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클리어’…병원 ‘잭팟'
수가협상 ‘클리어’…병원 ‘잭팟'
  • 양영구 기자
  • 승인 2016.06.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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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조건 없이 전 유형 완전타결…8134억원 역대 최고 재정 투입
 

내년 요양기관 진료·조제 수입을 판가름할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당 단가) 계약에서 병원이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해에 비해 추가재정소요액이 1600억원가량 급증하면서 8000억원이라는 파이가 준비된 데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의료계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풍성한 곳간을 풀어낸 결과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보건기관 등 7개 공급자단체는 지난 1일 새벽 3시가 넘는 시간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한 끝에 환산지수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건보공단은 이날 새벽 3시경 수가협상 브리핑을 통해 7개 의약단체와의 환산지수계약 협상 결과 조산원 3.7%, 약국 3.5%, 의원 3.1%, 한방 3.0%, 보건기관 2.9%, 치과 2.4%, 병원 1.8%(1.9%와 동일) 인상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에 참여한 공급자단체 모두가 협상 타결에 이른 것은 2014년 이후 두 번째다.

공급자단체들의 평균적인 수가 인상률은 전년도(1.99%)보다 0.38%p 증가한 2.37%를 기록하게 됐다. 각 유형별로 적게는 0.2%p에서 많게는 0.7%p까지 인상률이 오른 것이다. 
추가재정소요액(밴딩, bending)은 813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는 전년(6503억원) 대비 25% 증가한 수치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6년을 살펴봐도 역대 최고액 수준이다.

실제로 밴딩 폭은 2011년 3611억원, 2012년 5458억원, 2013년 6386억원, 2014년 689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15년 6685억원, 2016년 6503억원으로 다시 감소하고 있었다.

건보공단은 이번에 풍성한 곳간을 열었다. 이 때문에 2017년 수가협상은 공급자단체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공급자단체의 평균 수가 인상률도 2011년 1.64%, 2012년 2.2%, 2013년과 2014년 각각 2.36%, 2015년 2.2%, 2015년 1.99%에 이어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건보공단 측은 이 같은 환산지수 계약 결과를 두고 공급자의 어려움을 통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5년 연속 당기 흑자와 16조 9000억원이라는 누적흑자를 토대로 공급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게 됐다"며 "올해는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최종 타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9차협상까지 간 병협…밴딩폭 절반 챙겨

▲ 2017년도 수가협상 결과

올해 수가협상에서 눈여겨 볼 점은 단연 병협의 협상력이었다. 병협은 4차 협상까지 건보공단과의 간극 줄이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협은 7차까지 진행하며 협상 타결을 추진했지만, 7차 협상마저 15분 만에 결렬되면서 3년 연속 건정심 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병협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피땀 흘려 극복한 병원계의 존재 가치를 강조하며 9차 협상까지 진행했고, 결국 1.9% 인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병협이 도장을 찍은 1.9%라는 수가인상률은 지난해 결렬을 선언하며 건정심에서 받아든 1.4%라는 성적표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실제로 병협은 지난 2012년 수가인상률 1.7%를 시작으로 2013년 2.2%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2014년 1.9%, 2015년 1.7% 2015년 1.4%로 하락세를 걷다 올해 1.9% 인상이라는 급반등을 이뤄냈다.

인상률로만 보면 다른 유형별 공급자단체들이 받아든 수치와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전체 밴딩에서 가져가게 될 몫을 계산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병원은 1.4% 수가인상률을 통해 전체 6500억원 중에서 약 2500억원을 가져갔다. 하지만 내년에는 1.9%로 인상되면서 8100억원 가운데 많게는 4000억원 이상을 자신들의 몫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잭팟'이 터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의 내년도 환산지수는 현재 71원에서 1.34원이 오른 72.34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초진진찰료는 현재 1만 4830원에서 280원 오른 1만 5110원이 된다. 재진진찰료는 올해 1만 750원에서 200원 오른 1만 950원이 된다.

종합병원급의 경우 초진진찰료는 현재 1만 6500원에서 310원이 오른 1만 6810원, 재진진찰료는 1만 2410원에서 240원 오른 1만 2650원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의 초진진찰료는 1만 8160원에서 340원 오른 1만 8500원, 재진진찰료는 1만 4080원에서 270원 오른 1만 4350원이 된다.

병협 조한호 수가협상단장은 "이번에 받아든 성적표에 100% 만족할 수 없다"면서도 "건보공단 측에서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명했기에 인상률과 상관없이 그 뜻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원도 나름 선방…최근 3년 중 최고치

▲ 2017년도 초·재진료 인상표

이날 가장 먼저 협상을 성사시킨 것은 의협이었다. 의협은 7차례에 거친 협상을 진행하며 협상기한인 5월 31일 자정을 넘긴 0시 50분 환산지수 기준으로 3.1%의 수가인상률을 따냈다.

이에 따라 내년도 환산지수는 현재 76.6원에서 2.3원 오른 78.97원, 의원급 초진진찰료는 올해 1만 4410원에서 450원 오른 1만 4860원이 된다. 재진진찰료는 올해 1만 300원에서 320원 인상된 1만 620원이다.

의협은 예년보다 상당히 증가한 추가재정소요분 안에서 지난해 기록한 수가인상률 2.9%보다 0.2%p 높은 성적을 내는 성과를 보였고, 아울러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시키는 강단도 보였다.

의협이 기록한 3.1% 인상률은 2011년 이후로 가장 높은 인상률로, 최근 3년간을 따져볼 때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로 의협은 지난 2011년 2%를 시작으로 2012년 2.8%, 2013년 2.4%, 2014년과 2015년 각각 3%, 2016년 2.9%를 기록한 바 있다.

‘깜깜이 수가협상체계’ 개편 목소리 
한편, 올해 유형별 수가협상에서도 가입자 측에서 밴딩 폭을 공개하지 않자 협상 과정에서 공급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서도 수가협상을 총괄적으로 컨트롤 해왔던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협상 결렬 시 별도의 조정기구를 거치도록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아울러 수가협상이 시작되기 전 의협 등 공급자단체들은 올해는 가입자 측에서 밴딩 폭을 공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의협과 병협은 수가결정구조 개선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의협은 "제20대 국회에서 불합리한 수가협상결정구조를 바꾸는 법안이 반드시 발의돼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협도 "이번 수가 협상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은 여느 해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지만, 근본적 수가협상 체계의 개선 없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작금의 수가협상체계는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국민 보건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 현행 수가협상 체계 개선에 모든 동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김주형 수가협상단장이번 수가협상을 두고 의협과 병협은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이야기했다.병협은 2일 1.9% 수가인상률에 대해 "현행 수가협상 체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부대조건 없이 1.9%에 합의한 것에 대해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의협도 "사상 최대의 누적흑자분 사용 용도와 관련해서는 메르스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한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크다"며 3.1% 인상으로 마무리된 2017년도 수가협상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하지만, 신임 회장으로서 첫 성과물을 보여줘야 했던 병협 홍정용 회장과 그동안 재신임 논란 등으로 부침을 겪은 의협 추무진 회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먼저 병협은 1.4%라는 지난해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상근부회장이 사퇴하는 등 후유증을 겪은 만큼 홍 신임 회장의 리더십과 협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척도였다.게다가 본격적인 수가협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5월 제38대 회장을 새롭게 선출하는 등 협상단을 꾸리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부대조건 없이 1.9% 인상이라는 성적표는 홍 신임 회장으로서는 나름의 협상력을 발휘한 성공적인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최근 재신임 논란 등 부침을 겪은 의협 추무진 회장도 이번 수가협상은 회원들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선방'한 성적표로 보인다. 최근 추 회장은 협회 집행부의 의료일원화 발표 논란으로 말미암아 재신임 요구까지 벌어진 상태였다. 노환규 전 회장에서 시작된 재신임 요구는 의료혁신투쟁위원회, 평의사회까지 번지며 심상치 않은 상태까지 진행된 상황이었다.그래서였을까? 이날 수가협상장에는 의협 추무진 회장이 긴급 방문해 건보공단 협상단과 인사를 나누고 의협 협상단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막판까지 수가인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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