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 활성화 막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 안정화”

 

뇌졸중 예방전략에서 아시아 지역이 미국과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부분은 항혈소판제의 적용이다. 뇌졸중 2차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 전략에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지침은 실로스타졸을 항혈소판제 단독요법의 1차선택으로 여타 약제와 함께 권고하고 있다. 기존에는 실로스타졸이 트리플루잘과 함께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고려하도록 하는 2차선택이었으나, 2012년 개정을 거쳐 2013년판 지침에 1차선택으로 권장됐다.

또한 뇌출혈을 포함한 심각한 출혈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트리플루잘만 추천되던 것에 실로스타졸이 추가적으로 권고됐다. 2014년 AHA·ASA 뇌졸중 가이드라인은 2차예방 항혈전치료 전략에 아스피린 단독, 아스피린 + 서방형 디피리다몰 병용, 클로피도그렐 단독요법만을 1차선택으로 언급하고 있다. 실로스타졸은 일련의 연구에서 출혈성 뇌졸중과 여타 출혈 합병증 위험감소가 아스피린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뇌출혈 등 심각한 출혈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트리플루잘과 함께 새롭게 권고됐다. 이 모두가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임상연구에 근거하고 있다.

실로스타졸
우리나라 뇌졸중 진료지침에서 실로스타졸은 “phosphodiesterase를 억제함으로써 혈소판 활성화를 막고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안정화시킨다”고 언급돼 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전(全)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수치를 증가시켜 혈전생성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PDE3는 혈소판 외에도 혈관의 평활근세포, 심장의 근육세포, 지방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심혈관에 미치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출혈위험은 아스피린 대비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소판과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상 특성이 출혈위험을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실로스타졸은 혈관내피세포의 산화질소(NO)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확장작용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인해 말초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임상혜택에 기여한다. 때문에 말초동맥질환, 즉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초기치료 전략으로 권고되는데 증상개선과 함께 도보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CSPS2 연구
실로스타졸을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의 1차선택으로 권고하는 데는 CSPS2 연구가 근거로 작용한다. ‘실로스타졸의 뇌졸중 2차예방: 아스피린 대조군·이중맹검·무작위 방식의 비열등성 검증 임상연구’ 제목의 연구로 Lancet Neurology 2010;9:959-968에 발표됐다. 항혈소판제 실로스타졸은 위약과 비교해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를 입증받은 바 있다. 연구팀은 뇌졸중 예방에 있어 실로스타졸과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했는데,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두 항혈소판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직접 비교한 것이다.
일본 내 28개 의료기관에서 적어도 시험시작 26주 전에 뇌경색을 경험한 20~79세 연령대의 환자들이 모집됐다. 환자들은 실로스타졸(1일 2회 100mg, 1337명) 또는 아스피린(1일 1회 81mg, 1335명)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돼 1~5년까지의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1차 종료점은 뇌졸중 발생으로 정의했으며, 평균관찰 기간은 29개월이었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뇌출혈·지주막하출혈·입원을 요하는 출혈을 평가했다.

 

뇌졸중 2차예방에 있어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의 효과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실로스타졸군의 뇌졸중 위험비(hazard ratio)가 1.33을 넘지 않으면 비열등성(non-inferiority)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사전규정했다. 연구종료 시점에서 실로스타졸군의 연간 뇌졸중 발생빈도는 2.76%(82명)로 아스피린군(3.71%, 119명)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실로스타졸군 위험비는 0.743(P=0.0357)으로 애초의 목적이었던 비열등 기준의 만족은 물론, 아스피린과 비교해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성 기준이었던 출혈 역시 실로스타졸군 0.77%(23명) 대 아스피린군 1.78%(57명)로 두 그룹이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P=0.0004). 두통, 설사, 심계항진증, 어지러움증, 빈맥 등의 부작용은 실로스타졸군에서 보다 빈번했다.

연구팀은 “실로스타졸이 아스피린과 비교해 출혈위험을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허혈성 뇌졸중 후 뇌졸중 재발의 예방효과가 열등하지 않고,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토대로 “비심인성 뇌졸중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을 목적으로 실로스타졸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임상적용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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