혈뇌졸중 등 심혈관사건이 발생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아스피린이 심혈관사건 1·2차예방과 관련해 100% 커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항혈소판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느냐, 아니면 아스피린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느냐 등 저항성의 원인에 따라 대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스피린 저항성이 발현될 경우, 심혈관질환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림의대 이병철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팀이 미국신경과학회 저널 Neurology 2016;86:1808-1817에 발표한 아스피린 저항성 관련 관찰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아스피린 저항성과 첫발생 뇌졸중의 중증도 및 허혈용적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아스피린 치료 후 잔여 혈소판 활성도(PRU)가 높을수록 중증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했다.

가장 최근에 미국뇌졸중협회저널 Stroke 2016년 5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JPPP 연구에서는, 고령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를 검증한 결과 뇌졸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의 환자에서 대조군 대비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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