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류를 안전과 정의의 길로 이끌어 줄 강력한 지도력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질
병으로부터의 안전과 가난을 이유로 질병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한 정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합니다. WHO 헌장이 정의하는 건강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행
복한 상태이며, 인종·종교·정치신념·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 없이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만인의 건강(health for all)`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이 이상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진하는 것이 WHO
의 임무일 것입니다."
"귀를 열고 발로 뛴다"
 지난해 1월 한국인으로서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유엔 전문기구 수장에 당선된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192개 회원국으로부터 최종 인준을 받은뒤 수락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국인의 이름으로 지구촌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이종욱 사무총장. 취임후 5개월여를 지낸 그
가 이상의 실현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거둬들이며 새로운 2004년을 열고 있다. 취임당시
WHO의 최대 현안과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총장은 "의료사각지대의 빈곤층에게 평등
한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전세계 말라리아·결핵·에이즈 퇴치를 WHO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유엔이 정한 `Millennium Development Goal`을 달성하는데 일조하겠
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임기동안 가장 중요시 여길 덕목은 경청(listening)과 행동(action)임을 강
조, "각국 보건당국자와 정책전문가는 물론 가난한이들을 대표하는 지역기관의 목소리에도 귀
를 기울일 것이며, 이들의 목소리가 WHO의 주요 사업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취임일성을 던졌다. 지난 5개월여를 돌아보면, 그가 밝힌 보건평등의 의지는 단순
한 일회성 외침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듣고, 움직였다.
소아마비없는 세상 간절히 원해
 이총장은 취임과 동시에 담배시장에 강제적 규제를 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5월 WHO
총회에서 체택된 최초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법적효력을 부여키 위해 발로 뛰었다. 지
난 8월 개최된 `제12차 세계흡연건강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을 직접 만나 FCTC에 서명하고 비
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설득했다. FCTC는 이미 40개국의 서명을 받아 공식발효됐으며, 한국
과 중국 등이 추가서명한 상태로 비준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는 또 소아마비의 완전박멸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인도·나이지리아·파키스탄·
이집트 등을 중심으로 총 1억7500만명의 어린이에게 접종을 실시하는 대규모 사업을 펼치기
도 했다. WHO 백신국장 재직 당시 소아마비 유병률을 1만명당 1명 이하로 낮춰 `백신의 황
제`로 불렸던 이종욱 사무총장. 그의 말을 들어보면 소아마비 박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
낄 수 있다. "WHO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소아마비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질병이 근절됐지만, 이제 다시 한번 노력을 기울여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전멸시켜야 합니다."
에이즈치료제 공급계획 `3 by 5`
 지난 9월 유엔총회 에이즈대책회의에서 񓟵년까지 아프리카 에이즈환자 300만명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RAV)치료제를 공급한다는 `3 by 5` 계획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
다"며 각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던 이총장은 에이즈·말라리아·결핵 등
3대질병 실태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보건부
장관 및 수행 기업인들과 동반순방에 나선 그는 이들을 상대로 아프리카의 실정을 알리고 후
원금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노력은 최근 스위스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와 최빈국 결핵환자 50만명분의 치료제
무상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번 성과에는 이총장이 취임
전부터 보여왔던 결핵퇴치사업의 의지와 전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WHO 관계자들의 말
이다.
 프랑스 또한 대통령이 그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3 by 5`계획의 기부금을 확대키로 하는 등
WHO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르게,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이총장이 취임시 WHO 활동의 3대
원칙을 제시하며 한 말이다. 세계는 지금 `만인의 건강`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험난한 길
을 걷고 있다.
 그 선두에 한국인 이종욱 사무총장이 지휘봉을 들고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WHO의 기부금을 확대하고 FCTC에 서명, 비준절차를 재촉하는 등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
고 있다. 이제 국제기구의 주요 지원대상이었던 한국인과 한국이 지구촌의 번영을 위해 앞장
서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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