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과학회 가이드라인 공개, 인지행동치료 불충분할 땐 약물 추가 고려해야

불면증은 국내 성인 중 약 3분의 1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이들 중 일부만 진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불면증이 장기간 나타날 경우 환자는 피로누적, 기분장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게 되고, 나아가 직장에서 생산성 손실로 확대되면서 경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불면증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만들어진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내과학회(ACP)가 만성불면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국내 수면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5월 3일자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온라인판). 

연구에는 만성불면증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과 55세 이상 고령이 참여한 다양한 최신 연구를 포함시켰다. 또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치료반응에 대한 설문조사, 환자보고, 중간에 평가한 수면 결과 등 전반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와 약물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불면증 치료에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세 달간 주 3회 이상 증상 보일 때 만성불면증 정의

불면증의 정의는 미국정신의학회(APA) 정신건강질환과 통계 편람 5판(DSM-5)을 따랐다. 이를 기준으로 만성불면증은 다른 정신건강질환, 의학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불면증이 세 달 이상 일주일에 최소 3회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했다.

대부분 불면증은 유발사건이 사라지면 수면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잘못된 수면 습관, 수면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등 불면증이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가이드라인은 불면증 치료와 함께 수면 질을 개선하면서 수면장애로 동반되는 고통을 완화하는 것으로 치료 목표를 제시했다.

CBT-I 우선 권고…고령 환자서도 효과 뚜렷

치료 첫 단계는 행동 및 주변환경 개선이다. 이번에 나온 가이드라인에서도 치료 안전성과 상대적 효율성 등을 평가해 약물요법보단 CBT-I를 우선 권고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가이드라인은 만성불면증 환자 초기 치료로 CBT-I를 시행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권고등급: 강함, 근거수준: 중등). CBT-I란 수면제한, 자극조절 치료, 이완훈련, 수면위생법 교육과 같은 인지행동 요소들을 병용한 치료법이다.

이는 만성불면증이 있는 모든 성인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문제와 낙상 위험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도 CBT-I 치료 효과가 뚜렷했다는 최신 근거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연구를 종합한 결과, CBT-I를 받은 모든 성인에서 수면 능률뿐만 아니라 수면 질 모두 개선됐다. 구체적으로 증상 완화를 의미하는 관해율과 치료 반응률이 좋았고, 불면증 지수(ISI)와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 점수가 감소했다. 또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인 수면 잠복기와 잠든 후 깨는 증상이 줄었다.

하지만 CBT-I 중 자극조절 치료만 받으면 수면 잠복기가 감소하고 총 수면 시간이 늘었던 반면(근거수준: 낮음), 수면제한 또는 이완훈련만 받은 경우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가이드라인은 CBT-I도 다양한 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근거도 대거 반영했다. 이를 통해 CBT-I를 받은 고령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수면 능률과 수면 질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평균 ISI 점수 변화와 PSQI 점수 개선, 근거수준: 중등). 비록 근거수준은 낮지만 수면 잠복기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가지 행동치료를 받으면 수면 잠복기를 줄일 수 있고(근거수준: 중등), 잠든 후 깨는 증상 또한 개선시킬 수 있다(근거수준: 낮음)고 봄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열어논 것이다.

또한 자극조절 치료만 받은 경우는 총 수면 시간이 증가했지만(근거수준: 낮음), 모든 성인 환자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면제한 또는 이완훈련만 받은 경우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권고하지 않았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은 특히 환자마다 불면증 양상이 상이하고 적합한 치료 또한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치료만 선택해 접근하기보단 여러 방법들을 병용하면서 다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결국 CBT-I는 약물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아 만성불면증 일차 치료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권고를 통해 모든 성인에서 적용할 수 있는 행동요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에서는 CBT-I 개별 치료에 중점을 뒀고, 이 외에도 그룹 치료, 전화나 웹을 모듈로 사용하거나 자습서를 활용하는 방법을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결국 환자 개별화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강조한 것이다.

CBT-I만으로 어렵다면 약물요법

CBT-I만으로 만성불면증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이드라인은 CBT-I를 중단하지 않고 동시에 약물 추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권고등급: 약함, 근거수준: 낮음). 즉 약물요법은 이차적으로 시행하는 병용요법으로 강조했다.

다만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만성불면증 환자에서 장기간 약물요법의 장단점을 평가하기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약 한 달 정도 치료만 승인했고 치료 기간을 늘릴 수 없다고 강조한 점을 충실히 따라, 단기간 약물요법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약물요법이 필요할 경우 의료진은 환자에게 약물요법의 장단점과 단기간 치료만 가능하다는 점 등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와 논의해 약물 추가를 결정해야 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사용할 수 있는 불면증 치료 약물은 크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과 비벤조디아제핀(non-benzodiazepine) 계열로 나눴다. 또한 벤조디아제핀 계열 중 트리아졸람(triazolam), 에스타졸람(estazolam), 테마제팜(temazepam)과 같은 약물은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의 단기간 치료를 권고했다.

약물치료로 수면 잠복기 줄이고 수면시간 연장

다양한 약물이 있지만 가이드라인에서는 CBT-I와 병용할 수 있는 약물로 에스조피클론(eszopiclone), 졸피뎀(zolpidem), 독세핀(doxepin), 수보렉산트(suvorexant)를 우선 권고했다. 추가로 고령 환자에서는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라멜테온(ramelteon)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약물별 효과를 기술한 부분에서는 에스조피클론 치료 시 모든 환자에서 수면 잠복기를 줄일 수 있고, 총 수면 시간을 늘린다는 평가를 내렸다(근거수준: 중등). 뿐만 아니라 관해율과 ISI 점수를 개선시키고, 잠든 후 깨는 증상도 줄일 수 있다고 기술함으로써 권고를 강조했다(근거수준: 낮음).

졸피뎀은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수면 잠복기와 총 수면 시간이 개선된다고 평가했고(근거수준: 중등), 졸피뎀 서방정 또는 졸피뎀 설하정도 수면 잠복기를 줄일 수 있다고 기술했다(근거수준: 낮음).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인 수보렉산트는 치료 반응률과 총 수면 시간이 증가하고, 평균 ISI 점수 변화와 수면 잠복기,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감소한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중등도 근거수준으로 사실상 기존약보다 신약을 권고했다고 볼 수 있다.

항우울제인 독세핀은 3mg, 6mg 모두 총 수면 시간과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개선된 효과가 나타난다고 평가했으며(근거수준: 낮음), 잘레플론(zaleplon)과 라멜테온에서는 불면증 치료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며 권고하지 않았다<표 1>.

하지만 고령 환자에 국한할 경우 라멜테온 치료 시 수면 잠복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고령에서는 특화될 수 있는 약물임을 시사했다(근거수준: 낮음).

이 밖에 에스조피클론 치료 시 관해율과 총 수면 시간이 증가하고, ISI 점수와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감소한다고 평가했으며(근거수준: 낮음), 졸피뎀 또는 독세핀을 복용하면 수면 잠복기가 줄고, 특히 독세핀 복용 시 평균 ISI 점수 변화와 총 수면 시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근거수준: 중등)<표 2>.

 

결국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CBT-I 우선 권고와 함께 약물요법의 병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요약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CBT-I를 정의하는 다양한 행동요법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CBT-I 국내 비급여로 환자 부담"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수면학회에서 지정한 수면위생법 또는 외국에서 발표되는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불면증 환자를 치료한다. 따라서 이번 ACP 가이드라인은 국내 불면증 치료에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임상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성균관의대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CBT-I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가 사회적 문제인 만큼 이를 치료할 수 있는 CBT-I가 많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이 필요하며, 학계에서도 CBT-I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에서 강조하는 만성불면증은 질환이나 다른 약물로 생긴 불면증이 아닌 특정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일차성 불면증"이라며 "권고한 바와 같이 만성불면증 환자 치료에 CBT-I를 일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 교수는 "CBT-I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 기간 동안 수면이 어렵다면 약물을 간헐적으로 단기간 복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울산의대 정석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만성불면증 환자에서 CBT-I가 만능 치료법은 아니다"면서 "CBT-I 효과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CBT-I보다 약물요법에 더 효과를 보이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 수면 전문가들은 CBT-I를 하고 있고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은 해당 분야에 자세한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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